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왜 아미입니까?"… BTS와 MZ세대의 교감

방탄소년단의 세계관에 열광… "하고 싶은 말 하면 팬 늘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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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이 지난 1월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제34회 골든디스크어워즈 with 틱톡'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했다. /사진=장동규 기자
방탄소년단이 지난 1월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제34회 골든디스크어워즈 with 틱톡'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했다. /사진=장동규 기자

지난 2017년이었다. 방탄소년단이라는 한국 아이돌 그룹이 미국 음악 시장에서 심상찮은 바람을 일으켰다. 팝스타 저스틴 비버가 6년 동안 손에 쥔 빌보드 뮤직 어워드 톱 소셜 아티스트 상을 방탄소년단이 받았다.

한순간 해프닝이 아니었다. 유명세는 계속됐고 케이팝의 흥행이라기보다는 방탄소년단 그 자체로 장르가 됐다.

그들의 유례없는 성공에 많은 이들이 분석을 내놨다. 관련 업계는 당시 작은 기획사였던 빅히트엔터테인먼트(빅히트)와 평범한 청년 7명이 어떻게 성공을 이뤄냈는지에 주목했다.

멤버들은 유튜브, 트위터 등 SNS를 통해 자신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전했다. 디지털 원주민이라고 불리는 MZ세대(밀레니얼 세대+Z세대)의 입맛에 들어맞았고 팬덤 ‘아미’가 형성됐다. 외모, 실력, 곡이 주는 메시지, 거대한 팬덤 등이 성공 요인으로 꼽히지만 주목해야 할 것은 데뷔 후 7년이 지난 지금도 전부 공개되지 않은 ‘세계관’이다.



방탄소년단 세계관, 허상 아닌 현실


방탄소년단과 빅히트가 일궈낸 세계관은 신비감보다는 현실에 가깝다. /사진=방탄소년단 뮤직비디오 캡처
방탄소년단과 빅히트가 일궈낸 세계관은 신비감보다는 현실에 가깝다. /사진=방탄소년단 뮤직비디오 캡처

대중문화가 만들어내는 세계관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마블 히어로 시리즈가 그 예다. 잘 짜인 세계와 그 안의 영웅들은 허상이다. 지금껏 한국 아이돌이 만들어 온 세계관도 판타지에 가깝다.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그룹 엑소와 NCT가 만들어낸 세계관은 현실에 없는 신비감으로 팬들의 열광을 이끌었다.

방탄소년단과 빅히트가 일궈낸 세계관은 신비감보다는 현실에 가깝다. 멤버들의 본명으로 등장하는 7명의 인물은 가정 폭력의 피해자거나 한부모 가정 청소년이다. 또 부모에게 버림받았거나 생계를 책임지는 학생이다. 이들은 세계관 밖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다.

한 누리꾼은 서사 중 인물의 가정환경이 자신과 닮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세계관이지만 실재하는 것 같다고 느낀다”며 “이 세계관은 10대와 20대 이야기를 그리는데 내 삶과 어느 정도 일치한다”고 말했다.

다른 누리꾼들은 서사 중 인물들이 겪는 정신적 고통과 극단적 시도에 공감하며 개인적 경험을 털어놨다. 해당 세계관을 분석한 동영상 아래 댓글만 봐도 개인사를 고백하는 누리꾼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들은 “극 중 정국처럼 옥상에 서 본 적 있다” “태형처럼 부모님이 나를 함부로 대한다” 등의 댓글을 달았고 팬들은 서로 위로하며 소통한다. 세계관 속 인물과 유사한 환경에 놓인 10대와 20대는 상상 이상으로 많았다.

방탄소년단과 빅히트가 일궈낸 세계관은 신비감보다는 현실에 가깝다. /사진=방탄소년단 뮤직비디오 캡처
방탄소년단과 빅히트가 일궈낸 세계관은 신비감보다는 현실에 가깝다. /사진=방탄소년단 뮤직비디오 캡처



세계관 지속돼야 빅히트 성공?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코스피 상장 첫날인 지난달 1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방시혁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의장과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코스피 상장 첫날인 지난달 1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방시혁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의장과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방탄소년단 앨범 학교 3부작-화양연화-윙즈-러브유어셀프-맵오브더소울에 걸쳐 공개되는 세계관은 시간상 뒤죽박죽이다. 빅히트가 공개하는 영상, 책자, SNS 게시물 등 이른바 ‘떡밥’이라는 힌트를 가지고 팬들은 타임라인을 끼워 맞춘다.

아울러 인물 중 석진(멤버 진 본명)은 타임 리프(시간 이동) 주체가 돼 서사를 더 복잡하게 한다. 이는 새로운 팬을 유입시켜 그동안 발매된 앨범을 다시 찾게 한다. 빅히트는 지난 2014년 발매된 ‘스쿨 러브 어페어 스페셜 에디션’을 지난 8월 재발매했다. 세계관 덕분에 방탄소년단 과거 앨범까지 주목받아서다.

빅히트의 성장이 어디까지 가능할지 점치는 이들은 세계관의 지속성에 주목한다. 관련 업계는 세계관이 계속되고 치밀해야 이를 웹툰, 게임, 굿즈 제작, 팬 소통 플랫폼 등 사업에 확장할 시 수익 효과가 크다고 본다.

다만 서사에 대한 팬들의 반응에서 알 수 있듯 타임 리프 등의 세계관을 이끄는 장치는 일차적 흥미를 끄는 수단에 불과하다. 팬들은 서사 속 인물이나 곡이 주는 메시지에 공감하기 때문에 진짜 아미가 된다.

“네 멋대로 살아. 어차피 네 꺼야. 애쓰지 좀 말어. 져도 괜찮아.”

방탄소년단 곡 ‘불타오르네’ 가사 중 일부다. 김모씨(23)는 고등학교 3학년 시절 우연히 불타오르네를 듣고 아미가 됐다고 밝혔다.

김씨는 “자율형사립고등학교 재학 중이었고 성적에 대한 압박이 정말 컸다”며 “야간자율학습 중에 불타오르네를 들었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공부를 왜 하고 있는지 이유도 모른 채 애쓰고 있는 내게 ‘져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아이돌은 처음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후 청소년기 자아를 형성한 건 8할이 방탄소년단의 곡이었다고 강조했다.



방탄소년단의 흥망을 예견하는 법


멤버 RM은 지난 2018년 “우리 멤버들이 어떻게 느끼는지가 중요하다. 느끼지 않은 것을 이야기한다기보다 지금 상황과 기분에 기반해 음악을 만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지난 20일 새 앨범 BE 기자간담회에서도 “방탄소년단은 항상 그때그때 우리가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다”고 전했다.

세계관을 바탕으로 주제 의식을 전달하던 방탄소년단은 지난 8월 계획에 없던 곡 ‘다이너마이트’를 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세계에 팬데믹이 닥치자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이 곡으로 빌보드 차트 핫100에서 한국 가수 최초로 정상을 차지하며 세계관에 기반하지 않아도 흥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RM은 지난 20일 “코로나19를 마주하면서 메시지의 변화를 피해갈 수 없었다”며 “막걸리를 담글 때 잔여물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듯 우리가 활동하는 중 어떤 정서와 생각이 남는지 두고 보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방탄소년단 멤버 RM이 지난 20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새 앨범 BE 발매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사진=장동규 기자
방탄소년단 멤버 RM이 지난 20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새 앨범 BE 발매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사진=장동규 기자

데뷔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데뷔 앨범 시리즈 ‘학교 3부작’에서 고등학생으로서 입시 체제에 대항하는 메시지를 전했다. 빅히트 수장 방시혁 프로듀서는 지난 2018년 KBS ‘명견만리’에서 “학생의 반항이라는 소재에 대해 철 지난 콘셉트라는 비판이 많았다”며 “그런데 멤버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거짓말처럼 팬들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은 지금 이 순간 하고 싶은 말을 했고 그때마다 아미가 늘었다. 빅히트와 방탄소년단의 흥망을 점치려면 그들이 현존하는 문제를 더는 언급하려 들지 않을 때를 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지난 2017년 유니세프와 함께 청소년을 폭력으로부터 보호하자는 캠페인(#ENDviolence)을 했던 방탄소년단은 그 일환으로 다음해 UN 연설을 했다. ‘자신을 사랑하라’라는 메시지로 이목을 끌었던 당시 연설 내용도 결국 20대로서 그들이 가진 고민의 일부였다.

멤버 제이홉은 지난 12일 월스트리스저널(WSJ) 올해의 혁신가 음악 부문 수상 소감에서 “나 자신을 사랑하고 스스로에게 이야기하라는 메시지는 나에게도 굉장히 특별하다”며 “팬을 향한 메시지일 뿐 아니라 우리 자신에게도 영향을 준 중요한 소재”라고 말했다.

최근 빅히트 레이블이 소속사 쏘스뮤직,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KOZ엔터테인먼트 등을 인수하면서 방탄소년단이 레이블 홍보 영상에 출연하자 아미들은 바로 반응했다. 방탄소년단이 상업적 도구로만 이용돼 목소리를 잃을까 우려해서다.

빅히트 성장에 걸림돌이 된다며 경계해야 할 것은 멤버의 군 입대 시기나 세계관의 종결이 아니다. 빅히트와 방탄소년단이 시대적 발언가가 되기를 포기하는 순간이 오면 그때가 바로 위험한 때다.
 

김신혜
김신혜 shinhye1@mt.co.kr  | twitter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김신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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