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단골집이 망했어요”

[이슈포커스-코로나 3차 대유행… 벼랑 끝 자영업자①] 코로나 불황 1년… 마지막 선택지는 ‘폐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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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가 1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 1일 서울 종각 젊음의 거리가 한산한 모습. /사진=김경은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1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 1일 서울 종각 젊음의 거리가 한산한 모습. /사진=김경은 기자

#.1 서울 서초구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던 김모씨는 지난달 가게를 폐업했다. 꼬박 10년을 한 자리에서 버텼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넘진 못했다. 김씨는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직원을 3분의1가량 줄이기도 하고 아예 가게 문을 닫기도 해봤다”며 “매출이 30% 이상 꺾인 상황에서 임차료까지 올라 도저히 버틸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2 서울 은평구에 사는 신모씨는 자주 가던 단골 식당을 잃었다. 먹자골목 초입에 위치해 항상 붐비던 고깃집이었지만 코로나19 이후 인적이 뜸해지더니 결국 문을 닫았다. 가게 앞엔 ‘장기간 지속된 적자로 폐업의 순을 밟게 됐다. 애환이 담긴 가게를 떠날 수밖에 없는 심정을 이해해 달라’는 주인의 마지막 인사가 붙었다. 신씨는 “코로나19로 먹자골목이 유령골목이 됐다”고 전했다.

코로나19가 본격화한 지 11개월, 자영업자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지난달부터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밤 9시 이후 영업 제한까지 받게 된 외식업 자영업자는 고사 위기에 처했다. 매장 운영 자체가 금지된 카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코로나 사태가 언제 끝날지조차 알 수 없는 안갯속에서 ‘폐업’을 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명동·신촌·종각… 핵심 상권마다 ‘줄폐업’ 



서울 은평구의 한 고깃집 앞에 폐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독자제공
서울 은평구의 한 고깃집 앞에 폐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독자제공

코로나19 사태로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서울에서는 올해 2분기에만 약 2만 곳의 상가 점포가 사라졌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서울의 상가 수는 37만321곳으로 1분기 39만1499곳에 비해 2만1178곳이 줄었다. 이중 절반은 음식점이다. 1분기 13만4041개에서 2분기 12만4001개로 1만40곳이 문을 닫았다.

현장은 통계보다 심각하다.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종각과 중구 명동 및 서대문구 신촌 등 주요 상권을 둘러본 결과 휴업은 물론 폐업한 가게들이 수두룩했다. 회사와 학원이 밀집해 유동인구가 많은 종각 젊음의거리에도 지난해 12월 개업한 술집이 1년을 못 넘기고 폐업했다. 쇼핑·관광 1번지인 명동 거리는 관광객이 찾지 않으면서 유령도시가 됐다. 시끌벅적하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고 한집 건너 한집이 가게를 내놓은 상태다. 

대학가 상권에도 공실이 넘쳐난다. 비대면 강의를 실시하면서 학생들이 자취를 감췄고 코로나19 확산으로 유동인구가 사라진 까닭이다. 연세대·서강대·이화여대 등 대학교가 밀집한 신촌 곳곳에는 ‘임대 문의’ 문구가 나붙었다. 연대에서 이대로 향하는 신촌역로에는 불 켜진 상점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가게들도 폐업 수순을 피하지 못했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낸 프랜차이즈 ‘돌배기집’ 신촌점 앞엔 ‘임대문의’ 딱지가 붙었다. 1987년 서울 신촌에 첫 매장을 내고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성장한 ‘신선설농탕’ 신촌점은 가게 뼈대만 남긴 채 흔적을 감췄다.

한참 전부터 비어있던 가게도 적지 않다. 신촌에 위치한 ‘공차’ 매장 앞엔 ‘8월21일 영업 종료’라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이대 앞 KFC는 ‘8월16일까지 영업 후 휴점을 실시한다’는 공지를 붙인 채 3개월 넘도록 개점을 하지 않고 있다. 

1987년 서울 신촌에 첫 매장을 내고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성장한 ‘신선설농탕’ 신촌점은 가게 뼈대만 남긴 채 흔적을 감췄다./사진=김경은 기자
1987년 서울 신촌에 첫 매장을 내고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성장한 ‘신선설농탕’ 신촌점은 가게 뼈대만 남긴 채 흔적을 감췄다./사진=김경은 기자

신촌에서 코인노래연습장을 운영하던 박모씨는 가게 앞에 ‘망했습니다’라는 현수막을 붙이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임대료·전기세·저작권료 등 고정비용이 어마어마하다”라며 “코로나19로 손님이 없어도 너무 없어서 대출을 받았는데 정부가 문을 닫으라고 한다”고 토로했다. 

코인노래방은 지난 5월 중순 서울시가 50일 동안 집합금지명령을 내린 데다 8월엔 고위험시설로 지정되면서 번번이 영업을 중단했다. 박씨는 결국 지난 9월 폐업을 결정했다. 그는 “정부는 보상을 못한다고 했다”며 “남은 대출은 어찌 갚아야 할지 깜깜하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간신히 버티던 자영업자도 폐업을 준비하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벌써 세번째 대유행이 반복됐고 나아질 기미조차 없다고 판단해서다. 소상공인연합회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 3415명 중 50.6%가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폐업을 고려할 것 같다’고 했고 22.2%는 ‘폐업 상태일 것’이라고 답했다. 

명동에서 네일숍을 운영하는 강모씨도 “월세는 300만원씩 내는데 하루에 손님을 단 한명도 받지 못할 때가 많다. 빚만 쌓여 가는 것”이라며 “주변 상가도 다 문을 닫고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폐업하기도 만만찮네… 철거업체만 ‘호황’



서울 황학동 주방거리에 중고 주방용품들이 쌓여있다_사진=김경은 기자
서울 황학동 주방거리에 중고 주방용품들이 쌓여있다_사진=김경은 기자

코로나 불황은 중고 시장에서도 체감할 수 있었다. 같은 날 방문한 서울 황학동 주방거리에는 싱크대와 냉장고 등 주방기기부터 각종 식기까지 식당과 카페에서 사용하던 중고 매물이 쌓여 있었다. 이곳은 자영업자의 폐업과 창업 모습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외식업 바로미터’로 통한다. 이 거리에 물건이 넘치면 그만큼 경기가 어렵다는 의미다.

한 중고주방업체 대표는 “가게에 물건이 쌓여 더 이상 받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외식 자영업자의 폐업이 늘면서 중고 주방용품 매입을 늘렸지만 정작 이를 사가는 사람은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날 거리엔 중고 주방기기를 싣고 오는 철거업체 용달차만 오갈 뿐 물건을 구매하려는 이들은 보이지 않았다. 

주방거리 상인들은 매장 앞에 나와 멍하니 앉아있거나 폐업 점포에서 채 씻기지 못하고 팔려 나온 그릇을 정리했다. 거리에 나온 상인들은 최근 호황을 누리는 건 철거업체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가게 철거비용이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들기 때문. 자영업자 입장에선 마지막 선택지인 폐업마저 전부 비용인 셈이다. 지난달 한식당을 폐업한 최씨의 경우에도 철거 비용으로 1300만원을 치렀다. 

폐업을 택한 자영업자가 늘면서 정부가 지원에 나섰지만 벼랑 끝 자영업자에겐 별다른 위로가 되지 못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9월28일부터 ‘폐업 점포 재도전 장려금’을 지급 개시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매출이 줄어 폐업한 소상공인의 재기를 돕는다는 취지다. 하지만 장려 지원금은 50만원, 대상은 8월16일 이후 폐업한 경우로 제한했다.
 

김경은
김경은 silver@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팀 김경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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