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원→4만원→2만원… 널뛰는 탄소배출권 가격 어쩌나

[머니S리포트-탄소배출권에 숨 못 쉬는 산업계③] 제도 시행 이후 6년 동안 톤당 거래가 급등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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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탄소배출을 줄여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정부의 탄소배출권 거래제 3기가 내년부터 시작된다. 2015년부터 올해까지 진행된 1기와 2기엔 탄소배출권 가격 급등과 불안정한 수급으로 기업이 숨막혀 했다. 내년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친환경 정책까지 얽혀있어 기업에게 배출권은 생존의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 시장운영실에서 직원이 배출권 거래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 사진=뉴스1
한국거래소 시장운영실에서 직원이 배출권 거래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 사진=뉴스1
제3차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시행이 임박하면서 배출권 가격 안정화를 촉구하는 산업계의 목소리가 높다. 2015년 제도 시행 이후 무섭게 치솟던 배출권 거래 가격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폭락을 거듭하다 최근 다시 소폭 오르는 등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어서다.

가격 변동의 불확실성은 제도의 영향을 받는 기업의 구매 부담을 키우는 요소다. 3차 계획의 본격적인 시행에 앞서 내실 있는 제도 운영을 위해 가격 안정화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고삐 풀린 배출권 가격



배출권 가격은 1차(2015~2017년)와 2차(2018~2020년) 계획기간 동안 꾸준히 상승해왔다.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배출권 시장이 개장한 2015년 1월12일 톤당 8640원이었던 거래 가격은 매년 가파르게 상승해 4년 만인 지난해 1월 월간 최고 거래 가격이 3만8000원(종가 기준)으로 4배 이상 치솟았다. 배출권 가격은 이후로도 꾸준히 상승해 올 4월3일 기준 4만2500원까지 뛰었다. 제도가 시작된 시점과 비교하면 5배가량 높은 금액이다.

배출권 가격의 급격한 상승은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 때문이다. 임재규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기업일수록 정부 할당량을 맞추기 위해서 배출권을 구매해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며 “1,2차 계획기간 동안 배출권이 필요한 기업은 많은 반면 판매하려는 기업은 적어 가격이 치솟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가격이 오를수록 기업이 배출권 여유분을 시장에 판매하지 않고 이월해 보유하려는 현상이 이어지며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을 부채질했다는 설명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배출권 가격은 올 5월 폭락했다. 톤당 4만원이던 배출권 가격은 지난 5월 3만원대로 내려앉은 데 이어 7월 2만원대로 더 떨어졌고 8월19일에는 종가 기준 1만7800원까지 주저앉았다. 코로나19로 생산시설 가동이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9월부터 다시 2만원대를 회복하면서 11월25일 종가 기준 2만2500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배출권 가격의 변동성 문제는 산업계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10월 말 배출권거래제 참여기업 364개사를 대상으로 ‘배출권 거래제 대응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기업들은 지난 1·2차 계획기간 중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배출권 가격 급등락’(25.5%)을 꼽았다. 아울러 3차 계획기간에 정부가 추진해야 할 중점과제로 ‘배출권 가격 안정화’(28.8%)를 요청했다.

김녹영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센터장은 “지난 1·2차 계획기간이 배출권 거래제 시범운영 단계였다면 3차 계획기간부터는 본격시행 단계여서 배출권 가격을 안정화해 기업들이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은옥
/그래픽=김은옥


여전한 불확실성



문제는 3차 계획기간에도 가격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점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3차 계획기간은 총 5년이며 2021~2023년 3개년 1단계와 2024~2025년 2개년 2단계로 나뉜다. 정부는 3차 계획기간 개인투자자 및 금융투자회사 등 제3자의 시장 참여와 장내 파생상품 도입 등의 조치를 통해 가격 안정화를 꾀할 방침이지만 언제부터 어떤 방식으로 시행할지 구체적인 계획은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다.

김태선 나무ENR 대표는 “제3자의 거래참여 유도나 파생상품 개발 등은 방법이나 시스템을 준비하고 점검하는 등의 과정을 거치면 2023년에서 2024년에나 시행이 가능한 조치”라며 “적어도 3차 계획기간의 첫 3개년은 1·2차 계획기간과 마찬가지로 배출권 가격의 불안정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이어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배출권 가격이 급격히 떨어지긴 했지만 다시 반등세를 보일 것”이라며 “이미 바닥은 확인한 상태여서 앞으로 연료 수요 회복이나 경기 회복 국면이 본격화되면 가격은 서서히 재상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지웅 부경대 경제학부 교수는 “배출권 가격의 변동성이 크면 기업들은 온실가스 감축투자와 배출권 매매 등 의사결정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한국보다 먼저 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한 유럽 등의 사례를 참고해 시장 안정화 조치를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미 한국에는 가격 안정화를 위한 장치는 구비돼 있다. 정부가 시장 안정화 명목으로 1400만톤의 예비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 다만 발동 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게 문제다.

배출권거래법 제23조 및 시행령 제30조에 따르면 시장 안정화 조치는 ▲탄소배출권 가격이 6개월 연속으로 직전 2개 연도의 평균 가격보다 3배 이상으로 높게 형성될 경우 ▲최근 1개월의 평균 거래량이 직전 2개 연도의 같은 월평균 거래량 중 많은 경우보다 2배 이상 증가하고 최근 1개월의 탄소배출권 평균 가격이 직전 2개 연도의 탄소배출권 평균 가격보다 2배 이상 높은 경우 등에만 가능하다.

예를 들어 첫 번째 조건을 기준으로 2018~2019년 2개년도의 배출권 평균 가격이 3만원이라고 가정할 경우 현재 거래 가격이 9만원을 넘어서야만 안정화 조치를 발동할 수 있는 셈이다.

김태선 대표는 “현행 시장 안정화 조치는 시장의 현실과는 지나치게 동떨어진 명목상의 규정에 불과하다”며 “실제 시장의 상황과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안정화 조치를 보완하고 제도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한듬
이한듬 mumford@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팀 기자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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