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여씨 '잃어버린 20년' 누가 책임지나… 구타·강압수사에 짓밟힌 인생

 
 
기사공유
  • 카카오톡 공유
  • 카카오톡 공유
  • 네이버 블로그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공유
  • url 공유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20년 동안 옥살이를 한 윤성여(53) 씨가 17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재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20년 동안 옥살이를 한 윤성여(53) 씨가 17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재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이춘재 연쇄살인 8차사건의 누명을 입은 윤성여씨(53)가 31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그의 사라진 20년을 책임진 사람은 없다.

17일 수원지방법원 형사12부는 윤씨의 재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이춘재가 저지른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의 진범으로 몰려 20년 동안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윤씨는 비로소 억울함을 풀었지만 당시 위법 수사를 저지른 관계자들에 대해선 공소시효 만료 등으로 처벌이 불가능하다.

8차 사건은 화성에서 살인사건이 계속되던 지난 1988년 9월16일 새벽 태안읍 자신의 집에서 잠을 자던 박모양(당시 13세)이 성폭행당한 뒤 목 졸려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지난 1989년 7월 경찰은 윤씨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경찰은 범행 수법이 이전 화성 사건들과 다른 점, 방에서 발견된 체모가 윤씨의 것과 일치한 점 등을 근거로 윤씨를 특정했다.

윤씨는 경찰 조사에서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조사 과정에서 얼차려와 구타를 당했고 3일 동안 잠을 자지 못했다. 경찰의 강압 수사 끝에 윤씨는 결국 범행을 허위 자백했다.

윤씨는 글을 제대로 읽지 못해 조서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도 모른 채 지장을 찍었다. 재판이 시작된 후에는 범행을 시인해야 사형을 피할 수 있다고 들었으며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1심 이후 억울함을 주장했지만 선임된 국선 변호사의 도움을 받지 못했고 검찰은 재수사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항소심에서는 사건 당시 함께 잠을 잤던 증인의 증언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윤씨는 결국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복역하던 중 20년형으로 감형돼 지난 2009년 8월 청주교도소에서 출소했다.

30여년 만에 이춘재의 자백으로 윤씨가 재심을 신청할 수 있었고 17일 수원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박정제) 결국 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윤씨가 8차 사건의 진범으로 몰렸던 당시 수사기록, 현장검증, 국과수 감정내용서 등 채택된 증거들에 대한 오류가 있음이 명백히 보인다"며 "이춘재가 수사기관부터 사법기관에 이르기까지 했던 진술들이 매우 신빙성 있어 보인다"고 판시했다. 



신체 구금에 허위자백 강요한 이들, 처벌 받았나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20년 동안 옥살이를 한 윤성여(53) 씨가 재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20년 동안 옥살이를 한 윤성여(53) 씨가 재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지난 7월 윤씨에 대한 위법행위 등을 재수사한 경기남부경찰청은 "당시 경찰이 윤씨를 임의동행한 후 구속영장 발부 전까지 3일간 법적 근거 없이 경찰서에 대기시키며 조사하는 등 부당하게 신체를 구금했다"며 "조사과정에서 폭행 및 가혹행위로 인한 허위자백, 허위의 진술서 작성 강요, 조서 작성시 참여하지 않은 참고인을 참여한 것처럼 허위의 공문서를 작성한 사실 등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용의자에 대한 부당한 신체구금과 자백 강요 등 경찰관의 직무상 위법행위는 경찰수사 단계 이후 절차에서도 문제시되지 않았다"며 "실종신고된 피해자의 유류품 등이 발견됐음에도 가족에게 알리지 않는 등의 인권침해적 수사도 있었다"고 했다.

다만 이들에 대한 처분은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경기남부청은 "수사에 참여했던 경찰관 및 담당 검사 등 8명을 직권남용, 감금 등 혐의로 입건했으나 공소시효로 인한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말했다.

17일 재판부와 경찰청은 윤씨에 대한 무죄 선고 이후 사죄의 뜻을 전했다. 재판부는 "법원이 인권의 마지막 보루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점에 대해 사법부 구성원의 일원으로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경찰청은 입장문을 통해 "재심 청구인을 비롯해 사건 피해자와 가족 등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윤씨는 이날 무죄 선고를 받고 법정을 나오며 "나같은 (억울한) 사람이 안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신혜
김신혜 shinhye1@mt.co.kr  | twitter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김신혜 기자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 0%
  • 0%
  • 코스피 : 3030.25하락 55.6514:20 01/18
  • 코스닥 : 954.57하락 9.8714:20 01/18
  • 원달러 : 1105.10상승 5.714:20 01/18
  • 두바이유 : 55.10하락 1.3214:20 01/18
  • 금 : 55.39하락 0.3114:20 01/18
  • [머니S포토] 문재인 대통령 "이명박·박근혜 사면 지금 말할 때 아냐"
  • [머니S포토] 문재인 대통령 신년기자회견 시청하는 민주당 지도부
  • [머니S포토] 국민의힘 비대위 입장하는 김종인과 주호영
  • [머니S포토] 69차 최고위 주재하는 안철수 대표
  • [머니S포토] 문재인 대통령 "이명박·박근혜 사면 지금 말할 때 아냐"

커버스토리

정기구독신청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