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탄소배출권 거래제, 과속하면 탈난다

 
 
기사공유
  • 카카오톡 공유
  • 카카오톡 공유
  • 네이버 블로그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공유
  • url 공유
[기자수첩] 탄소배출권 거래제, 과속하면 탈난다
정부의 탄소배출 감축을 위한 행보가 숨 가쁘다. 환경부는 올해 10월 탄소배출권거래제 참여 기업의 배출량 명세서를 받고 올 연말 3차 계획 할당을 위해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한국은 내년이면 배출권 거래제 시행 7년차를 맞는다. 교통과 건설 업종 등이 추가된 69개 업종이 참여한다. 돈을 주고 배출권을 구매해야 하는 기업도 늘어난다.

배출권 거래제의 수행 주체라고 할 수 있는 산업계는 탄소 감축이 앞으로 가야 할 길이란 것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편으론 규제를 왜 이렇게 서둘러야 하는지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탄소감축 규제 속도는 세계 2대 탄소배출 경제권인 중국과 미국보다도 빠르다. 중국은 2013년부터 베이징과 상하이 등 8개 성(우리나라의 광역시·도에 해당)에서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내년부터 국가 단위로 확대할 계획인데 우선 전력부문에만 도입한다. 대규모 제조업 기업이 속한 산업부문은 향후 도입을 검토해 당장의 규제에선 한 걸음 물러나 있다.  

미국도 지역 단위로 운영하고 있다. 석유화학과 철강 기업이 몰린 피츠버그 등에선 시행하지 않는다. 일본은 2010년부터 도쿄·사이타마에서 제도를 시행 중이지만 국가 단위로의 확대 계획은 없다. 

규제 속도는 가파르지만 정부의 지원은 하늘의 별따기다. 철강과 정유업계 등은 탄소 감축 설비를 위해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조 단위의 금액을 투자해야 한다. 하지만 올해 코로나19에 맞닥뜨리며 사상 첫 적자를 내거나 감산하는 등 최악의 시기를 보냈다. 불안정한 대내·외 변수 때문에 설비 투자 감축은 더욱 부담으로 다가온다.

앞으로 대규모 설비투자를 하지 않는 이상 더 줄이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단 호소도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참여기업 364곳을 대상으로 ‘배출권 거래제 대응실태’를 조사한 결과 3차 계획기간 중 온실가스 감축투자 계획을 세우지 못하는 이유로는 59.1% 기업이 ‘감축투자를 위한 아이템 부족’을, 21.1%가 ‘투자자금 조달의 어려움’을 꼽았다.

정부의 정보 비대칭을 지적하는 기업도 여럿이다. 배출권 장내 거래 상황을 주식처럼 하루 단위가 아니라 한달치를 모아 공개한다. 이 때문에 매수·매도 타이밍과 시장 흐름을 놓쳐 손해를 보는 기업도 있다. 

또 정부와 한국거래소(KRX)는 배출권시장협의체를 만들어 참가 기업에게만 물량 정보와 시장 상황 등을 공유하고 있다. 순수히 기업들의 요청사항을 듣기 위함이었다면 연회비는 받지 말았어야 했다. 이들은 이 연회비로 워크숍을 가기도 한다. 기업이 크든 작든 배출권 거래는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해야 하지만 협의체를 핑계로 정보 비대칭을 만들고 있다. 가뜩이나 물량 부족과 발전사의 투기 현상이 맞물리며 지난해 배출권 가격은 4만원까지 치솟는 등 시장 유동성이 부족한 상황인데 ‘시장 같지 않은 시장’에 기름을 붓는 꼴이다.

정부가 배출권거래제를 장기적으로 끌고 가려면 산업계를 설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이유를 만들어내는 게 급해 보인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는 달성 불가능한 목표를 세우면서 기업의 경쟁력 후퇴도 불가피해졌다는 하소연이 나올 게 뻔하다. 

서비스 산업 중심인 유럽연합(EU)의 유상할당과 탄소감축 세습에만 혈안이 돼 기업 지원을 잊으면 탈이 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권가림
권가림 hidden@mt.co.kr  | twitter facebook

안녕하세요 산업1팀 권가림 기자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 0%
  • 0%
  • 코스피 : 3013.93하락 71.9718:01 01/18
  • 코스닥 : 944.67하락 19.7718:01 01/18
  • 원달러 : 1103.90상승 4.518:01 01/18
  • 두바이유 : 55.10하락 1.3218:01 01/18
  • 금 : 55.39하락 0.3118:01 01/18
  • [머니S포토] 코로나19 대응 및 백신 접종 계획 관련 국민의당·대한의사협회 간담회
  • [머니S포토] 오늘부터 카페서 1시간 이용 가능
  • [머니S포토] '국정농단' 이재용, 징역2년 6개월 법정구속
  • [머니S포토] 문재인 대통령 "이명박·박근혜 사면 지금 말할 때 아냐"
  • [머니S포토] 코로나19 대응 및 백신 접종 계획 관련 국민의당·대한의사협회 간담회

커버스토리

정기구독신청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