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사, 탄소배출권 사는 데만 연간 수천억… ‘생존 달렸다’

[머니S리포트-탄소배출권에 숨 못 쉬는 산업계①] 국가 탄소감축·코로나·바이든 시대 삼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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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탄소배출을 줄여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정부의 탄소배출권 거래제 3기가 내년부터 시작된다. 2015년부터 올해까지 진행된 1기와 2기엔 탄소배출권 가격 급등과 불안정한 수급으로 기업이 숨막혀 했다. 내년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친환경 정책까지 얽혀있어 기업에게 배출권은 생존의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도서관 외벽에 서울 천만 시민긴급 멈춤기간을 알리는 현수막(가운데)과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사진=뉴시스 김선웅 기자, 로이터
서울도서관 외벽에 서울 천만 시민긴급 멈춤기간을 알리는 현수막(가운데)과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사진=뉴시스 김선웅 기자, 로이터
# 현대제철은 올 연말 정부의 ‘탄소배출권 거래제’ 3차 할당을 앞두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톤(t)당 3만원대 후반이었던 배출권 가격이 올 들어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장중 한때 1만5000원 선까지 떨어지는 등 약세를 보였다. 11월25일 종가 기준 배출권 가격은 톤당 2만25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만3150원에 비해 32% 가량 빠졌다. 문제는 3기 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되는 내년엔 톤당 배출권 가격이 다시 3만원대로 뛰고 이후에도 4만~5만원 선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산업부문에서도 현대제철이 소속된 철강부문은 유상할당 비중이 3%에서 10%로 강화되는 분야에서 제외됐지만, 이처럼 배출권 가격이 상승할 경우 올해보다 부담금은 훨씬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1월20일 취임 예정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본인의 평소 지론대로 ‘탄소 제로’ 정책을 강력히 펼칠 경우 배출권 가격은 훨씬 더 치솟을 수도 있는 만큼 현대제철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 에쓰오일(S-Oil)은 정유 4사 중 온실가스 배출권을 가장 많이 구매해야 한다. 2015년 신규 석유화학 시설을 가동하면서 생산량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 업체는 지난해 기준 다른 정유사보다 156만톤을 더 배출했다. 내년도 걱정이다. 해상에서 배출하는 황산화물 배출량 저감을 위해 선박이 사용하는 연료유의 황 함량은 기존 3.5% 미만에서 0.5% 미만으로 대폭 강화됐다. 이를 위해 조 단위의 탈황시설을 설치해야 하지만 현재 1조원의 영업손실을 보고 있어 투자가 여의치 않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3차 계획이 2021년부터 시행되면서 관련 기업의 고민이 깊어졌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정부가 매년 기업의 탄소배출 총량을 정한 뒤 배출권을 할당해주고 배출권이 모자라는 기업은 남는 기업으로부터 구매해 쓰도록 하는 제도다. 거래제는 2015년 도입돼 1차(2015∼2017년)에 이어 2차(2018∼2020년) 계획이 올해 끝나고 내년 1월부터 2025년까지 3차 계획에 들어간다.

3기 규제는 강력해진다. 우선 배출권거래제 적용 대상이 62개 업종 589개 업체에서 69개 업종 685개 업체로 확대된다. 유상할당 비중은 3%에서 10%로 늘어난다. 가령 총할당이 100이면 이 중 10은 배출권을 구매해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유상할당 총량은 825만톤이다. 할당량을 10%로 확대하면 총량은 2750만톤으로 증가한다. 내년 시장 전망 가격은 톤당 3만원으로 총 8250억원에 달한다. 탄소 배출량도 2기(6억9100만톤)보다 2800만톤을 감소시킨 6억6300만톤에 맞춰야 한다. 일부에선 환경부가 기업 감축량과 설비 증설 등을 고려해 연말 배출권 할당 시 감축량을 이보다 더 강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배출권에 가장 민감한 곳은 산업부문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2030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에 따른 제3차 계획기간(2021~2025년) 온실가스 배출권 수량은 ▲전환(발전)부문 11억3892만톤 ▲산업부문 16억3629만톤 ▲건물부문 2366만톤 ▲수송부문 4100만톤 ▲폐기물부문 5846만톤 ▲기타 378만톤 등 총 30억8225만톤이다. 이 중 산업부문 할당량은 ▲석유화학 35% ▲철강 35% ▲시멘트 10% 등으로 나뉜다.



영업익 절반 이상 배출권 구매비용으로



가장 부담이 큰 업종은 일관제철(철광석에서 철을 만드는 제선→제강→압연 등 3단계 공정이 하나의 장소에서 이뤄지도록 하는 제철법으로 ‘고로’가 대표적임) 공정을 가진 철강이다. 24시간 고로를 가동해야 하는 특성상 철강사는 배출권 부족에 시달린다. 국내 온실가스의 40%를 배출하는 발전도 배출권이 부족한 업종 중 하나지만 이들은 한국전력으로부터 초과배출권 구입 비용의 80%를 지원받아 부담이 적다. 업계에선 3기 기간 동안 철강사들이 2기 대비 6.1% 감축률을 이뤄야 한다고 추산한다.
제1~3차 할당계획 주요 제도 변경. /그래픽=김은옥 기자
제1~3차 할당계획 주요 제도 변경. /그래픽=김은옥 기자
2018년부터 3년간 약 600만톤의 배출권이 부족했던 현대제철은 올 3분기까지 2기 기간 동안 654억원의 배출권 부채를 충당했다. 그나마 3분기 들어 배출권 가격이 떨어지면서 2분기(1143억원)보다 충당금이 43%가량 줄었다. 하지만 3기가 시작되는 내년부터는 시장참여자가 늘고 LNG 발전 등의 배출계수를 높여 배출권 가격이 올해보다 크게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철강 생산에서 상대적으로 탄소배출이 많이 유발되는 고로를 운영하는 현대제철 입장에선 곤혹스런 전망이다.

배출권이 남는 포스코도 내년부턴 배출권 관리에 돌입할 가능성이 크다. 2021년 세계 철강 수요는 4.1% 증가하면서 생산량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업계는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 배출권 상승 비용을 제품에 전가할 수도 없어 사면초가인 실정이다. 생산량을 유지하려면 배출권을 구매해야 하지만 배출권 물량은 부족하다. 지난해 배출권 시장 하루 거래량은 1만5000톤 내외에 그치며 톤당 가격이 개장 초기 2만원대 초반에서 3만원대 중후반으로 급등하는 비이상적인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경쟁국인 미국·일본·중국 등이 국가 단위의 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하지 않는 상황에서 원가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벼랑 끝 주력 산업… 정부의 시장개입 줄여야



정유업계 역시 고민이다. 장기 불황을 겪는 정유업계는 공장 가동률을 80%로 줄이며 할당량 내에서 배출권을 운영했다. 하지만 물량이 갈수록 팍팍해지는 만큼 매출이 다시 오를 경우 추가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사업전략을 짜고 있다. 슈퍼섬유 등 신소재로 도약 준비를 하는 화학섬유업계도 마찬가지다. 신소재 관련 제품군은 기존 제품보다 에너지 소비가 높아 생산량이 증가하면 에너지 소비가 상당하다.

시멘트업계 사정도 같다. 시멘트업계의 매출액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은 철강(1.6톤)이나 발전에너지(1.7톤) 대비 4배 이상 높은 7.5톤이다. 그렇다고 3만~4만원대의 배출권을 대량 구매하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시멘트의 톤당 가격은 철강 제품의 10분의 1 수준이기 때문이다. 

특히 산업계는 내년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친환경 정책과 맞물리며 탄소 감축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바이든은 2035년 전력부문 탄소배출 제로 등 녹색 규제 강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세계 9위 탄소 배출국인 한국의 자동차·철강·화학분야가 받는 위협도 커지게 됐다.

올해 코로나19로 무너진 자동차·철강·석유화학 등 주력 산업 대부분은 벼랑 끝에 서 있다. 지금의 사태가 언제 종결될지 쉽사리 예측이 어려운 만큼 기업들은 그야말로 ‘시계 제로’ 상태다. 정부가 시장 참여를 최소화하고 예비물량 할당 등으로 시장 유동성을 형성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 지식기반기술·에너지대학원 교수는 “배출권 거래제는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민간기업이 스스로 감축하게 만든다는 취지”라며 “이월 제한과 예비분 할당 취소 등 규제 중심으로 가는데 정부의 개입을 줄여 시장 제도와 가격을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가림
권가림 hidden@mt.co.kr  | twitter facebook

안녕하세요 산업1팀 권가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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