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화된 전기차 '숫자 경쟁'… '안전 경쟁' 필요하다

공포의 전기차, 해결책 없나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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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현대자동차 코나 일렉트릭(코나EV)과 쉐보레 볼트EV 구매자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코나EV는 국토교통부(국토부)가 잇단 화재 사건을 조사한 지 3년째임에도 그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미국에서 화재사고로 논란이 된 볼트EV는 미국에서 조사를 진행 중이지만 배터리 문제로 의심하고 있을 뿐이다. 지난해 10월 코나EV 모델에 대한 국토부의 리콜이 결정되면서 배터리 셀 내부의 문제일 것이라는 추정이 잇따랐다. 이후 볼트EV도 배터리 관련 리콜을 발표했다. 이에 두 차종의 배터리 제조사인 LG에너지솔루션이 정면으로 반박한 가운데 화재 원인은 미궁으로 빠졌다. 원인을 못 밝히는 것인지 아니면 현재 기술로는 파악할 수 없는 것인지 들춰봤다.
올해 ‘전기차 원년’을 맞이하는 자동차업계에서는 지난해 테슬라 사고가 전기차 안전에 대한 경종을 울렸다고 평한다. /사진=로이터
올해 ‘전기차 원년’을 맞이하는 자동차업계에서는 지난해 테슬라 사고가 전기차 안전에 대한 경종을 울렸다고 평한다. /사진=로이터
# 지난해 12월 초 테슬라 ‘모델X’ 전기차가 서울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벽에 충돌하며 불이 났다. 사고 여파로 조수석에 탄 차주가 사망했다. 충돌 후 차의 전원이 차단되면서 잠긴 문이 열리지 않아 구조가 늦어진 점이 사망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올해 ‘전기차 원년’을 맞이하는 자동차업계에서는 이번 테슬라 사고가 전기차 안전에 대한 경종을 울렸다고 평한다. 그동안 전기차 관련 사고가 끊이지 않았음에도 충전 중이거나 주차 중일 때 화재가 난 반면 인명 피해는 사실상 전무했다. 그렇기 때문에 전기차의 ‘상징’으로 여겨진 테슬라의 인명 사고는 그만큼 충격적이었다.

업계 전문가들은 최근 잇따른 전기차 사고를 두고 겪어야 할 성장통으로 보며 앞으로 제기될 문제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전기차 안전 전문가 이후경 이비올 대표는 “지금까지 전기차는 달리다가 서지 않을까 걱정했다면 지금은 불나는 게 아닌가 걱정한다”며 “전기차 관련 모든 문제가 100% 검증됐다고 볼 수 없기에 새로운 차가 나올수록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는 만큼 제조사·소비자·정부가 함께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새로운 전기차, 새로운 문제?



올해 새롭게 모습을 드러내는 전기차에는 전기차 전용 설계가 적용돼 많은 관심이 쏠린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올해 새롭게 모습을 드러내는 전기차에는 전기차 전용 설계가 적용돼 많은 관심이 쏠린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올해 새롭게 모습을 드러내는전기차에도 많은 관심이 쏠린다. 전기차만을 위한 전용 설계가 적용된 차의 출시가 예고돼서다. 기존엔 내연기관차의 설계를 변경해 뼈대는 유지한 채 엔진과 변속기 등 동력원을 전기모터와 배터리로 채웠다면 올해 출시될 새로운 전기차는 이 같은 기존의 틀을 완전히 깬 형태여서 주목받고 있다.

이목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으로 모아진다. 최근 현대차그룹이 공개한 ‘E-GMP’와 폭스바겐의 ‘MEB’가 대표적이다. ▲제너럴모터스(GM) ‘BEV3’ ▲PSA그룹 ‘eVMP’ ▲메르세데스-벤츠 ‘EVA2’ ▲토요타 ‘E-TNGA’ 등도 주요 전용 플랫폼으로 꼽힌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의 특징은 무겁고 부피가 큰 배터리를 차체 바닥에 프레임과 함께 배치하고 엔진과 변속기 등 부피가 큰 부품이 차지하던 곳을 실내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차체의 앞뒤 공간 사용이 줄면서 앞바퀴와 뒷바퀴 사이 거리를 늘릴 수 있고 이를 통해 실내공간은 한층 더 넉넉해진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전용 플랫폼 적용에 따른 새로운 문제 발생 가능성을 우려했다. 주로 충격에 약한 리튬이온 배터리가 바닥에 깔리는 점과 휠베이스가 길어진 점 등에 따른 대비책도 꼼꼼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는 “전용 플랫폼을 통한 설계에서는 고용량 배터리를 차 하부에 배치하게 되는데 소비자 스스로도 하부 충격에 대한 대비가 중요하다”며 “바퀴 사이 간격이 길어지면서 그만큼 차의 뒤틀림 강성 등 차의 특성이 예전과 완전히 달라지는 점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5분 충전에 100km 주행이 가능한 전기차가 등장하는 것은 배터리의 에너지 집적도가 높아졌음을 뜻하기에 배터리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새로 출시되는 전기차는 기존의 두배 이상인 800V 급속 충전이 가능하다. 5분 충전으로 100㎞, 20분 충전으로 300㎞, 완전히 충전했을 경우 최대 500㎞이상 주행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세대 배터리가 답일까


차세대 배터리로는 기존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높인 것 외에도 소재나 구조 자체를 바꾼 전고체 배터리와 리튬황 배터리 등이 주목받고 있으며 새로운 충전방식도 관심을 모은다. 사진은 폭스바겐 전기차 충전 로봇. /사진제공=폭스바겐
차세대 배터리로는 기존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높인 것 외에도 소재나 구조 자체를 바꾼 전고체 배터리와 리튬황 배터리 등이 주목받고 있으며 새로운 충전방식도 관심을 모은다. 사진은 폭스바겐 전기차 충전 로봇. /사진제공=폭스바겐
자동차업계에서는 현재 리튬이온을 당장 대체할 수준의 배터리는 없다고 본다. 충격과 수분에 취약한 특성에도 크기 대비 에너지 밀도가 높고 다양한 형태로 배터리팩 가공이 가능한 데다 무게가 가벼운 특성은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중국 전기버스 등에 주로 탑재되는 리튬인산철 배터리는 비교적 화재 위험성이 덜하지만 무게가 많이 나가는 단점이 있다. 전기차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선 배터리 무게를 줄이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이다.

차세대 배터리로는 기존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높인 것 외에도 소재나 구조 자체를 바꾼 전고체 배터리와 리튬황 배터리 등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 회장, 최태원 SK 회장과 연속 회동을 거듭하며 화두가 된 차세대 배터리다.

특히 전고체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와 비교해 에너지 밀도가 높고 폭발이나 화재의 위험성이 적은 데다 5분 충전으로 500㎞ 이상 주행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현대차 외에도 일본의 토요타는 미래 운송수단의 핵심 요소로 이 배터리를 주목하고 있다. 현대차는 2030년, 토요타는 이르면 2024년쯤 양산형을 선보일 계획이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배터리 사고가 언제 어떻게 발생할지 모르는 만큼 주의를 당부했다. 이 대표는 “정부에서도 조사한다지만 명확하게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며 “전기차 안전 문제 관련해서는 재발 방지를 위해 습득해야 하는 데이터가 앞으로 더 쌓여야 한다. 이전보다 높은 고전압 배터리가 들어가는데 결코 안심해선 안 된다”며 사고는 확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자동차 안전 관련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그동안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올해부터는 처음으로 순수전기차를 대상으로 충돌 테스트를 진행할 수도 있다”며 “내연기관차든 전기차든 사고가 났을 때 문제가 생기면 안 된다. 안전도 평가를 통해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는지 살펴보고 부족한 점을 보완토록 하는 게 평가의 목표”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자동차 안전평가는 세계적으로도 깐깐하다고 자부한다. 앞으로 친환경차 분야에서도 한국이 여러 평가기준을 선도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미니인터뷰] 이호근 대덕대 교수, 소비자주권회의 자동차소비자위원회 위원장


이호근 대덕대학교 교수는 환경을 위해 친환경차 이용이 중요하지만 안전한 전기차가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사진제공=이호근 교수
이호근 대덕대학교 교수는 환경을 위해 친환경차 이용이 중요하지만 안전한 전기차가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사진제공=이호근 교수
Q. 전기차 화재는 내연기관차 화재와 어떻게 다른가
A. 내연기관차는 열원과 가연성 물질이 공급돼야 한다. 주로 연료가 공급되면서 뜨거운 엔진 쪽에서 불이 난다. 전기차 배터리는 수분에 민감한 리튬이온을 쓰다 보니 공기 중에 노출되면 수분에 반응하며 열이 나고 물과 직접 접촉하면 폭발할 수 있다. 사고나 충격에 의해 화재로 이어지는 것도 이런 이유다. 배터리가 하부에 장착돼있다 보니 차 이곳저곳에서 불이 난다. 게다가 웬만한 소화기로도 불을 끄기가 어렵다. 일반 내연기관차는 5분 정도면 충분히 끌 수 있는데 전기차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나야 불이 꺼진다는 특성이 있다. 업체는 이런 상황을 대비해서 소비자에게 어떻게 대피해야 하는지, 전원이 차단됐을 때 기계적으로 문을 열고 탈출할 수 있는지 방법을 안내하고 사용자는 방법을 숙지해야 한다. 불이 났다면 탈출하는 게 먼저다. 다행스러운 것은 주행 중엔 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배터리 충전량을 85%쯤으로 맞추는 것도 요령이다.

Q. 전기차 화재가 더 관심을 끈 배경은
A. 내연기관차 대비 비율이 2%대인데 화재가 제법 많이 특정 차종에 몰려서 발생했다. 특히 운전자 잘못이 개입하지 않는 ‘충전 중’에 불이 났다는 점이 특징이다. 세종시 사고의 경우 16대 화재로 이어지면서 10억원 가까이 재산피해가 났다. 그래서 전기차 화재가 더 관심을 끌게 됐다고 볼 수 있겠다.

Q. 제조사는 그동안 안전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고 보나
A. 각종 안전규정에 있는 충돌 테스트를 통과했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실제 발생하는 다양한 상황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하다. 전기차는 이제 출시하는 단계로 볼 수 있어서 그런 부분까지 고려하지 못했다. 지금까지는 내연기관차 차체에 전기모터와 배터리를 얹은 형태였지만 이제는 전용 플랫폼으로 차를 선보이기 때문에 안전도 더 신경 쓸 수밖에 없다.

Q. 새로운 전기차가 등장한다. 새로운 문제점도 있지 않나
전용 프레임에선 차체 하부에 배터리가 깔린다. 테슬라 사고에서도 볼 수 있듯 충돌 부위와 관계없이 배터리에서 화재가 날 수 있다는 점도 고려가 필요하다.

Q. 지금 전기차 사도 되나
올해가 전기차의 원년이다. 다양한 차종이 나올 것이고 전기차 보조금은 사라질 것이기 때문에 친환경차 구매는 지금이 적기다.

Q. 마지막으로 한마디
앞으로 전기차 충전 요금은 계속 오를 것이다. 그런데 전기차가 요금을 절약하고 연료비가 적게 든다고 살 게 아니다. 우리 환경은 우리 후손 것을 빌려다 쓰는 것이다. 캐나다에선 환경이 인권에 우선한다고 얘기할 정도다. 환경에 기여하고 보조하는 입장에서 우리 자녀들에게 깨끗한 공기와 환경을 물려준다는 사명감을 갖고 친환경차 이용을 적극 권장하고 싶다.
 

박찬규
박찬규 star@mt.co.kr  | twitter facebook

바퀴, 날개달린 모든 것을 취재하는 생활사회부 모빌리티팀 박찬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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