"가족을 버릴겁니까?"… 오늘도 372마리가 주인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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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해동안 유기된 반려동물 수는 2017년 10만2593마리, 2018년 12만1077마리, 지난해 13만5791마리로 매년 늘고 있다. /사진=나은수 기자
한해동안 유기된 반려동물 수는 2017년 10만2593마리, 2018년 12만1077마리, 지난해 13만5791마리로 매년 늘고 있다. /사진=나은수 기자
바야흐로 반려동물 1000만 시대다. 카페·공원·식당 등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강아지와 고양이를 어디에서나 볼 수 있으며 반려동물 유치원과 보험상품이 생기는 등 반려동물 관련 사업도 크게 성장했다.

반려동물을 바라보는 인식도 변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애완동물'로 불렸으나 지금은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라는 의미의 '반려동물'로 바뀌었다. 

농촌진흥청이 발표한 '반려동물 인식 양육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의 27.9%(4가구 중 1가구)가 현재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다. 과거에 반려동물을 키웠던 것까지 포함할 경우 56.5%가 반려동물을 양육한 경험이 있다고 답변했다. 이처럼 반려동물은 우리 사회에서 또 다른 '가족'의 형태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어두운 그림자도 짙게 생겨났다. 버려지는 반려동물도 그만큼 증가하고 있는 것.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실시한 '2019년 반려동물 보호‧복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유기된 반려동물 수는 2017년 10만2593마리, 2018년 12만1077마리, 지난해 13만5791마리로 매년 늘고 있다. 하루 평균 372마리의 동물들이 주인을 잃고 있는 셈이다. 
반려동물 1000만 시대, 반려족이 늘어나는 만큼 버려지는 유기동물 수도 매년 늘고 있다. /그래픽=나은수 기자
반려동물 1000만 시대, 반려족이 늘어나는 만큼 버려지는 유기동물 수도 매년 늘고 있다. /그래픽=나은수 기자
반려동물이 가장 많이 버려지는 시기는 언제일까.

서울시 동물복지원센터 동물보호과 관계자는 "통계자료를 보면 7~9월에 반려동물들이 가장 많이 유기된다"며 "올해에도 (연말까지 지켜봐야겠지만) 7월 여름철이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유기견보호센터를 운영하는 한 관계자도 "여름 휴가철에 가장 많이 버려진다. 반려동물을 유기한다는 죄책감을 지우려고 일부러 먼 휴게소나 산 속에 유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설날이나 추석 등 명절에도 반려동물이 많이 유기된다"고 설명했다.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동물보호과 관계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키우는 동물이 나이가 들고 병에 걸리면 치료비 등 경제적 부담이 커 유기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며 "어릴 때는 작아서 데리고 왔는데 키우다보니 예상보다 너무 커서 (집에서 키우기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해) 유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부디 반려동물을 나의 만족을 채우는 존재가 아닌 소중한 생명으로 바라봐 달라"며 "앞으로 반려동물을 키울 계획이 있는 분들은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이들이 눈을 감는 그날까지 함께 해주길 부탁드린다"고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이태원 노란천막 아래 새 주인 기다리는 아이들


유기견 행복 찾는 사람들(유행사)을 매주 토요일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 노란천막을 설치하고 유기견 입양 캠페인을 진행한다. /사진=나은수 기자
유기견 행복 찾는 사람들(유행사)을 매주 토요일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 노란천막을 설치하고 유기견 입양 캠페인을 진행한다. /사진=나은수 기자
매주 토요일 이태원역 1번 출구를 나와 걷다보면 노란천막이 기다리고 있다. 이 천막 밑에는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는 반려동물들과 이들을 바라보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비영리단체 '유기동물 행복찾는 사람들'(유행사)이 진행하는 유기동물 입양 캠페인은 2011년부터 시작됐다. 캠페인을 진행하는 관계자들은 모두 자원봉사자로 이뤄졌다. 평일에는 각자 다른 일을 하고 토요일만 되면 노란천막 아래에 똘똘 뭉쳐 유기동물의 새로운 주인들을 찾아주고 있는 것. 

유행사는 그동안 코로나19로 입양 캠페인을 온라인으로만 진행했지만 지난달 24일 약 8개월만에 야외 입양 캠페인을 다시 시작했다. 하지만 코로나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면서 다시 노란천막을 펼치지 못하게 됐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봉사 공고를 본 이후 유기견 자원봉사를 시작한 김민정(36‧여)씨는 7년째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고 있다.

김씨는 "유행사는 다른 유기견 입양단체와는 조금 다르다"고 밝혔다. 그는 "유행사는 다른 단체와 달리 쉼터가 없다. 아이들이 한 장소에서 지내는 것이 아니라 병원·위탁처·임시보호처 등에 흩어져 지내다가 토요일이 되면 이태원 노란천막 아래 모인다"고 설명했다. 

입양절차는 어떻게 될까. 김씨는 "다른 단체보다 엄격한 입양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입양은 반드시 노란천막을 방문하는 분으로 한정하고 서울‧경기 지역에 거주하는 분들만 입양을 도와드린다"고 설명했다. 

그 이유를 묻자 "새롭게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분들은 익숙지 않아 본의 아니게 반려동물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봉사자들이 (반려동물) 분실 신고를 받은 즉시 출동해야 하므로 지역을 서울‧경기로 한정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씨는 "한번 아픔을 겪었던 반려동물이 다시 사랑받으면서 생활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봉사자들이 입양을 원하는 분들의 집을 방문해 (자격여부를) 꼼꼼히 확인한다"고 말했다.

타 단체와 차이점은 또 있다. 입양이 된 후에도 1년 동안 입양자와 유행사가 반려동물을 공동소유한다. 반려동물의 몸 속에 내장된 칩을 유행사 운영진의 명의로 등록하는 것. 입양자가 자격 결격 사유가 발견될 경우 언제든지 동물을 다시 데려오기 위함이다. 

김씨는 "입양자는 최소 1년간 한달에 최소 2번 아이들의 소식을 단체에 알려야 한다"며 "까다로운 절차 때문에 입양을 원하는 분들이 오히려 '입양을 정말 해줄 생각이 있느냐'고 묻기도 한다. 하지만 절차가 까다로운 이유는 상처받은 아이들이 다시는 버림받지 않고 행복하기를 간절히 바라기 때문"이라며 웃음 지었다.
지난 14일 이태원역 근처에서 진행된 입양 캠페인에서 강아지들이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나은수 기자
지난 14일 이태원역 근처에서 진행된 입양 캠페인에서 강아지들이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나은수 기자
정치권에서도 동물보호법 개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법이 현실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김씨는 "반려동물이 유기되는 가장 큰 이유는 생명을 '너무 쉽게 사고 파는 것'에 있다"고 말했다. 아직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동물을 펫샵에서 구매한다는 것.

그는 "반려동물을 키울 능력이 있는지 고려하지 않고 쉽게 돈을 주고 산 동물은 쉽게 버려진다. 그렇다고 펫샵 자체를 당장 금지하자는 것은 아니다. 국민 정서에 맞게 차근차근 법을 개정하고 한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우리나라도 다른 선진국처럼 반려동물을 구매하는 것이 아닌 입양하는 문화가 확산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답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가는 도중 김씨의 마지막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딱 한 가지예요.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나은수
나은수 eeeee0311@mt.co.kr  | twitter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기자 나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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