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왕관의 무게'… 버틸까, 무너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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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왕관의 무게/그래픽=김영찬 기자
롯데그룹 왕관의 무게/그래픽=김영찬 기자
재계 5위. 자산 121조. 롯데가 짊어진 왕관은 무겁다. 조금 다르게 위기로 읽힌다. 사드 사태로 인한 피해와 경영권을 놓고 벌인 왕좌 다툼이 잠잠해졌다지만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국적논란에 든든한 아군이 되어줄 핵심사업도 없다. 지주사 체제 전환 어느덧 3년. ‘뉴롯데’를 외치던 신동빈 회장의 꿈은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이던 호텔롯데 상장과 함께 멀어지는 분위기다. 신 회장이 쓴 왕관의 무게도 점점 무거워지고 있다. 



일본인 아들에 배당주고 합작해도… "한국 '롯데' 맞스므니다"



#. 신동빈. 1955년 도쿄 출생. 한국-일본 이중국적. 일본 아오야마가쿠인대,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MBA. 1980~1988년 노무라증권 근무. 1988년 일본 롯데그룹 입성(롯데상사 이사). 1990년 한국 롯데그룹 입성(호남석유화학 상무). 1996년 한국 국적 상실 후 재취득, 일본 국적 포기. 1997년 한국 롯데그룹 부회장. 2011년 한국 롯데그룹 회장. 2020년 일본 롯데그룹 회장.

#. 신유열. 신동빈의 장남. 1986년 도쿄 출생. 일본국적자. 일본 아오야마가쿠인대,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MBA. 2014~2020년 노무라증권 근무. 2020년 일본 롯데그룹 입성((주)롯데 이사).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 회장 아들 신유열씨/사진=뉴스1, 뉴시스 DB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 회장 아들 신유열씨/사진=뉴스1, 뉴시스 DB
‘치열한 형제의 난’ 끝에 한·일 롯데 원톱이 된 신동빈 회장과 그의 아들 신유열씨. 오너 가 2~3세인 이들의 발자취는 닮아도 너무 닮았다. 출생지부터 학교·경력·입사까지 짜 맞춰낸 듯 똑같다. 신유열씨가 최근 일본 ㈜롯데 영업본부 유통기획부에 입사한 사실이 알려진 뒤 세간의 초점은 더 그에게 쏠렸다.

아버지와 같은 길인 신씨의 행보를 3세 경영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다만 롯데 측에선 신씨를 드러내는 것 자체를 극도로 꺼리는 분위기다. 그와 관련 정보가 드러날수록 민감한 문제가 더 불거질 수 있어서다. 롯데그룹의 해묵은 국적 논란도 그중 하나다.

◆국내 존재감은 ‘영’… 일본선 상당한 입지

롯데는 그동안 ▲일본에서 창업 ▲오너 일가가 모두 일본 출생에 일본 국적 ▲지배구조 정점이 일본기업 ▲유니클로·아사히주류·후지필름 등 일본에 본사를 둔 기업과 합작하거나 지분을 나눈 경우 다수 ▲국내에서 번 돈이 일본으로 유입되는 구조 등 ‘일본기업’이란 정체성 논란에 시달려왔다.

최근 화제가 된 3세인 신씨만 놓고 봐도 그렇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일본 국적자로 한국어는 전혀 구사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활동도 없다. 올해 초 고 신격호 명예회장 별세 당시 영결식에 모습을 드러낸 게 전부다. 반면 일본에선 상당한 입지가 있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2015년 신씨의 결혼식 피로연에 아베 신조 당시 총리가 참석했을 정도다. 배우자 역시 일본인이다.

롯데는 일본에서 뒷배경 효과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신씨의 어머니이자 신 회장의 부인인 시게미츠 마나미씨는 일본 최대 건설사로 꼽히는 다이세이건설 오고 요시마사 부회장의 차녀로 명망 있는 귀족 가문의 일원이다.

재계에서 신씨의 2년 뒤를 장담하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일본과의 고리가 많아도 너무 많다. 신 회장은 일본 롯데 입사 후 2년 뒤 한국 롯데로 적을 옮겨 본격적인 경영 승계를 시작했지만 신씨의 2년 뒤 한국행에는 적잖은 무리가 따를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국적부터 병역문제까지 신씨가 가진 민감한 문제가 앞으로 그룹을 뒤흔들 만한 난제로 작용할 수 있다”며 “신씨의 입사가 매우 극비리에 이뤄진 것도 롯데 안팎을 둘러싼 논란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지배구조 핵심… 호텔롯데 상장 ‘산 넘어 산’

롯데그룹 스스로도 ‘국적 논란’을 타파하겠다며 3년 전 롯데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지주사 전환을 통해 지배구조를 개편하고 핵심인 호텔롯데 상장을 진행하기 위한 신 회장의 특단의 조치였다. 롯데는 일본 롯데홀딩스를 통해 국내에서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해 온 호텔롯데를 지배하는 구조였다. 신 회장 등 오너 일가는 광윤사를 통해 일본 롯데홀딩스에 영향력을 미치는 방식으로 지배력을 이어왔다.

롯데지주가 출범한 후 주요 계열사가 롯데지주로 편입되고 순환출자 고리가 해소됐지만 호텔롯데가 지주사 밖에서 지주사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여전하다. 일본과의 연결고리가 계속되는 것이다.

롯데그룹 '왕관의 무게'… 버틸까, 무너질까
호텔롯데 최대주주는 일본 롯데홀딩스로 호텔롯데 지분 19.07%를 보유하고 있다. 일본 주식회사인 L투자회사와 광윤사 등이 나머지 80.21%를 보유 중이다. 호텔롯데는 다시 그룹 지주사인 ▲롯데지주 11.04% ▲롯데쇼핑 8.86% ▲롯데알미늄 38.23% ▲롯데건설 43.97% ▲롯데글로벌로지스 10.87% 등 주요 회사 21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룹 내 자금 흐름의 종착지가 일본이란 점은 반박할 수 없는 현실이다. 호텔롯데가 배당을 실시할 경우 국내 계열사가 벌어들인 돈은 고스란히 배당을 통해 일본 주주에게 돌아가는 구조다. 실제 지난해 일본 롯데 계열사가 호텔롯데로부터 배당으로 챙겨간 규모는 101억원을 넘는다.

마지막 퍼즐은 호텔롯데 상장뿐이다. 호텔롯데가 상장할 경우 주주 구성이 바뀌고 일본 지분이 희석되면서 자연스럽게 ‘국적 논란’을 잠재울 수 있다. 신 회장이 호텔롯데 상장을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으로 두고 추진해 온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수를 만나면서 상장 작업에 차질이 생겼다. 상장에 필수적인 호텔롯데의 양축인 호텔과 면세점 부문이 코로나19 직격탄으로 영업위기에 직면하면서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 역시 호텔롯데의 빠른 상장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 지주 역시 ‘상장’을 최종 목표로 두면서도 신중한 입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영업손실만 수천억원이 쌓이는 상황에서 당장은 코로나19 사태 진정이 상장보다 선결 조건으로 보여진다”며 “롯데그룹 매출 95%가 한국에서 나오고 일본 배당 역시 투자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기업임을 내세우고 있지만 상장이 진행되지 않는 한 ‘일본기업’ 꼬리표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mt.co.kr



사드에서 시작된 롯데의 추락… 악몽이 된 ‘대륙의 꿈’


현재 롯데가 겪는 위기는 2017년 사드 사태가 발단이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사진=로이터
현재 롯데가 겪는 위기는 2017년 사드 사태가 발단이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사진=로이터

롯데그룹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주력사업인 유통부문은 몇 년째 부진의 늪에 빠져 있고 실적을 견인해온 화학 부문도 올 들어 뒷걸음질쳤다. 그룹의 양대 축이 모두 무너지면서 사상 최악의 위기에 놓였다는 평가다. 재계 5위 롯데그룹을 흔들어놓은 주범으론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가 지목된다. 당시 중국의 사드 보복이 시작되면서 롯데는 현지에서 사실상 쫓겨났다. 사드가 롯데에 남긴 생채기는 아직도 아물지 못하고 남아있는 모습이다.

◆10조원 쏟아부은 ‘공든 탑’… 사드에 무너졌다

롯데의 악몽은 2016년부터 시작됐다. 그해 9월 박근혜 정부가 한반도 내 사드 배치를 공식화하자 중국은 한국에 대한 전방위적인 제재를 가했다. 대표적인 것이 ▲한국 단체관광 금지 ▲한류 콘텐츠 방영 금지 ▲한국제품 불매운동 등이다.

특히 경북 성주 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제공한 롯데는 1순위 보복 타깃으로 지목되며 큰 피해를 입었다. 당시 중국에 진출한 롯데 계열사는 ▲제과 ▲마트 ▲백화점 ▲관광 ▲화학 등 20여개. 본격적인 보복이 시작된 2017년 한 해 동안 롯데가 입은 유무형의 피해 규모는 2조원에 육박한다.

롯데그룹 '왕관의 무게'… 버틸까, 무너질까


피해를 견디지 못한 롯데는 결국 대륙의 꿈을 접었다. 계열사는 순차적으로 사업을 정리했다. 롯데마트는 현지 점포 110개를 모두 매각했다. 당시 두 차례 걸쳐 6000억원가량의 자금을 수혈하며 버텼지만 결국 1년 만에 철수 수순을 밟았다.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중국 당국의 영업정지 처분으로 장기간 문을 닫은 롯데마트는 시장 가치가 떨어지면서 현지 업체에게 헐값에 넘어갔다. 롯데백화점은 청두점 1곳을 제외하고 매장을 모두 정리했다.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도 각각 3곳의 현지 공장 중 2곳씩 매각을 추진했다. 식품 부문의 구조조정은 지난해 결정됐다. 사드 사태가 진정되는 국면에서도 롯데의 출혈은 계속됐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금한령으로 인한 관광 계열사의 피해도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연간 800만명이던 중국인 관광객이 사드 사태 이후 절반 수준으로 줄면서 롯데면세점과 호텔 매출이 급감했고 내수 시장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다.

총 3조원 규모의 대규모 사업인 랴오닝성 ‘선양 롯데타운 프로젝트’도 소방점검을 이유로 공사 중단 명령이 내려졌다. 테마파크·백화점·쇼핑몰·시네마·호텔·오피스 등을 짓는 이 프로젝트엔 이미 2조원이 투입된 상황이었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4월 공사 재개를 허용했지만 롯데는 현지 시장 환경 악화를 고려해 현장을 방치하고 있다.

중국은 롯데가 1994년 첫 진출한 이후 20년 넘게 공들여온 시장이다. 이 기간 롯데가 중국에 쏟아부은 돈만 1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신동빈 회장도 중국 사업에 대한 애착이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롯데는 국가 안보를 위해 피해를 감수하며 정부에 협조했다. 결과는 수조원의 손실로 돌아왔다. 이에 대한 보상은 없었다. 2017년 5월 문재인정부가 출범하면서 중국과 해빙 모드가 조성됐으나 롯데에 대한 제재 조치만은 장기간 유지됐다. 롯데 내부에선 이 조치가 현재까지 유효한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중국의 제재가 풀린 적이 없는 만큼 사드 여파는 여전하다”며 “안타깝게도 사드 피해에 대한 정부의 보상은 없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왕관의 무게'… 버틸까, 무너질까


◆사드 다음 ‘불매’, 그 다음은 ‘코로나19’

사드 사태 이후 롯데는 탈(脫) 중국 전략을 폈다. 성장잠재력이 높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로 투자를 확대하며 해외 신시장을 공략했다. 하지만 롯데의 시련은 끝나지 않았다. 지난해 7월 일본의 수출 규제로 일본산 불매운동이 시작된 것이다.

롯데는 일본과 합작기업을 설립하고 유니클로와 무인양품 등 일본 브랜드를 국내에 들여왔다는 점에서 국적 논란에 휩싸였다. 결국 불매 목록에 롯데도 이름이 올랐고 이에 따른 영향은 곧바로 실적으로 나타났다. 롯데쇼핑의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6% 감소하며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롯데는 사드 사태 때는 한국기업이란 명목으로, 불매 여론에선 일본기업이란 이유로 중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불매 대상이 됐다. 롯데 입장에선 억울한 면이 있지만 그만큼 외부 변수에 취약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리스크 요인이다.

일본 이슈가 채 가시기도 전인 올 초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오프라인 중심 사업을 전개하던 롯데는 코로나19가 불러온 ‘언택트’(비대면) 시대에 적응하지 못했다. 결국 롯데쇼핑의 상반기 매출액은 8조122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8% 줄었고 영업이익은 82% 급감했다.

2017년 중국 롯데백화점 앞 중국인이 시위하는 모습(위), 2019년 유니클로 앞 한국인의 시위 현장. 유니클로는 한국법인은 롯데가 지분 49%를 가지고 있다. /사진=뉴스1
2017년 중국 롯데백화점 앞 중국인이 시위하는 모습(위), 2019년 유니클로 앞 한국인의 시위 현장. 유니클로는 한국법인은 롯데가 지분 49%를 가지고 있다. /사진=뉴스1


◆메스 든 신동빈… 외부 리스크 탈피할까

롯데쇼핑은 3분기 들어 실적 개선을 이뤘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1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8% 늘었고 당기순이익 역시 30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됐다. 하지만 이는 연초부터 경영 효율화 전략을 내세운 고강도 점포 구조조정의 결과일 뿐 실질적인 위기 탈출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3분기 이익을 냈지만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8% 줄어든 4조1059억원에 머물렀다.

그만큼 갈 길은 멀다. 오프라인 중심의 내수 소매 유통업이란 사업방식을 바꾸지 않는 이상 실적 반전을 기대하긴 어려워서다. 변화를 꿈꾸며 지난해 4월 야심 차게 선보인 온라인 쇼핑 플랫폼 ‘롯데온’의 성적도 형편없다.

위기를 탈피하기 위해 신동빈 회장은 기존 사업의 디지털 전환(DT)에 열을 열리고 있다. 신사업 육성에도 박차를 가하는 분위기다. 신 회장은 최근 미래 먹거리 발굴을 주문하며 임원을 채찍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부 돌발 변수에 더 이상 좌우되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신 회장의 체질 개선 뜻은 정기 인사에서도 드러났다. 지난 26일 정기 인사에서 임원 600여명 중 약 30%가 자리에서 물러나고 약 10%가 새 임원으로 채워졌다. 약 100명의 임원이 옷을 벗은 것이다. ‘젊은 피’도 수혈했다. 최고경영자(CEO)자리에 50대 초반 임원을 전진 배치시킨 것. 이번 인사를 기반으로 신 회장이 위기를 극복하고 ‘뉴롯데’를 향한 가속페달을 밟을지 주목된다. 

김경은 기자 silver@mt.co.kr



공든 롯데 무너질까… 경쟁사에 다 뺏겨



“롯데가 요즘 잘하는 게 뭐 있나요? 이 정도면 예전 호황도 그냥 운이 좋았던 거 아닌지….”

롯데를 두고 재계 안팎에선 이런 평가를 내린다. 창립 이래 최대 위기. 롯데그룹에 붙는 수식어도 비슷한 맥락이다. 경영권 다툼과 국정농단 사태 등이 올해 초 대부분 일단락되던 차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빨간불 켜진 롯데그룹/사진=뉴스1 DB
빨간불 켜진 롯데그룹/사진=뉴스1 DB
이미 오프라인 유통 침체로 마트와 백화점 등 주력 사업이 동력을 잃어가던 시점. 코로나19까지 더해지며 그야말로 최악의 1년을 보내는 중이다. 호텔과 외식 등 전통산업에 치우친 롯데그룹 특성상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재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나온다.

◆핵심 축 ‘흔들’… 롯데온도 망했다

롯데그룹의 두 축은 유통과 화학이다. 올해 상반기 두 부문의 영업이익은 각각 98.5%과 90.5% 쪼그라들었다. 신동빈 회장이 더 크게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쪽은 유통이다.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은 올해 사상 최악의 성적표가 예고됐다. 매 분기 부진한 성적을 내놓다 3분기엔 점포정리 효과를 살짝 봤다. 롯데쇼핑 3분기 매출액은 4조105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8% 줄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6.8% 증가한 1111억원을 기록했고 당기 순이익은 30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했다.

3분기 실적이 비교적 선방한 배경은 점포 정리를 통한 비용 감축 효과다. 롯데마트와 롯데슈퍼의 적극적인 구조조정이 손익 개선으로 이어진 것이다. 실제 롯데마트는 3분기 영업이익 32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60.5% 신장했다. 롯데쇼핑이 3분기까지 폐쇄한 점포는 총 88곳이다. 연말까지 90곳을 채울 것으로 보고 있다.

2조 물량을 쏟아부은 ‘롯데온’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롯데온을 운영하는 롯데e커머스와 H&B스토어 롭스 등이 포함된 롯데쇼핑 기타 사업부는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고꾸라졌다. 3분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56% 감소한 1370억원을 기록했고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8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0억원 늘었다.

롯데쇼핑은 최근 몇 년 새 실적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영업이익뿐 아니라 매출도 매년 감소폭이 커지고 있다. 2016년 23조원에 달했던 롯데쇼핑 매출은 2018년 17조8208억, 지난해 17조6220억원으로 줄었다. 2016년 9000억원을 넘어섰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4279억원으로 줄었고 올 상반기에는 535억원에 그쳤다. 롯데쇼핑 역사상 최악의 성적표가 예상된다.

롯데그룹 '왕관의 무게'… 버틸까, 무너질까
면세점과 호텔 및 월드 등을 주축으로 하는 호텔롯데 사정도 다르지 않다.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타격이 3분기에도 계속됐다. 3분기 호텔롯데는 영업손실 46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했다. 매출액은 2조814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5조3980억원) 대비 50%가량 급감했다.

호텔롯데의 4개 사업 부문 모두 타격을 입었다. 특히 호텔 부문의 피해가 컸다. 호텔사업부의 영업손실은 2830억원. 전년 동기(영업손실 641억원)에 비해 적자폭이 커졌다. 매출 또한 36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가량 감소했다.

면세사업부의 영업손실은 846억원이다. 매출은 2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가량 감소했다. 이중 롯데면세점의 경우 3분기 영업손실 110억원과 매출 8453억원을 기록했다. 놀이공원 등 월드사업부는 올해 영업손실 926억원과 매출 977억원을 기록했다. 리조트사업부는 영업손실 30억원 및 매출 553억원에 그쳤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호텔롯데가 영위하는 사업 모두 코로나19 여파를 그대로 받지만 인건비와 유지보수비 등 고정비용이 높은 탓에 손실이 크다”며 “쇼핑 오프라인 점포를 접으면서 롯데온도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해 시장에서 롯데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석유화학 의존 90%… 화학 부문 사업성 ‘빨간불’

문제는 쇼핑뿐 아니라 화학 부문 사업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는 것이다. 2분기에 비해 3분기 선방한 점은 다행스럽다는 평가다. 롯데케미칼은 3분기 매출 3조455억원과 영업이익 193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1% 줄었고 영업이익은 39.3% 감소했다.

하지만 전 분기와 비교해선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3.5%, 489% 늘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원료가 약세 지속 및 제품 스프레드 확대로 전 분기 대비 높은 실적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3분기는 시장 기대치를 웃돌았지만 화학업계 4분기가 비수기인 점을 미뤄볼 때 한 해 성적표는 시장 기준에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의 전망은 더 어둡다. 롯데케미칼의 사업성이 타사에 비해 좋지 않아서다. 롯데케미칼은 그동안 화학업계 1위 자리를 두고 LG화학과 치열한 다툼을 벌여왔다. 5년 전만 해도 LG화학 영업이익이 1조8235억원으로 롯데케미칼의 1조6111억원을 앞섰지만 이듬해 롯데케미칼이 2조544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면서 LG화학을 크게 앞질렀다.

본격적인 하락세는 지난해부터다. 롯데케미칼 영업이익이 1년 새 40% 쪼그라들면서 LG화학에 1위 자리를 내줬다. 가장 큰 원인은 석유화학 업황 침체다. 롯데케미칼은 매출의 90% 이상이 석유화학 부문에서 나올 만큼 의존도가 높다. 석유화학 업황이 안 좋아지면 고스란히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면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등 사업다각화에 성공했다. 세계 전기차 배터리시장 1위로 지난 2분기 사상 첫 흑자를 내고 배터리사업 부문 물적분할에도 성공했다.

재계 관계자는 “5년 전 롯데케미칼이 삼성SDI의 케미컬 사업 부문과 삼성정밀화학 등을 3조원에 인수한 것을 두고 지나치게 가격이 높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며 “실적이 부진하고 롯데케미칼과의 시너지도 제한적이었다. 결국 신동빈 회장의 M&A 실패로 보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유통과 화학 외에도 롯데그룹에는 부진한 성적의 계열사들이 많다. 롯데그룹 식품계열사는 경쟁 식품사의 선방 속 역성장을 면치 못했다. 특히 롯데칠성음료의 올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93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간보다 18.1% 감소했다. 매출은 전년보다 8.3% 줄어든 1조7506억원을 기록했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칠성은 주류와 음료 사업 모두 경쟁사에 시장점유율을 뺏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mt.co.kr
 

김설아 ·김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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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 산업팀 김경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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