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감정평가법인 등기이사 자리까지 내놓으라는 국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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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는 감정평가산업 개선방안을 통해 이 중 30%를 비자격사로 채울 수 있도록 했다. 감정평가사 자격증이 없더라도 감정평가법인에 들어갈 수 있도록 문을 개방해버린 것이다. /사진=머니S DB
국토부는 감정평가산업 개선방안을 통해 이 중 30%를 비자격사로 채울 수 있도록 했다. 감정평가사 자격증이 없더라도 감정평가법인에 들어갈 수 있도록 문을 개방해버린 것이다. /사진=머니S DB
[단독] 감정평가법인 등기이사 자리까지 내놓으라는 국토부
국토교통부가 지난 9월 내놓은 ‘감정평가산업 개선방안’에서 감정평가사가 아닌 비자격사의 등기이사 선임을 허용해 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전문성 침해의 소지가 있을 뿐 아니라 중앙부처인 국토교통부와 한국감정원,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 출신의 낙하산 보전용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다.

국토해양부(현 국토부) 제2차관 출신인 김희국 의원(국민의힘·경북 군위의성청송영덕)은 최근 관련 내용을 담은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감정평가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감정평가사업계를 대변하는 한국감정평가사협회마저 이번 법안에 대해 지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져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비자격사 이사 허용 논란 왜?


현행 감정평가사법에는 감정평가사만 감정평가법인의 사원과 이사가 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국토부는 감정평가산업 개선방안을 통해 이 중 30%를 비자격사로 채울 수 있도록 했다. 감정평가사 자격증이 없더라도 감정평가법인에 들어갈 수 있도록 문을 개방해버렸다.

이 같은 비율을 단계적으로 완화, 앞으로 비자격사의 사원·이사 비율은 더 높일 수 있다. 비자격사인 사원·이사는 토지 등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사람으로 대통령령이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제도 개선과 관련, 국토부는 감정평가서비스의 범위를 넓히고 국민에게 종합부동산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업계 내 반발이 거세다. 가장 큰 반대 이유는 무분별한 영역 침해로 감정평가의 공정성과 중립성 훼손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한 감정평가사는 “토지 보상가격이나 담보가격을 평가하는 업무는 보수를 받는 일임에도 가치판단의 공정성과 중립성이 매우 중시된다”며 “비자격사가 경영진으로서의 의사결정권을 갖게 되면 수익을 추구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8대 자격사 중 비자격사의 등기이사를 허용하는 분야가 없는 이유는 전문성을 유지하기 위함인데 경영권을 좌지우지하고 사유화할 위험이 있다”고 꼬집었다. 8대 자격사는 아니지만 법적 자격인 공인중개사법인의 경우 비자격사 등기이사를 허용한다. 이에 대해 감정평가업계 관계자는 “공인중개사는 대형법인보다 소규모 사무소 형태가 많고 권리분석이 주업무여서 공정성이나 중립성의 가치판단이 필요한 영역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국감정평가사협회 회관 전경. /사진제공=한국감정평가사협회
한국감정평가사협회 회관 전경. /사진제공=한국감정평가사협회



국토부 낙하산용인가?


또 다른 우려는 국토부 출신 공무원의 ‘낙하산’ 인사다. 감정평가업계 한 관계자는 “이전에 감정평가업무를 수행하던 한국감정원의 역대 원장은 국토부 출신의 낙하산 인사가 많았다”며 “같은 상황이 반복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감정평가법인은 감정평가사가 출자하는 주식회사 형태로 운영된다. 업계에 따르면 감정평가사가 200명 이상인 대형법인은 13곳으로 등기이사가 많게는 20명에서 최소 12~13명 수준이다. 등기이사의 30% 가량이 비자격사 경영진으로서 정책 의사결정을 할 경우 감정평가제도의 근간이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지적에 대해 국토부 부동산평가과 관계자는 “정부나 공공기관 출신이더라도 전문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사람의 이사 선임은 힘들다”며 “협회와 대형·중소법인, 개인사무소에 소속된 다양한 감정평가사의 의견을 들어 합리적으로 마련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비자격사로서 전문성이 있는 사례로는 회계사·변호사·컨설턴트 등 토지개발 및 관리 분야의 경력자가 될 수 있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정부나 공공기관 출신의 이사 선임 제한 규정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즉 퇴직공무원 등의 낙하산 인사를 막을 장치가 없는 셈이다. 법안을 발의한 김희국 의원실 관계자도 “협회가 적극 수용 의사를 밝혔고 법안 개정 과정에 일부 불만이 있을 수 있겠지만 논의를 통해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대표이사 금지 실효성 있나?


이번 법 개정과 관련해 업계를 대변하는 감정평가사협회마저 적극 찬성 의사를 밝혀 빈축을 샀다. 협회는 비자격사의 사원·이사를 허용하는 데 합의하는 대신 기존에 비자격사의 대표이사 허용 규정을 폐지했고 이사 등이 2개 이상의 법인과 사무소에 소속될 수 없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협회 한 관계자는 “비자격사의 대표이사 선임을 금지하고 2개 이상 법인의 주식소유를 제한해 복수감정에 따른 이해충돌을 막으면서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 역시 현행 법상 대표이사에 대한 낙하산 인사는 가능하지만 앞으로 이를 제한해 일종의 안전장치가 될 것이란 입장이다. 하지만 이는 전혀 실효성 없는 대안이란 게 감정평가사들의 반박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현재 비자격사가 감정평가법인 대표이사로 있는 사례는 없다. 현행 비자격사의 감정평가법인 대표 선임 규정은 과거 감정평가업무를 수행했던 한국감정원을 위한 것에 불과하다고 감정평가사들은 지적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표이사의 경우 책임이 많아 낙하산용으로 인기가 없고 1~2년마다 교체되기 때문에 실질적인 의사결정권은 약한 편”이라며 “반면 등기이사가 경영진의 30%를 차지하면 회사의 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노향
김노향 merry@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산업2팀 김노향 기자입니다. 부동산·건설과 관련한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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