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취임] 친환경차 앞세웠지만… 목적은 ‘일자리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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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최우선과제는 '친환경 정책'을 통해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 기조에 발맞추는 것이다. 사진은 바이든 당선인이 GM의 쉐보레 볼트EV 차종을 바라보는 모습. /사진=로이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최우선과제는 '친환경 정책'을 통해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 기조에 발맞추는 것이다. 사진은 바이든 당선인이 GM의 쉐보레 볼트EV 차종을 바라보는 모습. /사진=로이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20일 오전 11시30분(한국시각 21일 새벽 1시30분)부터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취임식을 갖고 공식 집무에 들어간다.

바이든 당선인의 최우선과제는 '친환경 정책'을 통해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 기조에 발맞추는 것이다. 그는 청정에너지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인프라에 앞으로 4년 동안 2조달러(약 2187조원) 투자를 공언했다. 특히 ‘2050년 탄소배출 제로’를 목표로 전기차 인프라 등 친환경 인프라 확충에 4000억달러(약 437조원)를 집행한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의 친환경차 확대 정책은 미국 내 일자리 확보 정책의 일환이어서 이를 냉철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바이든 당선인의 친환경차 확대 정책은 ▲‘미국산’ 친환경차 300만대 이상 구매 유도 ▲전기차 공공 충전소 50만개 구축 ▲친환경차 보조금 ▲저공해차 생산 인센티브로 압축된다.

바이든 당선인의 이 같은 정책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것과 대조를 이룬다. 자동차산업에 있어서 트럼프 대통령이 전통적인 내연기관차를 우선했다면 바이든 당선인은 친환경차를 전면에 내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파리기후협약을 두고 미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2017년 협약 탈퇴를 선언한 이후 지난해 11월 공식 탈퇴 절차가 마무리됐다. 협약국 중 유일한 탈퇴국이란 오점을 남기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은 국제사회의 비난을 뒤집어썼다.

파리협약은 2015년 12월12일 당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주관한 제21차 유엔기후변화회의에서 195개 당사국이 만장일치로 채택한 국제조약이다.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혁명 이전보다 섭씨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줄인다는 내용이 골자다.

바이든 당선인은 파리협약 재가입을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내걸고 본격적인 친환경 행보를 예고했다. 전기차 판매량을 크게 늘리겠다고 발표하면서 자동차업계는 계산기를 두드리며 전략 마련에 한창이다.



‘내연기관차 퇴출’ 동의하지만…



미국의 파리협약 재가입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주요 자동차제조국의 내연기관차(기름을 연료로 쓰는 자동차) 판매 제한 움직임에도 관심이 쏠린다. /사진=로이터
미국의 파리협약 재가입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주요 자동차제조국의 내연기관차(기름을 연료로 쓰는 자동차) 판매 제한 움직임에도 관심이 쏠린다. /사진=로이터
미국의 파리협약 재가입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주요 자동차제조국의 내연기관차(기름을 연료로 쓰는 자동차) 판매 제한 움직임에도 관심이 쏠린다. 프랑스는 2040년부터 내연기관차 퇴출을 공식화했다. 하지만 영국·중국·미국(이상 2035년)과 일본(2050년)은 시점에 대한 대략적인 논의만 했을 뿐 구체적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국가기후환경회의’의 중장기 전략 제안을 발표한 한국은 국제적 흐름에 발맞추려 한발을 뗀 게 전부다.

지난 11월 국가기후환경회의는 “2035년(또는 2040년)부터 무공해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만 국내 신차 판매를 허용하고 내연기관차 중 대기오염을 현저하게 유발하는 차종(경유차)은 우선적으로 판매 제한을 검토한다”고 했다. 나아가 경유차 수요를 점진적으로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휘발유와 경유의 상대 가격을 OECD 평균인 100:95 수준 또는 100:100으로의 조정을 제안했다. 사실상 경유차의 퇴출을 의미하는 것으로 읽힌다.

자동차업계는 정부의 정책 방향엔 동의하지만 내연기관차 퇴출에 ‘완급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산업적 측면을 고려했을 때 현재 자동차산업의 생태계를 완전히 대체하기까지는 시간이 예상보다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내연기관 기술은 꾸준히 진화해왔고 앞으로도 발전할 수 있어 자동차제조국이 내연기관차 판매 중단 선언을 망설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겸임교수는 “정부 방향은 맞지만 선결 조건이 없어 논란이 되는 것”이라며 “퇴출시키려는 내연기관차의 대안이 불분명하고 연간 20조원의 유류세를 어디서 어떻게 확보할 수 있는지부터 고민을 해야 하는 만큼 정부가 무턱대고 내연기관차 퇴출을 선언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친환경차 정책은 대기질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보조금을 해외 업체에도 지급했다. 하지만 미국이나 중국 등은 어디서 만드는지 따져가며 보조금을 선별 지원해 자국 산업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며 아쉬움도 토로했다.


바이든, 왜 친환경차 밀까


미국 자동차산업의 심장인 디트로이트를 찾아 연설 중인 조 바이든 당선인. /사진=로이터
미국 자동차산업의 심장인 디트로이트를 찾아 연설 중인 조 바이든 당선인. /사진=로이터
바이든 당선인은 왜 친환경을 전면에 내세웠을까. 그 이면엔 철저히 미국 경제와 미국우선주의가 깔려 있다는 게 자동차업계의 분석이다. 세계적 흐름에 올라타면서도 악화된 미국 내 고용시장을 개선할 회심의 카드라는 것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에서 판매된 전기동력차는 527만대였고 이 중 순수 전기차 판매량은 163만대다. 하지만 미국의 순수 전기차 판매량은 19만5000대에 불과했다. 지난해 미국의 전체 자동차 판매량인 1748만대에 비하면 그 비중은 1%를 조금 웃도는 수준으로 전세계 평균인 2%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게다가 미국의 자동차산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가 가장 큰 업종으로 꼽힌다. 미 전역에 봉쇄조치가 이뤄지면서 자동차 공장 대부분이 자동차 대신 마스크와 인공호흡기를 생산했다. 한국무역협회 디트로이트무역관에 따르면 코로나 여파가 가장 심했던 지난해 4월 미국 자동차산업 고용은 전년 대비 36.3%까지 감소했다. 11월 제조업 전체 고용률이 전년 대비 4.8% 줄어든 것과 비교해 자동차제조업은 7% 감소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해 전세계 자동차 판매는 감소했지만 친환경차(전기동력차)는 오히려 증가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전체 자동차 판매는 전년 대비 3.9% 감소했음에도 전기동력차는 14.4% 증가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결국 이러한 문제를 풀어나가면서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기 위한 돌파구로 ‘친환경’을 앞세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한 자국 산업을 강화하기 위해 강력한 인센티브까지 예고한 마당이다. ‘미국산’이란 전제조건이 깔려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일각의 지적과 맞닿아 있다.

권 교수는 “미국은 1700만대 자동차 판매량 가운데 300만대를 전기차로 바꾸려 하고 이를 위해 세금을 쓰겠다고 밝혔다”며 “다만 미국에서 미국인의 손에 만들어진 것만 보조금을 주려는 것인 만큼 이와 관련된 업계 희비가 크게 엇갈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친환경차의 생산기지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생산을 유지하면 부품 수급과 고용 등 국내 자동차산업에 도움이 되나 미국 등 해외에 차를 팔 때 혜택을 받지 못해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그렇다고 무턱대고 현지 생산을 늘리면 코로나 등 전염병이나 자연재해와 맞닥뜨릴 수 있는 만큼 경영진의 판단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찬규
박찬규 star@mt.co.kr  | twitter facebook

바퀴, 날개달린 모든 것을 취재하는 생활사회부 모빌리티팀 박찬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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