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등짐꾼’ 한진해운 파산 누구의 잘못인가?

[머니S리포트-초유의 ‘선박 대란’②] “땡큐 코리아” 경쟁 선사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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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컨테이너선 운임 상승의 끝은 어딜까. 해상 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 상승이 국내 해운사와 수출기업에 커다란 파장을 몰고 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타격을 받은 수출 기업은 예상치 못한 또 다른 변수에 신음하고 있다. 한국 해운산업 재건을 이끌고 있는 국적선사는 모처럼 호황기를 맞았지만 정부의 호출에 이리저리 뛰어다니기 바쁘다.
지난 2016년 9월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만 한진해운 컨테이너 터미널에 한진해운 소속 MAR호가 접안해 하역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 2016년 9월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만 한진해운 컨테이너 터미널에 한진해운 소속 MAR호가 접안해 하역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전세계 주요 노선의 해상 운송 운임이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국내 수출기업은 연말 성수기를 맞았지만 예상치 못한 물류대란에 비상이 걸렸다. 문제는 이 대란이 미주 노선을 넘어 동남아 지역으로 확산하는 양상을 보인다는 점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대한민국에서 수출길이 막히는 유례없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해운업계 사이에선 “한진해운 파산 때부터 예상됐던 일”이란 아쉬움이 터져 나오고 있다. 



채권단 “한진 밑 빠진 독… 지원 힘들다”



한진해운 파산은 갑작스러웠다. 한진해운은 조건부 자율협약 기간만료일이었던 2016년 9월4일보다 5일 빠른 8월30일 자율협약 종료 결정이 내려졌다. 이튿날 한진해운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갔다. 현대그룹 출신 한 관계자는 “한진해운은 법정관리 들어가기 전날까지 화물 접수를 받았다”며 “자구안을 마련할 돈이 더 이상 없어지며 사전준비 없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해운은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의 ‘등짐꾼’ 같은 존재였다. 컨테이너선 100척과 벌크선 44척 등 144척 규모의 선대와 대만·일본·미국 등 해외 8곳에 전용 터미널을 운영했다. 정기노선 고객을 빠르게 확보해 나간 한진해운은 세계 7위 해운사로 우뚝 섰다.

하지만 2008년도부터 전세계 해운경기가 악화하고 유가 인상이 더해지며 한진해운의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부채비율은 1000%를 넘었다. 정부의 ‘부채비율 200%’ 강제 기준 탓에 고가의 용선 계약을 10년 장기로 맺은 점도 손실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삼일회계법인은 한진해운 청산가치(1조7900억원)가 계속가치보다 훨씬 높다고 봤다. 해운산업은 경기변동에 민감한 만큼 산업은행이나 수출은행은 공적자금 투입을 꺼렸다. 채권단은 한진해운이 회생할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기 때문에 공적자금 성격의 채권단 자금을 투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못을 박았다.

정부와 채권단이 금융 논리에만 갇혀 국가 기간산업인 해운업에 섣불리 사망선고를 내렸단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해운사를 보유한 국가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출입은행과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국적 해운사를 살렸다. 덴마크는 머스크에 5억2000만달러(5774억원)를, 프랑스는 GMA CGM에 1억5000만달러(1665억원)를 지원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합병 후 정부나 산은이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정책 당국자는 이를 외면했다”며 “세계 유수의 해운 선사도 같은 어려움을 겪었다. 차이가 있다면 해외는 해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정부가 긴급 지원을 했다는 것이고 한국 정부는 책임을 기업주와 경영진에게만 돌리고 대안 마련에 나서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반토막 난 한국 해운


국내 해운업계 선복량. /그래픽=김영찬 기자
국내 해운업계 선복량. /그래픽=김영찬 기자
대표 선사를 잃으면서 국적 선사의 경쟁력은 크게 감소했다. 한진해운의 핵심자산이었던 1만3000TEU급 대형 선박 9척은 각각 덴마크의 머스크(6척)와 스위스의 MSC(3척) 등이 가져갔다. 한진해운이 수십 년에 걸쳐 쌓아 올린 글로벌 영업망도 사실상 붕괴 수순을 밟았다. 

해운업 경쟁력을 가늠하는 지표로 사용되는 원양선사의 점유율과 선복량은 치명타를 입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국적 선사의 선복량은 올해 10월 기준 77만TEU(1TEU는 6m 길이 컨테이너 1개)로 한진해운이 파산하기 전인 2016년 105만TEU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주요 노선 점유율도 하락했다. 2016년 한진해운과 HMM의 아시아·미주 점유율은 12.2%였다. 올해 6월 기준 HMM의 점유율은 7%에 불과하다. 뒤늦게 정부의 지원을 받은 HMM은 선복량을 71만TEU로 끌어올렸지만 1위 머스크의 16%, 7위 에버그린의 51%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업계는 정부가 한진해운을 포기하지 않고 금융 지원에 나서 회생시켰다면 지금의 물류대란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란 아쉬움과 섭섭함을 내놓고 있다.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 신청 후 당시 활동하던 해운동맹에서 퇴출되면서 글로벌 기업 제품이 순식간에 바다 위 볼모로 잡히는 물류대란이 발생했다”며 “지금도 파산 직후 물류대란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고 말했다. 
 

권가림
권가림 hidden@mt.co.kr  | twitter facebook

안녕하세요 산업1팀 권가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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