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시대] 외교서 트럼프 지우기… 한국, ‘중재자’ 역할 커지나

[머니S리포트-바이든 시대③] 다자주의 전략 복귀 선언… 북·미관계 등 정세변화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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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법인세 인상, 고소득층 증세, 최저임금 인상, 친환경 인프라 투자’ 조 바이든 제46대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제 관련 정책이다. 1월20일 전 세계의 눈과 귀가 미국으로 쏠릴 예정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단임으로 물러나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8년 동안 부통령을 역임했던 바이든이 미국의 새 대통령으로 취임한다. 바이든은 증세로 재원을 마련해 석유·가스 같은 화석연료를 대체할 태양광·풍력·전기자동차 등 친환경 인프라와 산업에 투자하겠다는 공약을 밝혀왔다. 이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고 소득 분배도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시장 참여자의 권리를 추구하는 미국식 자본주의를 벗어나 ‘큰 정부’를 지향하는 것이고 감세와 규제 완화 정책을 펼쳤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는 180도 다른 전략이다. 바이드노믹스는 미국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에 대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경색된 미·중 관계와 글로벌 교역 중단 및 북한 핵 협상 등이 어떻게 바뀔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11월24일(현지시간) 미국 델라웨어 윌밍턴 퀸 극장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첫번째 내각 인선으로 동맹과의 관계를 강화할 외교·안보팀을 공식 발표했다. / 사진=로이터
지난해 11월24일(현지시간) 미국 델라웨어 윌밍턴 퀸 극장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첫번째 내각 인선으로 동맹과의 관계를 강화할 외교·안보팀을 공식 발표했다. / 사진=로이터
“제 뒤에 있는 외교·안보팀은 미국이 동맹과 함께 할 때 가장 강력해진다는 저의 확고한 신념을 구체화할 것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해 11월24일(현지시각) 첫 번째 내각 인선을 공식 발표한 자리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철저한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는 달리 동맹과 다자주의를 중시하는 미국의 전통적인 외교 전략으로의 복귀를 약속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한층 강력한 ‘한·미 동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다.

하지만 한반도 정세에 민감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미·중관계와 대북관계 방향 설정 등은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아 한국에 신중한 외교전략 수립이 요구된다.



안개 걷히는 한·미관계… 동맹 ‘청신호’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체제에서 자국 내 지지세력 규합을 위해 강력한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펼쳤다. 무역 등 경제뿐 아니라 정치·외교·안보 등 다양한 부문에서 적국과 우방을 가리지 않고 미국에 얼마나 이익이 되느냐를 정책 추진의 최우선 목표로 뒀다. 국제사회가 약속한 파리기후협약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을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동맹을 상대로 방위비 분담금 상향을 압박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도 이를 피해가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통해 미국 자동차에 대한 관세철폐 기간을 추가로 20년 연장하는 등 더 많은 부분을 양보했고 주한미군 주둔비 협상 논의도 재개한 상황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통행을 비판해온 인물로 출범 후 ‘트럼프 지우기’(ABT·Anything But Trump)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바이든 당선자는)트럼프 대통령의 고립주의 성향의 외교·안보정책과 미국 우선주의가 ‘외톨이 미국’(America alone)을 만들었다고 비판했다”며 “바이든 행정부는 국제주의적 외교·안보정책을 구사하고 보편 가치에 기반을 둔 국제적 연대를 추구할 개연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어 “한·미동맹의 중요성이 재확인되고 주한미군 주둔비용 분담 문제와 주한미군 축소 및 철수 가능성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중 긴장관계 속 한국 딜레마 이어질 듯


하지만 미·중 관계의 긴장은 계속될 것이란 예상이 우세하다. 바이든 당선인도 중국과의 통상환경에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서다. 그는 대통령 후보 시절인 지난해 7월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관세 부과가 오히려 자국 기업에 피해를 줬다고 비판하면서도 “미국은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와 불공정 무역관행에 강력히 맞서야 한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앞으로 동맹국과의 연대 강화를 통한 대중 공동 압박전략을 취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한국이 양자택일을 강요받을 것으로 전망한다. 정혁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바이든 당선으로 미국은 동맹과 연대하며 중국을 정치·경제 등 전방위적으로 압박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적극적 협조를 구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 경우 대중 무역 비중이 큰 기업을 중심으로 타격을 받을 수도 있는 만큼 무역 다변화의 필요성이 더 시급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그래픽=김은옥 기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도 “바이든 행정부가 연합체제를 구축하고 WTO(세계무역기구) 등 국제기구와 제도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는 정책을 본격화할 경우 한국의 동참을 요구할 개연성이 있다”며 “중국을 견제하는 안보협력체제 형성을 가속화할 경우 한국의 딜레마는 커진다”고 우려했다.

김만흠 국회입법조사처장은 “바이든 행정부가 자유주의적 동맹 결속을 통해 대중국 견제를 시도할 경우 동맹의 진영화 양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최근 미국이 2021년 ‘국방수권법’(NDAA)에 화웨이 사용국에 대한 미군 배치 재고 요구 조항을 신설해 이에 대한 대응 방안 마련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교착 상태 북·미관계, 대화냐 대립이냐


가장 큰 변수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비핵화 협상 전권을 쥐고 흔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직접 대화하는 톱다운 전략을 취했다. 반면 바이든 당선자는 북·미 간 치열한 물밑협상을 거친 후에야 정상회담이 가능한 바텀업 방식을 선호한다. 실제 바이든 당선자는 지난해 10월 대선 토론에서 김 위원장을 ‘폭력배’(Thug)라고 지칭하며 핵 능력 축소에 동의해야 만날 수 있다는 조건을 내세운 바 있다.

이에 따라 북·미 관계가 악화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교수는 “한국은 북·미가 서로 상대를 향한 도발적 언동을 하지 않도록 전방위 외교를 통해 양측을 적극 설득하고 중국도 북한을 설득하는 데 동참시켜야 한다”며 “특히 북·미 양측이 대화 재개의 명분을 위한 최소한의 성의를 보일 것을 설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손광수 KB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국과의 공조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한국 정부의 의사를 존중할 것으로 보인다”며 “파트너 체인지에 따른 북·미 간 상견례 기회를 한국이 다시 한번 마련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은 동맹국인 한국이 북한을 관리하는데 기회가 될 수 있어 북한 입장에서도 한국의 중재자 역할을 무겁게 느낄 수 있다”며 “한국 정부도 그런 환경 조성을 위해 더욱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한듬
이한듬 mumford@mt.co.kr  | twitter fac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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