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리딩방 빼고 다 사기예요"… 기자가 체험한 리딩방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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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코스피가 장 초반 3200선을 돌파했다. /사진=장동규 기자
지난 11일 코스피가 장 초반 3200선을 돌파했다. /사진=장동규 기자
#"지난해 3월 코로나 리스크로 코스피가 바닥 쳤을 땐 한숨만 푹푹 쉬었죠. 뺄까 생각도 많이 했지만 결과적으로 끝까지 버티길 잘한 것 같아요." (이강민‧남·
25개인투자자)

#"욕심을 부린게 화근이었죠. 리딩방이요? 99.9%는 사기예요." (A씨‧남·
32직장인)

바야흐로 삼천피 시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된 이후 확장재정‧제로금리‧부동산규제에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지자 사람들은 주식시장으로 몰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의 일평균 거래 대금은 전년(5조원)보다 145% 증가한 12조2000억원에 달했다. 거래대금이 급증한 배경에는 개미(개인투자자)들의 역할이 컸다.
  
연일 신기록을 경신한 주식시장이지만 모든 개미가 웃은 것은 아니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수익을 올린 개미가 있는 반면 더 큰 돈을 벌기 위해 욕심을 부리다 피해를 본 개미도 많았다. 


존버는 이긴다… "폭락에 멘붕, 그래도 버텼죠"


지난해 주식시장에 뛰어든 개인투자자들이 크게 늘었다. /그림= 뉴스1
지난해 주식시장에 뛰어든 개인투자자들이 크게 늘었다. /그림= 뉴스1
이강민씨는 지난 2019년 7월 주식을 시작했다. 당시 코스피지수는 2000대 초반. 그러나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코스피지수가 하락하기 시작하더니 지난해 3월19일 1439까지 떨어졌다. 주식을 시작한 지 8개월도 안돼 쓴맛을 본 것이다.

이씨는 "당시엔 정말 끔찍했다. 머리가 망치로 맞은 것처럼 띵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손실을 보더라도 당장 주식시장을 떠날까 망설였지만 이씨는 끝까지 버티기로 결심하고 주식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의 주식 선생님은 유튜브였다. 이씨는 "주식 관련 책도 종종 읽었지만 가장 도움이 됐던 건 유튜브"라며 "주식의 기초부터 자세하게 가르쳐주는 강의도 많이 들었고 주식 전문 유튜버들의 말에도 귀기울이며 열심히 배웠다"고 설명했다.

꾸준히 공부를 이어간 이씨는 다시 상승곡선을 타는 코스피에 힘입어 수익을 달성하기 시작했다.

이씨는 "손실봤던 투자금은 다 메꿨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큰 수익률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결과적으로 30%가량 수익을 본 거 같다"고 웃음 지었다.


큰돈 벌고 싶어 들어간 주식리딩방"2000만원 날렸어요"


주식리딩방·유사투자자문사로 인한 주식 피해사례가 늘고 있다. /사진= 관련 문자 캡처(뉴스1)
주식리딩방·유사투자자문사로 인한 주식 피해사례가 늘고 있다. /사진= 관련 문자 캡처(뉴스1)

이씨처럼 웃은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주식시장에 개미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금을 가로채는 불법 금융투자업체들도 난립하고 있다. 일정금액의 가입비를 내면 고급정보를 주겠다는 카톡리딩방, 불법유사투자자문사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금융감독원에 신고하지 않은 유사투자자문사는 불법이다.

직장인 A씨는 코로나19 이후 주식시장에 뛰어든 주린이(주식+어린이)다. 처음에는 안정적인 우량주를 중심으로 주식을 매수해 수익을 달성했다.  

그러던 어느날 A씨는 한 통의 문자를 받았다. 고급 주식정보를 공유하는 카톡 리딩방에 초대한다는 내용의 메시지였다. 평소라면 스팸 문자로 여기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겠지만 더 큰 돈이 벌고 싶었던 A씨는 속는 셈 치고 무료체험 카톡리딩방에 들어갔다.

카톡리딩방에는 '어떤 종목이 내일 급등할테니 주식시장이 개장하면 바로 매수하라'라는 대화가 오갔다. 다음날 주식시장이 열리자 A씨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전날 방장이 추천한 종목들이 25~30% 급등한 것. 속는 셈치고 들어갔던 카톡리딩방이 황금알을 낳는 방이었던 것이다.

3일 무료체험 기간이 끝나자 A씨는 120만원에 달하는 가입비를 지불하고 일반방에 들어갔다. A씨는 이제 꽃길만 걸을 일만 남았다며 기대감에 부풀었다.

하지만 비싼 돈을 주고 가입한 리딩방에서 추천한 종목들이 폭락하기 시작했다. 불안했던 A씨는 리딩방에 "추천 종목들이 급락하고 있는데 회수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물었다. 카톡방에 있던 사람들은 일제히 "왜 팔지 않았냐"며 A씨를 바보취급했다. A씨는 "당시 매수하라고 해서 매수했는데 졸지에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고 전했다. 

이후 방장은 "이 방은 일반방이라 고급주식정보를 줄 수 없다"며 "고급방, VIP방에 들어가면 더 좋은 정보를 주고 큰 돈을 벌게 해주겠다"고 A씨를 유혹했다. 뭔가 잘못됐음을 감지한 A씨는 망설임 없이 리딩방을 빠져나왔다.

A씨는 "지금 생각해보면 카톡리딩방에 있었던 (나를 제외하고) 모든 사람들이 다 한통속이었던 것 같다. 말 그대로 모든 게 다 조작이었다"며 "비싼 회원비를 받고 고급 정보를 주겠다는 것은 99.9% 사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카톡 리딩방에 들어간 주변 사람들 중에는 자신이 싼 리딩방을 골라서 그런 결과가 나왔다며 더 많은 가입비를 내고 고급방, VIP방에 들어가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불법 유사투자자문사 피해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유튜버 싸보씨(가명)는 주식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던 중 정보를 알고 싶어 유사투자자문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핸드폰 번호를 입력했다. 이후 전화가 왔고 좋은 종목을 추천해주겠다며 싸보씨에게 VIP방 가입을 권유했다.

싸보씨는 "당시 투자자문사는 '주식은 이제 뒷정보로 하는 시대가 됐다', '올라가는 비밀정보가 있고 세력이 있다', '대기업 주식만 사면 금방 부자 못된다'며 가입을 권유했다.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자문사가 권유한 종목들이 올라가는 모습을 보고 가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싸보씨가 지불한 가입비는 300만원이었다.

VIP방에 들어간 싸보씨는 1대1 종목추천을 받기 시작했지만 추천받은 종목들은 –30~-50% 수익률을 기록했다.

싸보씨는 "추천한 종목들 중 지금은 상장폐지된 회사도 있다. 모든 종목들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가입취소를 하려하자 연락이 잘 안되고 태도가 소극적으로 돌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 생각해보면 주가를 예측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며 "저와 같은 피해자들이 더 이상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싸보씨는 가입비를 포함해 총 2000만원을 손해봤다.


유사 투자자문사·리딩방 직접 들어가 보니


카톡리딩방과 유사투자자문사의 연회비는 600만원에 달했다. /사진= 모 주식리딩방의 대화내용 캡처
카톡리딩방과 유사투자자문사의 연회비는 600만원에 달했다. /사진= 모 주식리딩방의 대화내용 캡처
기자는 사실 확인을 위해 투자자문사와 카톡리딩방에 직접 들어가봤다. 투자자문사 홈페이지를 무작위로 8곳 선택해 핸드폰번호를 입력하니 하루 사이 5곳에서 전화가 왔다.

이들은 모두 "월 20~30%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자신들을 소개했다. ㄱ 투자자문사의 경우 가입을 망설이는 척하자 3일간 무료체험 기간을 일주일로 늘려주겠다며 기자를 회유했다. 고급정보가 있다는 VIP방의 가입비는 1년에 600만~700만원대였다. 이들은 최근 VIP방의 상위버전인 '플래티넘' 방을 또 개설했다. ㄴ 투자자문사의 플래티넘 연회비는 1000만원에 달했다.

각 자문사들은 자신들의 회사만이 합법적인 회사이고 다른 회사는 불법이라고 폄훼했다. 

ㄱ투자자문사는 고객으로 위장한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런 말 잘 하지 않는데 고객님한테만 말씀드린다"며 "지금 인터넷에 있는 ㄴ, ㄷ회사들은 다 불법업체"라고 말했다.

ㄴ투자자문사는 "다른 업체들은 금감원에 신고하지 않는 업체다. 만약 금융당국에서 조사가 들어오면 고객님도 조사를 받을 수 있다"고 겁을 줬다.

이들이 공유하는 정보들은 정말 특급 정보일까. 무료체험방에서 추천한 종목들의 주가 동향을 추적해본 결과 상당수의 종목이 이미 며칠 전부터 상승세를 타던 종목들이었다. 다시 말해 이들이 말하는 주식정보는 특급·고급정보라기보다 이미 상승세에 진입한 종목들을 추천하는 것으로 보는 편이 더 옳다.

주식리딩방에는 바람잡이 역할을 하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홍보성 메시지를 주기적으로 띄웠다. /사진= 모 주식리딩방 대화내용 캡처
주식리딩방에는 바람잡이 역할을 하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홍보성 메시지를 주기적으로 띄웠다. /사진= 모 주식리딩방 대화내용 캡처
추천한 종목들 중에는 주가가 떨어진 종목도 있었다. ㄷ 주식리딩방의 경우 일부 추천종목의 가격이 10%정도 떨어지자 "매도세와 매수세가 싸우고 있는 구간이고 저만 믿고 따라오시면 된다"며 회원들을 안심시켰다. 하지만 이 종목의 주가는 하락한 채 장을 마감했다. 

모든 주식리딩방에는 방장 외에도 고객으로 위장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들도 있었다.

ㄷ 주식리딩방의 경우 "시장은 빠지지만 우리(가 추천한) 종목은 상승한다", "시장을 이기는 전략가"라며 방장을 치켜세웠고 ㄹ 주식리딩방은 "이런 리딩은 처음 본다", "덕분에 20% 수익 봤네요. VIP방 들어가면 더 고급정보를 준다던데 어떻게 하면 들어갈 수 있죠?"라고 바람잡이 역할을 했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현재의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연합회 대표는 "지난해 봄부터 불법‧편법 주식리딩방이 우후죽순 늘어났다. 이들은 주식을 홀짝 도박처럼 생각하고 개인투자자들을 꼬드겨 자신들의 배를 불리려는 세력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돈을 크게 벌 수 있다는 환상에서 빠져나와 스스로 주식에 대해 공부하고 연구하는 것이 주식에서 성공하는 지름길"이라고 조언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리딩방, 유사투자자문사와 관련해 개인투자자들의 피해사례가 늘고 있다"며 "유사투자자문사의 자문을 받을 경우 금감원으로부터 인증받은 회사인지 꼭 확인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나은수
나은수 eeeee0311@mt.co.kr  | twitter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기자 나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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