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중고차를 ‘검증’해야 하는 불신의 중고차시장

[인증중고차 믿어도 될까?] ② 무늬만 ‘인증’ 피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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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시장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극에 달하면서 이른바 ‘물갈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은 람보르기니 서울 서비스센터 워크샵 내부.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사진제공=람보르기니 서울
중고차시장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극에 달하면서 이른바 ‘물갈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은 람보르기니 서울 서비스센터 워크샵 내부.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사진제공=람보르기니 서울
중고차시장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극에 달하면서 이른바 ‘물갈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국내 소비자 10명 중 8명은 중고차시장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볼 수 있듯 국내 중고차시장은 불투명하고 낙후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 같은 인식을 해소하고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책으로 ‘인증중고차’가 꼽힌다. 이를 먼저 도입한 수입차업계를 중심으로 관련 시장이 확대되자 소비자 관심이 크게 늘었다. 더불어 이런 인기에 편승하려는 기존 중고차업계의 ‘인증’ 남발로 인한 부작용도 함께 커지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자 최근 중고차업계 내부에서는 인증 자체를 검증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도입 취지와 달리 단지 마케팅 수단으로만 활용되는 ‘인증중고차’ 탓에 소비자 혼란이 가중되고 있어서다.



자동차 선진국에서 배워라


자동차업계에서는 국내 중고차시장이 발전하려면 대표적인 자동차생산국가인 미국과 독일의 중고차시장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자동차업계와 미국교통통계국(BTS)·독일연방자동차청(KBA) 등에 따르면 미국과 독일의 연간 중고차 시장 규모는 각각 약 4000만대와 700만대에 달한다. 지난해 미국과 독일의 신차 판매대수는 각각 1706만대와 361만대로 중고차시장이 발달해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독일의 중고차시장은 양질의 매물이 빠르게 들어오고 빠르게 나가는 공통점이 있다”며 “미국은 대형 중고차 딜러의 신뢰도 향상 노력이 뒷받침됐고 독일은 완성차업체의 인증중고차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양국 중고차시장 특성을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미국의 독립 딜러는 완성차업체처럼 자체적인 인증중고차 사업을 벌이고 있다”며 “자동차 선진국은 대체로 자동차 제조사가 신차와 중고차 모두를 취급하며 중고차 품질 수준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특히 독일에서는 자동차 평가 및 검사·인증기관과 잔존 가치 평가 업체의 역할이 큰 만큼 국내에도 이 같은 평가 방법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 중고차시장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이처럼 해외에서의 노하우를 활용해 수입차업계는 국내 중고차시장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과 불만을 파고들었고 그 결과는 성공적이라는 평이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등 수입차 선두권 업체들은 10여년 전부터 이 사업을 꾸준히 확장해온 결과 연간 5000~1만대가량을 꾸준히 판매할 만큼 성장했다. 최근엔 롤스로이스·람보르기니·페라리·포르쉐 등 최고급 브랜드도 가세하며 현재 총 13개 브랜드가 별도 인증중고차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수입차업계는 인증중고차를 통해 상품(중고차)의 불필요한 가격 하락을 막으려 한다. 사진은 페라리 인증중고차 고객행사. /사진제공=FMK
수입차업계는 인증중고차를 통해 상품(중고차)의 불필요한 가격 하락을 막으려 한다. 사진은 페라리 인증중고차 고객행사. /사진제공=FMK
수입차업계는 인증중고차를 통해 상품(중고차)의 불필요한 가격 하락을 막아 고객의 자산가치를 높임으로써 고객 만족도와 충성도를 향상하고 재구매로 이어지게 하는 선순환구조를 구축한다. 수입차업계에 따르면 인증중고차는 일반적으로 5년·10만㎞ 이하 등의 주행 조건을 갖춘 무사고차를 대상으로 저마다 설정한 기준에 맞춰 평가하고 점수를 매긴다. 이력 추적이 가능하면서도 꾸준히 관리된 차가 대상이다.

사업 초기에는 해당 브랜드의 관계사 내부의 업무용 차를 판매하던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이후 수입차업체는 각 브랜드 금융사를 설립하면서 해당 회사를 통해 리스한 차 등을 대상으로도 범위를 넓혔다. 최근엔 상태 보증이 되는 일반 매물까지도 인증중고차로 활용되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국내업체와의 형평성 논란도 불거졌다. 한국은 2013년 중고차판매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완성차업체 등 국내 대기업은 중고차시장 진출이 가로막혔다. 2019년 11월6일 동반성장위원회는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는 것이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에 제출했고 현재 중기부의 판단만을 남겨둔 상태다.



인증중고차 위한 매물 확보 경쟁


중고차업계에서는 인증중고차를 사야 한다면 반드시 품질보증 조건을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자료=각 사, 그래픽=김민준 기자
중고차업계에서는 인증중고차를 사야 한다면 반드시 품질보증 조건을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자료=각 사, 그래픽=김민준 기자
수입차업체의 인증중고차가 꾸준히 관심
을 모은 데다 현대차 등 대기업 진출 관련 얘기가 오가면서 기존 중고차업계는 나름의 인증중고차를 내놓는 등 대책 마련에 한창이다.

중고차업계에서는 인증중고차의 핵심으로 ‘양질의 매물’ 확보를 꼽는다. 기존엔 차의 상태와 무관하게 무조건 싼값에 사서 가격을 부풀려 비싸게 되파는 데만 집중했다. 이 과정에서 사고 여부나 주행거리 등 차의 기본 정보를 속이는 경우가 잦았고 허위매물 문제까지 겹치며 누가 덜 속느냐의 문제로까지 여겨지는 게 현실이었다.

하지만 인증을 강조하면서부터는 실제 매물의 존재 여부는 기본이고 해당 매물의 상태 역시 일정한 규정 안에서 보장받는다. 소비자는 이런 편익을 프리미엄으로 여겨 ‘추가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믿을 만한 매물에 관심을 갖는다.

수입차 전문 매매상사의 한 관계자는 “실제 매물이 있다는 점에 소비자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이상한 상황이 당연하게 여겨졌다”며 “최근엔 매물의 존재 여부보다는 매물의 상태에 신경 쓰는 것이 중고차업계의 달라진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이런 점 때문에 최근 중고차업계는 차를 사려는 소비자 외에도 타던 차를 팔려는 이들에 관심을 보인다. 역경매 방식도 좋은 매물을 확보하려는 노력 중 하나다. 소비자가 매물을 등록하면 중고차 매입 딜러가 경쟁 입찰하고 소비자는 조금이라도 가격을 더 쳐주는 곳에 차를 판다. 소비자가 있는 곳으로 직접 찾아가서 차를 살피고 현장에서 바로 매입하는 서비스도 보편화하는 추세다.

최근 중고차업체는 저마다 ‘잘 파는 법’을 안내하기도 한다. 중고차업계 관계자는 “정비내역서를 잘 모아두는 것은 물론 차계부를 통해 차의 관리 이력을 적어두는 것도 도움을 준다”며 “최근엔 온라인으로 견적을 내는 경우가 많은 만큼 밝은 곳에서 사진을 잘 찍는 것도 가치를 높이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보증기간 충분해야 ‘인증중고차’


인증중고차조차 믿기 어렵다는 분위기 속에 ‘마이마부’ 등 구매 동행 서비스도 각광받고 있다. /사진제공=마이마부
인증중고차조차 믿기 어렵다는 분위기 속에 ‘마이마부’ 등 구매 동행 서비스도 각광받고 있다. /사진제공=마이마부
공정거래위원회가 운영하는 ‘1372 소비자상담센터’ 2018~2020년 통계에 따르면 중고차는 고가의 내구성 소비재 가운데 불만이 가장 많은 상품이다. 상담 건수가 4만3093건이나 됐지만 피해 구제율은 고작 2.2%(948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태 좋은 매물과 함께 인증중고차의 핵심으로는 ‘품질보증’이 꼽힌다. 제아무리 상태가 좋은 중고차 매물이라 해도 신차에 비해 고장이 날 확률이 높기 때문. 게다가 차를 검수하는 과정에서 혹시라도 놓친 부분 때문에 소비자와 마찰이 생길 수도 있다. 따라서 일정 주행거리와 기간 동안 품질을 보증함으로써 다양한 문제를 막을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인증중고차조차 믿기 어렵다는 분위기 속에 ‘마이마부’ 등 구매 동행 서비스도 각광받고 있다.

중고차업계에서는 인증중고차를 사야 한다면 반드시 품질보증 조건을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업계 관계자는 “허위매물이 아니라는 것을 보장하는 차에 인증 마크를 붙이는 경우도 있는데 인증중고차와는 거리가 있다”며 “차의 여러 이력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현재 상태가 명확하며 6개월·2만㎞ 등의 품질보증조건이 존재해야 인증중고차”라고 설명했다.
 

박찬규
박찬규 star@mt.co.kr  | twitter facebook

바퀴, 날개달린 모든 것을 취재하는 생활사회부 모빌리티팀 박찬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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