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홍수에 너도나도 부동산·주식… 1682조 신용위기 경고등

[머니S리포트-위기 속 빛난 대한민국④] 빚투·영끌에 한국 민간부채 '경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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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시대. 한국이 선보인 위기대응 매뉴얼은 전세계의 찬사를 받으며 새로운 한류이자 글로벌 표준으로 뻗어나갔다. 한국은 선진국보다 빠른 회복세로 경제 선도국가로 거듭나고 있다. 전쟁과 가난,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등 다양한 시련을 차례로 극복하며 얻은 한국인만의 ‘위기극복 DNA’가 또 한 번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빛난 대한민국의 올 한해를 되짚어봤다.
/디자인=김은옥 기자
/디자인=김은옥 기자
경자년 한국의 경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유동성이 넘쳐나는 시장이 됐다.

정부와 중앙은행이 역대급 돈 풀기에 나서자 싼 이자로 대출받은 자금은 시세차익을 겨냥한 부동산과 주식시장으로 몰려들었다.

경제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백신이 집단면역에 도달할 때까지 자산시장의 버블을 잠재워야 ‘2차 경제쇼크’를 딛고 진정한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시중 통화량 ‘3150조원’, 가계대출 폭증


고삐가 풀린 시중 유동성은 지칠 줄 모르는 폭증세를 보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0월 광의통화는 3150조5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34조7000억원 (1.1%) 증가했다. 광의통화는 1년 전에 비해 9.7%나 늘었고 한 달 사이 통화량 증가 규모는 한은이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후 두 번째로 많다.

한국의 가계 빚은 1682조원으로 증가했다. ‘빚투’(빚내서 주식 투자) 열풍과 부동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 수요가 몰리면서 저금리에 돈을 빌린 이들이 늘어난 영향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3분기 가계신용은 682조1000억원으로 전 분기와 비교하면 44조9000억원(2.7%) 늘었다. 가계신용 증가 규모는 1분기(11조1000억원)와 2분기(25조8000억원)보다 많다. 2016년 4분기(46조1000억원) 이후 최대 폭이다.

특히 신용대출인 기타대출은 695조2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22조1000억원 급증했다. 신용대출이 한 분기 만에 지난해 전체 증가 규모인 23조1000억원에 다가선 것이다. 가계대출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2016년 4분기 11.6%까지 치솟은 뒤 11분기 연속 하락했지만 지난해 4분기부터 4.1%→4.6%→5.2%→7.0%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송재창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장은 “주택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나면서 주택자금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며 “증권담보대출과 신용거래융자 등 증권사 신용공여액은 7조9000억원 늘었는데 이는 사상 최대 증가 규모”라고 설명했다.

저금리 속 가계대출 증가는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걷잡을 수 없는 속도가 문제다. 지난해 4분기 기준 한국의 가계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88%까지 불어났다. 처분가능소득 대비로는 170%가 넘는다. 소득으로 빚을 갚을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얘기다.

국제결제은행(BIS)이 공개한 ‘세계 43개국의 GDP 대비 부채비율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민간부문(가계+기업) 신용 비율은 197.6%로 직전 분기(195%)보다 2.6%포인트 올랐다. 증가 속도는 싱가포르(7.2%포인트)와 칠레(3.1%포인트)에 이어 3번째로 빠르다. 이에 BIS는 한국의 민간부문 빚 위험도를 11년 만에 ‘주의’에서 ‘경보’로 단계를 격상했다.



케인스의 경고, ‘빚투’ 이자 부담 어쩌나


과도한 가계부채는 소비를 위축시켜 경제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정부가 내수부양을 위해 풀어놓은 정책의 효과가 약화되고 경기 부진이 깊어질 우려가 크다.

올 들어 한국의 저축률은 지난해(6.0%)보다 4.2%포인트 오른 10.2%로 잠정 집계됐다. 1999년(13.2%) 외환위기 직후 21년 만에 10%대 진입이다. 저축률이 올랐다는 것은 뒤집어 보면 소비가 줄었다는 뜻이다. 올 1~3분기 평균 소비성향(소득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68.0%로 작년 평균(72.2%)보다 4.2%포인트 낮아졌다.
/디자인=김은옥 기자
/디자인=김은옥 기자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저축률 상승은 경기침체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기업은 고용을 줄이고 소득이 감소한 가계는 지갑을 닫는 악순환이 지속될 것이란 지적이다.

더구나 무리하게 돈을 빌린 대출자는 소득이 줄어든 상황에 이자 부담이 늘어날 위기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기대감에 채권금리가 오르면서 시장금리와 조달금리가 상승하고 대출금리도 반등하고 있어서다.

지난 11월 은행권의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신용대출의 기준이 되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한달 만에 상승했다.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전월 대비 0.03%포인트 상승한 0.90%로 집계됐다. 코픽스는 국내 주요 8개 시중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과 은행채 등 수신상품의 가중 평균금리다.

코픽스 상승에 시중은행은 대출금리를 잇따라 상향 조정했다. 12월16일 우리은행은 코픽스 연동 주담대 금리를 연 2.73~3.83%에서 2.76~3.86%로 0.03%포인트 인상했다. 주담대 금리가 11월 연 2.59~3.89%였던 점을 감안하면 0.17%포인트나 오른 셈이다. KB국민은행도 주담대 금리를 연 2.76~3.96%에서 2.79~3.99%까지 0.03%포인트 인상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픽스 상승에 최근 가계대출 규제 분위기까지 더해지며 대출금리 오름세는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출금리 상승에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연체율을 걱정할 처지다. 정부가 대출 만기·이자 한시 유예 조치에 나섰지만 이들의 연체가 쌓일 경우 서민경제의 민낯이 드러날 수 있어서다. 지난해 9월 출시된 서민금융 대출 ‘햇살론17’은 1년 만에 공급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섰고 연체율은 8%를 기록했다. 3분기 가계대출 연체율이 0.23%인 것을 고려하면 34배가 넘는다.

김준기 서울대 교수는 “과거 금융위기에 미국의 비우량 주담대 부실이 전세계로 확산됐듯 가계가 파산하면 금융회사도 부실채권이 늘어 이들과 연결된 수많은 기업이 자금을 공급받지 못하게 된다”며 “한국의 가계신용 미래는 가계부채 잡기에 달렸다”고 경고했다.



쌓여가는 대출 청구서 “만기연장 연착륙 필요”


정부가 코로나19에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및 개인 채무자에 지원한 금융은 250조원에 달한다. 올 한해 정부 예산 512조원의 절반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금융회사가 취약계층의 위기극복을 위해 손을 내민 ‘대출 청구서’는 만기일이 도래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국책은행과 시중은행 및 제2금융 회사가 중소기업·소상공인에 집행한 금융지원 규모는 총 235만9000건·250조9000억원으로 신규대출은 88조1000억원이며 만기연장이 110조2000억원이다. 정부는 대출 만기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를 지난 4월 시작해 당초 9월에 끝낼 예정이었지만 한 차례 연장해 내년 3월 종료한다. 내년 3월이 되면 수백조원의 부채 폭탄이 터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금융당국은 대출 만기 연장 등을 종료하지 않고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연착륙 방안을 찾는다는 방침이다. 대출 원금을 대출자의 상황에 따라 조금씩 나눠서 갚는 방안이 거론된다. 많은 대출자가 빚을 못 갚는 디폴트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내년 1분기 차주의 상환능력을 감안한 새로운 대출 가이드라인도 마련한다.

주택대출은 40년 이상 초장기 모기지를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현재 모기지 상품의 만기는 30~35년이 수준으로 만기가 길어질수록 월 상환액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영끌에 나선 이들의 이자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조치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금융회사는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원리금 상환을 연장하는 한편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에 나서야 한다”며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해 자산건전성 지표를 보수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남의
이남의 namy85@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금융팀 이남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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