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국가 보안… 멀고 먼 '방산 왕국'

[머니S리포트-K-방산 '비상의 날갯짓'③] '규제' 프레임 벗고 '제2도약'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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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K-방산이 비상의 날갯짓을 시작했다. 과거 조선·기계·철강·정유·화학이 누리던 영광이 이제 방위산업을 비추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걸림돌도 함께 놓여있다. 정부 주도 하에 징벌적 제재가 따라붙는 현재 사업모델 탈피가 불가피하다. 내수를 키우고 수출 길도 열어줘야 한다. 주도적으로 변하지 않으면 K-방산의 미래도 없다. 기로에 놓인 방위산업의 현주소와 한계를 짚어본다.
# 국내 방산시장과 환경이 가장 비슷한 나라 터키. 이곳에선 사업규모와 상관없이 계약금액 대비 70% 이상 절충교역 의무를 부과한다. 전체 방산 수출의 40% 이상을 절충교역으로 진행하는 셈이다. 터키뿐 아니라 네덜란드도 매년 30% 이상을 절충교역으로 확보한다. 이 중 20%는 중소기업에 의무할당제로 넘긴다.

# 세계 방산시장 점유율 1위. 미국은 자국 업체가 방산 물자를 수출할 경우 기술료를 면제해 준다. 영국도 수출을 목표로 개발된 기술이나 제품에 대해선 기술료를 받지 않는다. 이스라엘은 정부 소유 기술을 이용해 개발한 제품이 수출되면 기술료를 면제한다. 방산 선진국은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앞다퉈 기술료 면제 방식을 도입 중이다.


전력화사업이 성공적으로 종결된 K9자주포/사진=뉴스1 DB
전력화사업이 성공적으로 종결된 K9자주포/사진=뉴스1 DB
‘방산 강국’이 되기 위해선 세계적인 방산기업 트렌드를 읽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한다. 국내 방산산업이 내수를 넘어 수출형으로 나아가는 것은 물론 수요 위축과 같은 능동적 변수에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선진모델을 벤치마킹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K 방산… 톱10 브랜드 만드는 게 중요




업계에선 K-방산의 첫발로 글로벌 톱10 수준의 방산기업을 키워내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방산업 특성상 소규모 업체의 과당 경쟁보다는 대형화된 기업을 키워내는 게 내수 시장 발전에도, K-방산 브랜드를 알리는 데도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세계 방산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이 대표적인 방산 대형화 모델 국가다. 미국은 최근 5년간 방산기업의 대형 인수합병(M&A)을 잇따라 진행했다. 올해도 대형 방산업체 ‘레이시온’과 항공기 부품·자재 생산기업 ‘유나이티드테크놀로지스’의 합병으로 세계 2위의 방산 공룡이 탄생했다. 영국 역시 항공기·방산전자·함정 등 국방 획득 전 분야 업체를 ‘BAE 시스템’으로 통합하면서 단숨에 글로벌 톱7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 흐름은 이와 정반대다. 정부는 2008년 방위산업의 전문화·계열화 정책을 폐지하면서 신규 업체의 진입 길을 열어주고 기존 업체에게 주어진 독점적 지위도 없앴다. 이를 통해 모든 기업에게 동등한 기회가 주어졌지만 업계에선 오히려 부작용이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신규 업체가 많아지면서 저가 과당경쟁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기술과 품질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방위산업진흥회 한 관계자는 “방산업은 오히려 독점적 지위가 보장되어야 하는 특수성이 있는데도 정부 흐름이나 규제는 거꾸로 가는 모양새”라며 “내수시장 경쟁에 밀려 수출로 눈을 돌리려고 해도 쉽지 않은 것 역시 소형화·분산화돼 있는 국내 방위산업 생태계의 한계”라고 지적했다.

국내 기술로 제작된 지뢰·폭발물탐지·제거로봇/사진=뉴스1 DB
국내 기술로 제작된 지뢰·폭발물탐지·제거로봇/사진=뉴스1 DB
전문가들은 정부 주도형 정책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조언한다. 내수 시장이 제한된 방산의 미래는 수출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를 중심으로 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국가 차원의 방산 몸집을 키우고 역량을 결집해야 K-방산의 수출길이 넓어지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제도적 지원 확대도 중요하다. 이미 방산 선진국은 경쟁력 강화에 중점을 둔 지원제도를 실행하고 있다. 미국·영국·프랑스 등은 방산 수출 컨트롤 타워가 주축이 돼 수출금융지원이나 기술료 면제와 산업협력 등을 돕는다. 국내 방위사업청도 최근 수출 기술료를 기존 2%에서 1%로 인하하고 2021년까지 한시 면제하기로 했지만 선진국 지원에 비하면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절충교역도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절충교역은 우리나라가 비싼 무기를 살 때 기술이전이나 국산무기 수출 등 대가를 보장받는 제도다. 무기 수입을 많이 하는 입장에선 쏠쏠한 제도로 평가받고 있지만 국내 방사청은 자발적으로 절충교역을 줄여나가는 추세다.



ROC의 높은 장벽… 자승자박 꼴




모든 것의 전제는 제품력이다. 세계 무대에서 뛰려면 잘 만들어 보증된 제품이 필요하다. K-방산 인지도를 위해 무기 개발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한국 무기는 아직까지 세계 시장에서 ‘명품 기술’이라는 평가보단 ‘가성비가 좋다’는 평가가 더 많다. 수출 품목도 T-50 훈련기와 K-9 자주포 외 추가될 제품이 없는 실정이다.

업계에선 정부의 ROC(작전요구성능)가 발목을 잡는다고 하소연한다. 국내는 세계 방산국가에 비해 ROC 수준이 높다. 안 그래도 까다로운 기준을 100% 충족해야 하는 완성형 방식으로 무기 개발이 진행된다. 방산 업체가 자율적으로 새로운 무기 개발이나 사업 기회를 모색할 수 없는 구조. 일단 70~80% 수준의 성능으로 무기를 완성한 뒤 전력화 과정에서 단계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선진국의 방식과도 다르다.

익명을 요구한 방산업체 한 관계자는 “방산 강국도 실전배치와 운용단계를 거치는데 우리나라는 처음부터 완벽한 성능을 요구해 놓고 안 되면 지체상금(납품 지연 배상금)까지 물어야 하는 구조”라며 “업계나 정부 모두 자승자박 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방산 강국으로 통하는 이스라엘은 이 문제를 국가 주도 무기 개발로 해결했다. 이스라엘은 국방부 산하 획득생산국(PPD)에서 무기 개발과 제작에서 감독까지 모든 걸 수행한다. 국가 주도지만 개발 계약 체결 시엔 민간 수출까지 염두에 둔다. 민간이 주도적으로 뛰어들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져 이스라엘 명품 무기 개발의 발판이 됐다는 평가다.

전문가들도 K-방산의 미래는 정부의 생태계 조성에 달렸다고 말한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박성준 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 중구성동구을)은 “현재 프로세스는 방위산업 진흥과 거리가 먼 게 사실”이라며 “국방 연구개발 및 무기체계 개발에서 체결·이행·제재 등 전 과정에 특수성이 반영돼야 하고 규제보다는 진흥을 뒷받침하는 쪽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설아
김설아 sasa7088@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1팀 재계 담당 기자.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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