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찬선의 문사철 경국부민학] 석굴암과 김유신묘의 갑질과 독점의 적폐

문화재 보호를 업은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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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굴암/사진=이미지투데이
석굴암/사진=이미지투데이
공정한 가격은 자유시장경제의 뿌리이자 뼈대다. 이상적으로 생각해보면 어떤 상품을 원하는 수요자와 그 상품을 만드는 공급자가 동등한 자격으로 시장에 자유롭게 참여해 자신들이 원하는 가격에 사고 판다. 수요자와 공급자가 매우 많고 모든 정보가 공개돼 있어 가격은 수요자와 공급자가 모두 만족하는 수준에서 결정된다. 적정한 수준에서 결정되는 가격은 사회적 편익을 최대화하는 공정한 가격이라서 모든 사람이 불만 없이 받아들인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수요자는 많고 공급자는 한 명 또는 몇 명에 지나지 않는 독과점이 많다. 독점과 과점에서는 수요자가 매우 불리한 처지에 놓인다. 가격이나 품질에 불만이 있어도 다른 대안을 찾을 수 없다. 울며 겨자 먹는 것처럼 어쩔 수 없이 독과점업자가 제공하는 상품을 고가에 살 수밖에 없다.



독점이 나쁜 이유




수요자가 독점에 분노하는 것은 정당한 대접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독점은 소비자가 누려야 할 이익의 상당 부분을 독점자가 빼앗아 간다. 동시에 사회가 누려야 할 일정한 편익마저 없애버린다. 이를 그래프로 설명하면 알기 쉽다.

그래프에서 경쟁시장이라면 공급량은 Q1으로 수요량(Q1)과 일치하고 시장가격은 P1에서 결정된다. 하지만 독점기업은 공급량을 Q1이 아닌 Q0으로 줄인다. 상품을 추가로 한 개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한계비용(MC)이 상품 한 개 팔아 얻을 수 있는 한계수익(MR)과 같아지는 Q0에서 독점이윤을 최대로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공급량이 Q0으로 줄어들면 시장가격은 경쟁가격(P1)에서 독점가격(P0)으로 높아진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가 경쟁시장에서 누렸던 이익(소비자잉여)이 사각형 B만큼 줄어들고 그만큼 독점기업의 이익은 증가한다. 소비자들이 가져야 할 이익 가운데 일부를 독점기업이 보이지 않게 빼앗아 가는 셈이다.

[홍찬선의 문사철 경국부민학] 석굴암과 김유신묘의 갑질과 독점의 적폐
독점기업의 폐해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림에서 삼각형 C와 E 만큼이 사라지게 된다. C는 소비자들이 누려야 할 이익이고 E는 독점기업이 아닌 다른 생산자가 차지할 수 있는 이익이다. 독점기업이 공급량을 Q1에서 Q0으로 줄여 가격이 P1에서 P2로 높아짐에 따라 독점기업 이윤은 사각형 B만큼 늘었지만 삼각형 C와 E만큼 사회적 편익이 감소한 것이다. 정부가 독점기업을 규제하는 것은 바로 이런 독점의 폐해를 없애기 위한 것이다.



석굴암과 김유신묘의 갑질




사람들은 독점에 분노한다. 독점기업의 힘에 억눌려 자신들이 가져가야 할 이익을 누리지 못하고 빼앗기는 불공정한 상태에 처해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부당한 처지에 놓여 적절하지 못한 대우를 받으면 분노하고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사람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경주에 있는 석굴암에 다녀온 사람들도 분노를 느낀다. 석굴암 관리사무소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버젓이 ‘갑질’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라의 ‘1300년 미소’를 머금고 있는 석가모니 부처님이 모셔져 있는 석굴암이 갑질을 한다고? 많은 사람은 믿지 못할지 모른다. 그 사정은 다음과 같다.

석굴암을 보려면 관리사무소에서 1인당 6000원을 내고 입장권을 사야 한다. 비싸다는 생각이 굴뚝같다. 그래도 인자한 석가모니 미소를 보면서 세속의 때를 씻어내고 멋진 기념사진을 찍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길 수 있다는 생각으로 참는다. 설레는 마음으로 산 중턱을 잘라 만든 길을 따라 걷는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석굴암 석가모니불 앞에 서는 순간 산산조각이 난다. 석가모니 부처는 유리벽을 통해서만 볼 수 있다. 석가모니 부처를 뒤에서 시위(侍衛)하고 있는 보살의 아름다운 모습과 천정의 정교한 조각 등은 돌기둥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아쉬운 마음에 유리벽을 통해서라도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경비원이 ‘사진촬영 절대금지’라며 위압적으로 말한다. 문화재 보호를 위해서라는 이유와 함께 굳이 찍으려면 불국사 주지의 허가서를 받아오란다. 그 말끝에 들릴락 말락 하게 “허가서를 받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을 덧붙인다.

석굴 입구에 유리벽을 설치한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유리벽이 없어 사람들 출입이 많아지면 사람 숨결에 묻어나는 습기로 인해 석굴에 이슬이 맺히고 그게 누적되면 보존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다.

그러나 사진을 찍는 것은 사정이 다르다. 플래시를 터트리며 찍으면 빛에 의해 석굴암 조각이 손상 입을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플래시를 작동시키지 않고 찍으면 그다지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게 사진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서울 용산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도 숱하게 전시돼 있는 국보와 보물을 플래시를 터뜨리지 않고 사진 찍도록 허용돼 있다.

백보 양보해 문화재 보호를 위해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한다는 것을 수긍할 수 있다고 해도 입장료를 6000원씩이나 받는다는 것은 더더욱 갑질일 수밖에 없다. 석굴암에 가서 사진 한 장 찍지 못하는데 6000원을 받는 것은 독점의 횡포다. 사진을 찍을 수 없게 하려면 입장료를 대폭 낮춰야 할 것이다.



갑질과 독점은 수요자 단결로 깨야




독점의 횡포는 김유신장군묘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선덕여왕릉은 찾아가기도 힘들고 입장료도 받지 않는 채 ‘방치’돼 있다. 반면 김유신장군묘는 신라시대 다른 왕릉보다 훨씬 규모도 크고 비석과 12지신상도 화려하다. 그런 것을 유지하기 위해서일까. 입장료를 2000원이나 받는다. 처음으로 궁금해서 어쩔 수 없이 2000원을 내고 갔지만 오고 가는 길에 솟구치는 분노를 참기 쉽지 않았다.

불국사 입장료는 석굴암과 마찬가지로 6000원이다. 하지만 불국사 입장료 6000원이 비싸다는 생각은 그다지 들지 않는다. 다보탑과 석가탑, 청운교와 연화교, 극락전의 금동아미타여래좌상과 비로전의 금동비로자나불좌상 등 국보와 보물을 마음껏 보고 느끼고 사진 찍고 추억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적정가격은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곳에서 결정된다. 또 어떤 상품을 만들어 내기 위한 원가와도 연결돼 있다. 불국사와 석굴암의 입장료 원가는 경내를 유지하고 보수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일 것이다. 석굴암보다 훨씬 넓고 문화재도 많은 불국사의 유지보수비용이 석굴암보다 훨씬 많이 들 것이다.

석굴암 입장료를 불국사 입장료와 비교해 적정한 수준으로 인하하고 플래시를 터트리지 않고 사진 찍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 석굴암 관리사무소가 갑질이란 비판을 벗어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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