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갑’ 정부 기관의 소프트웨어사업 노예계약… 이번엔 바뀔까?

[머니S리포트-공공SW시장에 부는 새 바람①] SW진흥법 전부 개정… 공공 정보화 사업 '갑질'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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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IT분야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소식이 쏟아지는 곳이다. 이런 소식이 언젠가부터 물결을 이뤄 우리 세상을 바꿔놓고 있다. 최근 10년을 돌아봐도 클라우드·빅데이터·사물인터넷(IoT)·블록체인·인공지능(AI)에 이르기까지 거대한 변화만 수차례 휘몰아쳤다. 이런 IT트렌드의 중심에는 언제나 소프트웨어(SW)가 있다. 하루하루를 새롭게 만드는 주역인 SW지만 정작 국내 SW산업 현실은 그리 변하지 않았다. 언제나처럼 기업은 ‘갑질’, 직원은 야근에 시달려 왔다. 꼬여온 매듭을 풀고자 SW산업진흥법이 20년 만에 전부개정돼 SW진흥법이란 새 이름으로 12월10일 시행된다. 업계는 이를 통해 4차 산업혁명이 구호에 그치지 않을 건강한 산업 생태계가 조성되기를 기대한다.
SW진흥법 시행으로 공공 정보화 사업이 20년 만에 쇄신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SW진흥법 시행으로 공공 정보화 사업이 20년 만에 쇄신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1 한 정부부처가 5년간 추진한 정보화 사업이 수행 과정 내내 잡음이 일다가 겨우 마무리됐다. 사업에 앞서 그 내용과 요건을 알리는 문서인 제안요청서(RFP)부터 불명확했던 게 문제였다. 사업에 참여한 시스템통합(SI) 업체 C사와 K사는 부처의 요구에 따라 과업을 추가 수행하면서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한다. 일정이 지연되고 투입 인원이 늘어나면서 사업예산에 버금갈 손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2 소프트웨어(SW) 업체 A사는 경쟁 끝에 금융사 B사 IT프로젝트를 수주했다. 그런데 A사 법무팀이 B사와 작성한 계약서 초안을 검토 중 불합리한 계약 조항을 발견했다. “B사의 사업계획에 변동이 있으면 A사는 통보를 받는 즉시 프로젝트를 중지하고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이 경우 본 계약 해지도 가능하다.” 프로젝트 중단 시 금전적 피해를 A사가 고스란히 떠맡게 된 것이다. B사에 계약서 변경을 요청했으나 결국 거부당했다.

현행 SW산업진흥법과 전부개정안 주요내용 비교 /자료=과기정통부, 그래픽=김민준 기자
현행 SW산업진흥법과 전부개정안 주요내용 비교 /자료=과기정통부, 그래픽=김민준 기자

SW산업 관련 핵심 정책으로 꼽히는 ‘SW산업진흥법’이 20년 만에 전부개정된다. 지난 5월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가까스로 통과되면서 2년 간의 국회 표류를 마쳤다. 이후 시행령 및 시행규칙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와 연속토론회를 거쳐 12월10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 법은 2000년 ‘SW개발촉진법’에서 SW산업진흥법으로 이름을 바꾼 뒤로 28차례(타법개정 16회)나 일부개정을 거쳤다. 그때그때 수정·보완이 이뤄진 통에 ‘누더기법’이라고 불리면서 제도의 연결성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번 전부개정안으로 SW산업진흥법은 ‘SW진흥법’으로 거듭난다. 조문도 38개조에서 78개조로 대폭 확대됐다. SW업계는 12월10일부터 시행될 새로운 법이 그동안 앓아온 고질병을 낫게 해 줄 특효약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불공정 관행 개선 도맡는 과업심의위원회



개정되는 SW진흥법에서 업계가 가장 관심을 가진 부분은 역시나 불공정 관행 관련 개선 방안이다. SW업계는 공공 IT사업에서 ▲주먹구구식 사업예산 ▲불명확한 RFP ▲대가 없는 과업 변경과 추가 등 불공정 관행에 오랫동안 시달려왔다. 올 한 해 추진된 국가 정보화 사업 규모만 5조1687억원 규모다. ‘절대 갑’ 고객인 공공기관부터 불공정 관행에 익숙하다 보니 민간시장까지 악습이 만연했다. 촉망받는 SW산업 이미지와 달리 SW개발자가 ‘3D 업종’으로 기피되기도 했던 이유다.

이런 문제들은 개별적이지 않고 하나로 이어진다. 정보화 사업 발주 담당자는 소속기관 SW사업에 대해 잘 모르거나 자기 편의상 RFP를 모호하게 작성한다. 기재부로부터 배정받은 예산은 한정돼있는데 사업 규모는 커진다. 수주한 업체가 실제 사업을 수행하면 여기저기 땜질할 요소가 발견되고 할 일이 바뀌기도 한다. 나아가 발주자 자신의 고과를 위해 과업을 늘리거나 예산을 아끼기도 한다. 이는 순환보직이 기본인 공무원 인사제도에서 기인하는 측면도 있다.

그동안 정부가 정보화전략계획(ISP)과 프로젝트관리조직(PMO) 등의 제도로 보완을 꾀해왔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했다. 이에 개정된 SW진흥법에서는 과업변경심의위원회 설치가 권고사항이었던 기존 법을 변경해 발주기관이 과업심의위원회를 의무 설치하도록 규정한다. 과업심의위 구성은 해당 발주기관과 관계없는 전문가가 과반수를 차지하도록 돼 있다. 과업 내용의 확정부터 변경의 적절성과 계약금액 조정 등 포괄적 사항을 심의한다.

박준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 SW산업과장은 “과업심의위가 중립적인 기구로서 공공 SW사업 수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를 논의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했다”며 “설치가 의무화된 과업심의위가 제대로 기능하기 시작하면 그동안 지적됐던 여러 불공정 관행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분리발주 제도 강화에 SW업계 반색



SW분리발주도 더욱 활성화한다. 이 제도는 정보화 사업 발주기관이 아니라 수주기업이 사업에 쓸 상용SW제품을 임의로 택하면서 가격을 후려치던 폐해를 막기 위해 마련됐다. 개정되는 SW진흥법에서는 사업 규모 기준을 기존 5억원 이상에서 3억원 이상으로 낮추며 대상을 확대한다. 또 공공기관에서 분리발주로 5000만원 이상을 구매하려면 해당 상용SW 제품이 한 번에 최소 1000만원씩 드는 성능평가(BMT)를 거쳐야 했다. 이에 개정안에서는 BMT 의무화 기준 금액을 1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SW업계에서는 SW진흥법에 공정경쟁의 원칙이 새롭게 포함된 것도 반긴다. 이 규정은 공공뿐 아니라 민간에도 적용된다.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을 기본으로 계약을 체결할 때 목적·범위·기간 등을 분명히 기재할 것을 명시한다. ▲계약 금액과 기간을 특별한 이유 없이 변경하는 행위 ▲체결 시 예상하기 어려웠던 내용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는 행위 ▲불명확한 내용으로 인해 일방의 정당한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 등은 무효로 규정한다. 이번에 마련되는 표준계약서와 함께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현실 많이 반영됐지만… 아직 남은 숙제



이밖에도 SW진흥법은 ▲인재양성 ▲기술개발 ▲창업 및 성장 지원 ▲지역 SW산업 진흥 ▲SW투자 활성화 등 SW산업 진흥을 위한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 SW진흥법에 거는 업계의 기대는 크다. 장기간의 논의를 거치면서 당사자 의견도 상당 부분 반영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직 숙제는 남았다. 근본적인 예산 문제 외에도 원격지 개발 문제를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본격화된 이래 정보화 사업 수행 시 교통비·체류비·지방인력난 등으로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에 업계에서는 원격지 개발 전면 허용을 요청해왔으나 이번에는 ‘우선 검토’를 권하는 수준에서 마무리됐다. 보안과 품질 관련해 발주기관에서 원격지 개발을 허용하기 어려운 경우도 상당수 존재한다는 이유다.

조영훈 한국SW산업협회 실장은 “개정된 SW진흥법은 불공정 관행 개선을 통한 SW사업 선진화의 기틀이 될 제도다. 공정거래 정착으로 SW업계 수익성이 개선되고 산업 발전에 가장 중요한 인력양성을 위한 제도도 마련됐다”며 “이번 법 시행으로 모든 문제가 완벽히 해결되지는 않았다. ▲SW제값받기 ▲생태계 선순환 ▲신사업 발굴 등 풀어야 할 숙제에 대해 회원사와 지속적으로 의견을 나누고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팽동현
팽동현 dhp@mt.co.kr  | twitter facebook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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