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2.5단계 격상… 밤 9시 문닫는 마트 "반값 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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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구리시의 한 중형마트에는 평소와 달리 장을 보는 중년 남성들이 눈에 띄었다. /사진=정소영 기자
경기도 구리시의 한 중형마트에는 평소와 달리 장을 보는 중년 남성들이 눈에 띄었다. /사진=정소영 기자

지난 12월8일 저녁 8시10분 경기도 구리시의 한 중형마트에는 평소와 달리 장을 보는 중년 남성들이 눈에 띄었다. 이날 저녁 8시40분 인근의 한 대형마트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급히 구매할 제품을 고르고 계산대로 헐레벌떡 이동하는 중년 남성들이 포착됐다. 반면 거리는 한산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작된 이날부터 3주간 수도권 내 모든 마트는 밤 9시까지 운영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정부는 수도권 내 거리두기를 2.5단계로,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모든 지역의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했다. 이번 조치로 수도권의 영업시설 13만개가 중단됐고 46만개의 운영이 제한됐다. 특히 마트, 영화관, PC방 등 일반관리시설은 밤 9시까지만 영업할 수 있다. 나성웅 중앙방역대책본부 1부본부장은 최근 "(코로나19) 유행을 꺾지 못한다면 전국적 대유행으로 팽창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우리의 사회활동을 전면 제한하는 최후의 조치밖에 남지 않게 된다"고 경고했다.

코로나19 확산세를 막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불편함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방역 조치를 이해하지만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2.5단계 첫날밤 마트를 다녀왔다.



중형마트의 이른 할인


지난 8일 저녁 8시를 넘긴 시각 중형마트에선 한 팩에 9000~1만원대 정도 책정되는 딸기가 8500원에 할인 판매 중이었다. /사진=정소영 기자
지난 8일 저녁 8시를 넘긴 시각 중형마트에선 한 팩에 9000~1만원대 정도 책정되는 딸기가 8500원에 할인 판매 중이었다. /사진=정소영 기자

"딸기 세일" "8500원" "원래 한 팩에 9000~1만원 대인데 곧 문 닫아서 일찍 내놨습니다"

이날 저녁 8시를 넘긴 시각 중형마트엔 이러한 외침이 들렸다. 한 팩에 9000원~1만원대 정도 되는 딸기가 8500원에 할인 판매 중이었다. 계절상 겨울이지만 이쯤부터 딸기철이 시작된다. 다만 비쌀 뿐. 하지만 이날 마주한 딸기는 생각보다 싱싱했고 기존 판매가 대비 저렴했다. 하루가 지난 딸기를 다음 날 또 내놓을 수 없기 때문에 밤 9시까지 영업하는 중형마트 입장에선 빨리 파는게 상책이다.

마트 관계자는 "저녁 8시쯤 할인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영업을 빨리 끝내야 해서 앞당겨 할인 판매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밤 9시에 문 닫는게 이날이 처음이지만 벌써부터 (매출이)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해당 마트에는 평소와 달리 중년 남성들의 모습이 종종 보였다. 퇴근길 잠시 들린 것 같았다. 급히 물, 간편식 등을 사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인근 아파트에 거주 중인 김인숙씨(56‧여)는 "생수가 거의 없어 마트 문 닫기 전에 빨리 사러왔다"며 "미션 수행같다"고 피식 웃었다. 

밤 9시까지라는 영업 제한 조치가 실감났다.  /사진=정소영 기자
밤 9시까지라는 영업 제한 조치가 실감났다. /사진=정소영 기자

기자가 마트에 머무는 동안 가장 많이 들은 내용은 "세일" "일찍 할인합니다"라는 말이었다. 이 같은 외침과 시민들의 빠른 발걸음 때문일까. 밤 9시까지라는 영업 제한 조치가 실감났다. 마치 신데렐라가 자정까지 집에 들어가야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마트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언제쯤 끝날까"라면서 "우리는 기업이 운영하는 것이 아닌 개인이 차린 마트다. 우리 같은 자영업자들이 그만 힘들어져야 할텐데"라며 고개를 숙였다.



마트 직원도 적응 안 되는 2.5단계 방침


저녁 8시40분 인근 대형마트 주차장은 한산했다. /사진=정소영 기자
저녁 8시40분 인근 대형마트 주차장은 한산했다. /사진=정소영 기자

이날 저녁 8시40분 인근 대형마트로 발걸음을 돌렸다. 대형마트에 도착하기 전 이미 주차장은 한산했다. 평일이라곤 하지만 예년과 달리 싸한 분위기였다.

마트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멀리서 "반값 세일"이라는 소리가 들렸다. 생선코너, 정육코너, 반찬가게 등 많은 곳에서 할인 행사를 실시했다. 다음 날로 넘길 수 없는 상품들을 밤 9시까지 판매해야 하기 때문. 할인을 외치는 직원들은 소비자들을 붙잡고 판매에 혈안이 돼 있었다. 

한쪽에선 제품 정리가 한창이었다. /사진=정소영 기자
한쪽에선 제품 정리가 한창이었다. /사진=정소영 기자

한쪽에선 제품 정리가 한창이었다. 밤 9시 전 분위기 치곤 허전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소비자만 느끼는 것이 아니였다. 제품 정리 하던 두 직원은 서로 "적응이 안 돼"라면서 밤 9시 전 마감하는 자신들의 모습이 어색하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에서도 중년 남성들이 속속히 보였다. 이들은 필요한 물건만 빨리 고르고 계산대로 향했다. 이를 지켜보던 대형마트 관계자는 "퇴근길 장 보는 남성분들이 꽤 많다"고 언급했다. 그는 "밤 9시가 넘긴 시간에 퇴근하는 분들, 재택근무로 늦게 장보러 오는 분들이 있었다"면서 "(거리두기 격상으로) 매출이 줄 것 같다"고 부연했다.

밤 9시를 앞두고 매장 물건이 많이 빠졌다. /사진=정소영 기자
밤 9시를 앞두고 매장 물건이 많이 빠졌다. /사진=정소영 기자

저녁 8시50분, 밤 9시를 10분 남기고 방송이 흘러나왔다.

"손님 여러분,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우리 매장은 밤 9시까지 운영합니다. 앞으로 쇼핑에 차질이 없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기자가 제품을 구매하고 내부 매장을 쳐다보고 있던 찰나 일부 직원들이 카트를 끌고 있는 시민들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포착했다. 직원들은 매장 영업시간을 전하고 계산을 해야 한다는 말을 전하는 것으로 보였다. 마트 입구 안내 직원에 따르면 밤 9시 정각 매장 내 손님이 있어선 안 된다. 이에 마트 측에선 저녁 8시50분부터 매장 내 장 보는 시민들에게 관련 사안을 전달한다고 직원은 전했다.



편의점만 살았다


편의점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에도 밤 9시 이후 영업이 가능하다. /사진=정소영 기자
편의점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에도 밤 9시 이후 영업이 가능하다. /사진=정소영 기자

밤 9시 대형마트에서 나와 걷던 중 불 켜진 편의점을 발견했다. 편의점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에도 밤 9시 이후 영업이 가능하다. 이에 3주간 이어지는 2.5단계 조치 속에서 편의점 매출을 늘 것으로 보인다.

 씨유(CU)에 따르면 5일~6일 밤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서울 소재 점포의 식사류 제품 매출은 전주주말대비 40% 증가했다. /사진=정소영 기자
씨유(CU)에 따르면 5일~6일 밤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서울 소재 점포의 식사류 제품 매출은 전주주말대비 40% 증가했다. /사진=정소영 기자

실제 지난 7일 씨유(CU)에 따르면 5일~6일 밤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서울 소재 점포의 식사류 제품 매출은 전주주말대비 40% 증가했다. 거리두기 2.5단계 격상 전이지만 매출 부문에 큰 증가세를 보였다. 이를 통해 2.5단계 격상으로 밤 9시 수도권 내 모든 마트가 문을 닫으면 편의점 매출 상승은 눈에 띠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편의점 직원은 "며칠 지나야겠지만 근처 대형마트가 일찍 닫아서 손님들이 더 찾아오지 않을까 싶다"고 언급했다.

거리는 밤 9시가 아닌 밤 11시 같았다. /사진=정소영 기자
거리는 밤 9시가 아닌 밤 11시 같았다. /사진=정소영 기자

정부는 지난 8일 0시부터 수도권 지역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2.5단계로 격상하고 수도권 이외 지역의 거리두기도 2단계를 적용했다.

거리두기 격상 여파에 밤 9시 길거리는 마치 밤 11시 같이 더 깜깜한 분위기다. 일부 시민들의 안일한 행동으로 방역지침을 지키며 살아가는 이들의 일상생활이 붕괴된 만큼 거리두기 격상에 따른 철저한 방역지침 준수 여부는 코로나19 확산세를 잡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정소영
정소영 wjsry21emd@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1팀 유통 담당 정소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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