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 위기… 정유업계 ‘4중고’

[머니S리포트-정유사의 ‘검은 눈물’①] 코로나19 여파에 실적 부진 지속… 탄소·경유세 논의에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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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정유업계가 존폐 기로에 섰다. 단순 일회성 위기가 아니다. 정유 수요가 줄고 국제유가마저 급락하면서 대규모 손실이 쌓이고 있다. 변동성이 큰 수익 구조는 오히려 사정이 나은 편이다. 수입한 원유를 정제해서 수출하는 정유 산업 구조가 통째로 흔들리고 있다. 수출 판로도 점점 좁아진다. 버티기에 돌입한 정유사가 손실을 언제까지 감당할지 알 수 없다. 전세계적으로 부는 탈석유화 바람은 정유사의 위기를 더 가속시키고 있다. 누가 먼저 죽을지 지켜보는 ‘데스게임.’ 팽배해진 정유업 비관론 속 남아있는 생존카드는 뭘까. 반전을 이룰 수 있을까.
정유업계가 4중고에 휩싸였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정유업계가 4중고에 휩싸였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정유업계가 벼랑 끝 위기에 내몰렸다. 올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상 최악의 실적 부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업황 회복의 신호가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어서다.

글로벌 석유 수요는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와 이동 제한 조치 등으로 급격하게 위축됐고 정유사 실적의 바로미터인 ‘정제 마진’(석유제품 판매 수익에서 비용을 차감한 수치)은 수개월째 바닥권을 맴돈다. 여기에 정부가 이산화탄소 및 미세먼지 감축을 이유로 탄소세·경유세 등 환경 관련 세금 도입까지 검토하고 있어 정유업계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정유 4사, 3분기 누적 손실만 4조원대


올 들어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가 내놓은 성적표는 그야말로 처참한 수준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공시된 각사의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정유 4사의 누적 영업손실 합계는 4조원을 넘어선다.

업계 맏형인 SK이노베이션의 누적 영업손실만 2조2439억원에 달하며 GS칼텍스는 8680억원 수준이다.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도 1조1808억원과 5147억원의 누적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정유 4사의 연간 영업이익 합계가 3조1202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지나치게 급격한 실적 하락이다.

코로나19의 전세계적 확산으로 정유 제품의 글로벌 수요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상반기에 국제유가가 폭락한 데 따른 재고 관련 손실이 발생했고 정제 마진이 지나치게 낮은 수준을 유지한 영향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11월 보고서에서 올해 전세계 석유 수요를 하루 9001만배럴로 전망했다. 지난해 석유 수요(하루 9976만배럴)보다 975만배럴 낮은 수치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 들어 국제 석유 수요는 전년 대비 ▲1분기 5.1% ▲2분기 16.5% ▲3분기 7.1% 감소했다.

국제유가 역시 2019년 연평균 배럴당 63.53달러 수준을 기록했던 두바이유 가격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본격화된 올해 3~4월 급락세를 보여 10달러대까지 하락했다. 5월 이후 주요 산유국의 감산 합의를 기점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12월 현재 40달러 후반대로 전년 동월에 비하면 20% 이상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더욱이 최근 산유국이 소폭 증산에 합의하면서 국제유가가 다시 요동치지 않겠냐는 우려가 커진다.

정유사 실적의 바로미터인 정제 마진 역시 좀처럼 회복세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배럴당 최대 10달러대까지 올랐던 주간 정제 마진은 올 들어 폭락을 시작했다.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세가 본격화한 2분기 들어 마이너스로 떨어진 이후 지속적으로 바닥권을 맴돈다. 간혹 플러스로 전환하는 경우에도 배럴당 1달러 내외 수준이다.

10월 첫주 주간 정제 마진이 2달러까지 오르긴 했지만 다시 하락세를 거듭해 12월 첫주 기준 0.6달러에 불과하다. 정유업계의 정제 마진 손익분기점으로 알려진 배럴당 4~5달러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그래픽=김영찬 기자
/그래픽=김영찬 기자


생존 위기인데 정부는 “세금 더 내라”


더 큰 문제는 최근 정부가 환경문제를 이유로 정유업계에 추가적인 세금을 부과하려 한다는 점이다. 정부는 현재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추진 중이다. 탄소 중립은 탄소 배출량 증가와 동등한 수준의 감축활동을 펼쳐 탄소배출 순 증가율을 제로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이를 위해 정부가 꺼내 든 카드는 ‘탄소세’와 ‘경유세’다. 탄소세는 말 그대로 석유·석탄을 많이 사용하는 기업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경유세는 현재 휘발유의 88% 수준인 경유 가격을 휘발유 가격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으로 올리자는 것이다. 경유 차량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와 탄소가 많기 때문에 관련 세금 인상으로 경유 소비를 줄여 탄소감축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사단법인 에너지전환포럼이 국가기후환경회의에 제안한 ‘수송용 에너지 가격체계·유가보조금 개선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경유차에 부과하는 유류세가 휘발유의 120% 수준으로 인상될 경우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 배출량은 2016년 대비 최대 7.4%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7일 홍남기 부총리가 “현재 탄소세 도입 여부나 경유세 인상 여부 등을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긴 했지만 향후 종합적인 검토를 통해 방침을 결정하겠다고 밝힌 만큼 사실상 탄소세와 경유세 도입은 시간문제 아니냐는 관측이다.

정유업계는 크게 반발한다. 익명을 요청한 업계 한 관계자는 “탄소와 함께 미세먼지를 줄이자는 게 주된 목적인데 경유의 연소 과정에서 나오는 오염물질보다는 타이어 노면 마찰과 브레이크 패드 마모 등 비연소 과정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이 더 많다”며 “경유세를 아무리 올려도 줄일 수 있는 오염물질 양에는 한계가 있어 경유차를 소유한 일반 소비자나 영세업자의 세금 부담만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탄소세에 대해서도 “배출권 거래제 등으로 지금도 부담이 과중한 상황에서 별도의 세금이 추가될 경우 제품 가격 인상 등으로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철강·조선·석유·화학 등 에너지 다소비업종이 주력산업인 국가로 탄소세나 경유세의 도입으로 인해 산업 경쟁력이 훼손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며 “정부 정책의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업계 상황을 면밀히 검토해 산업 경쟁력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추진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한듬
이한듬 mumford@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팀 기자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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