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보다 많아진 서울 '빌라 거래'…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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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값이 폭등하고 전셋값도 동반 상승하자 다세대·연립주택(빌라) 거래량이 급증하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에는 아파트보다 많은 거래량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머니투데이
서울 아파트값이 폭등하고 전셋값도 동반 상승하자 다세대·연립주택(빌라) 거래량이 급증하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에는 아파트보다 많은 거래량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머니투데이
아파트보다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진입장벽이 낮은 빌라가 새로운 투기의 장이 되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이 폭등하고 전셋값도 동반 상승하자 이번에는 다세대·연립주택(빌라) 거래량이 급증했다. 최근 들어선 아파트보다 많은 거래량을 나타내고 있다. 소위 ‘패닉 바잉’(공황 구매)에 빠진 실수요자가 성급하게 뛰어드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빌라의 매매·전세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경매시장에 나온 매물도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



아파트 ‘거래 절벽’… 집값 상승·정부 규제 원인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0월 서울 다세대·연립주택 매매 건수는 4590건을 기록해 한달 새 14.4%(578건) 증가했다. 같은 달 아파트 거래량(4339건)보다 많은 건수다. 다세대·연립주택 거래량은 올 8월까지 아파트 거래보다 적었지만 전세난이 극심해진 9월 이후 3개월 연속 아파트 거래량을 뛰어넘었다.

올 들어 5월만 해도 다세대·연립주택 매매는 한달 평균 5000건을 밑돌았다. 하지만 세입자의 1회 재계약 청구권을 보장하고 임대료 상승률을 5%로 제한해 권리를 강화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시행된 7월 빌라 거래는 7287건을 기록했다. 다세대·연립주택 거래량은 2008년 4월(7686건) 이후 12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9월엔 다세대·연립주택(4012건)과 아파트(3767건) 거래량이 역전됐다. 10월에도 다세대·연립주택과 아파트 거래량이 각각 4590건과 4339건을 기록했다. 11월 들어서도 다세대·연립주택 1809건인 데 비해 아파트는 1725건을 기록했다. 현행 실거래가 신고기한인 30일을 감안하면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의견이다.

업계는 이 같은 빌라 패닉 바잉 현상을 아파트값 폭등과 각종 부동산 규제의 결과로 보고 있다. 아파트 ‘거래 절벽’이 이어지고 전세 재계약 증가로 전세난이 가중되며 대체상품으로 빌라 매수에 나서는 수요가 늘어났다는 것.

2019년 주거실태조사 결과 서울 내 아파트 거주 비중은 42.2%고 다세대·연립주택은 절반 수준인 21.2%였다. 통상 월간 기준 아파트 거래량 또한 다세대·연립주택 대비 2∼3배 많다. 그만큼 이 같은 아파트-빌라 거래량 역전 현상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이다.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0월 서울 다세대·연립주택 매매 건수는 4590건으로, 같은 달 아파트 거래량(4339건)보다 많았다. 9월 이후 3개월 연속 아파트 거래량을 뛰어넘었다. /그래픽=김민준 디자인 기자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0월 서울 다세대·연립주택 매매 건수는 4590건으로, 같은 달 아파트 거래량(4339건)보다 많았다. 9월 이후 3개월 연속 아파트 거래량을 뛰어넘었다. /그래픽=김민준 디자인 기자



대출규제·세금부담 낮아… 실수요·투자수요 동반 러시


다세대·연립주택 매매 증가는 실수요와 투자수요가 함께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올 11월 기준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은 9억3510만원으로 2017년 5월(6억634만원) 대비 54.2% 증가했다.

서울 연립주택의 경우 평균 매매 가격이 1년3개월 동안 2억9000만원대를 유지하다가 지난 8월 3억113만원으로 뛰면서 처음으로 3억원을 넘었다. ▲9월 3억300만원 ▲10월 3억673만원 ▲11월 3억1343만원 등으로 상승세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10월과 11월을 비교해도 빌라는 2.2% 올라 아파트 상승률(1.8%)보다 높았다.

빌라와 아파트는 중산층이 대출을 통해 감당할 수 있는 집값의 차이도 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의 중위소득 가구가 무리하지 않고 대출 원리금 상환금액을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서울 주택구매력지수(HAI)는 아파트 67.7, 연립 242.6이다. 이 지수는 0에 가까울수록 부담이 크다는 의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아파트와 비교해 빌라에 대출과 세금 규제가 상대적으로 약하고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 때문에 실수요와 투자수요 둘 다 이동하는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다세대·연립주택은 정부의 6·17 부동산 대책에 포함된 ‘3억원 초과 아파트 매매 시 전세자금 대출 회수’ 등의 규제도 적용받지 않는다. 즉 전세대출을 이용한 ‘갭 투자’(세입자의 보증금을 끼고 주택을 매입)가 가능하다.

7·10 대책에선 빌라와 원룸 및 오피스텔 등의 주택임대사업자 세제 혜택을 유지하기로 해 세금 부담도 낮췄다. 다주택자라도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주택의 경우 취득세 8~12% 중과대상에서 제외한다.



경매시장도 들썩 위험신호?


경매시장에서도 빌라 풍선효과가 두드러졌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11월 1~26일 서울시내 다세대·연립주택은 총 427건이 입찰돼 138건이 매각됐다. 낙찰률(매각률)은 32.3%로 전월(24.0%) 대비 8.3%포인트 올랐다. 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매각가율)은 87.4%를 기록해 10월의 84.7% 대비 2.7%포인트 상승했다. 건당 평균 응찰자수는 같은 기간 2.3명에서 2.7명으로 늘었다.

경매시장 과열은 거래 활성화의 의미도 있지만 한편으론 채무불이행이 증가했다는 위험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대중 심리가 부동산 상승을 기대하고 여력이 안 되는 경우 차선책으로 빌라 매수를 선택하고 있다”며 “집값을 못 따라가 거리에 나앉을 것 같은 실수요자의 불안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역세권 등 입지가 좋은 곳의 경우 가격 하락 가능성이 낮더라도 단지마다 제각각이고 팔고 싶을 때 쉽게 못 파는 단점이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자산가치 면에서 빌라의 상승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고 신축과 구축의 가격차가 크기 때문에 보안·입지·주차·엘리베이터 등의 조건을 잘 살펴서 매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수지
강수지 joy822@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투데이 미디어그룹 머니S, 산업2팀 건설·부동산 담당 강수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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