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나경원 전 의원이 출마 선언 후 처음으로 공개 석상에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만나 쓴소리를 뱉었다. 오 전 시장은 나 전 의원의 비판을 일단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두 사람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박원순 시정 잃어버린 10년 재도약을 위한 약속 발표회'에 참석했다. 박 전 시장의 10년 시정을 비판하고 이번 보궐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해 내년 대선 승리의 교두보를 놓겠다는 일종의 다짐 대회였다.

주호영 원내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상당수의 예비후보들이 함께한 자리에서 포문은 나 전 의원이 열었다.

나 전 의원은 "선거가 내일모레로 다가왔는데 10년 전 일이 생각난다"며 "오 전 시장께서 그만두고 안철수 당시 후보가 박원순 후보의 손을 들어주고 나서 우리 당의 누가 나가도 힘든 선거 구도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때 홍준표 대표가 저에게 출마를 간곡히 부탁할 때 제 마음은 '이번에 참패하면 다음 총선과 대선 대안이 없으니 최소한 우리가 지킬 수 있을 만큼 선전하자'는 생각으로 열심히 했다"며 "경선 후보의 한 명으로서 낮은 자세로 열심히 국민의힘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오 전 시장은 지난 2011년 시장직을 걸고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제안했으나 부결되면서 시장직에서 물러났다. 나 전 의원이 이번 보궐선거의 근본 원인이 오 전 시장에게 있음을 면전에서 밝힌 것이다.

오 전 시장은 이같은 비판을 수용했다. 그는 "사실 후임 시장이 일을 잘 못하거나 실수하면 통상적으로는 전임 시장이 더 돋보이고 칭찬도 받는데 지난 10년 동안 후임 시장이 실수하고 잘못된 길을 갈 때마다 따가운 시선이 저한테 오는 10년 세월을 겪으며 부담도 크고 자책감도 컸다"며 "오늘이 아마 그 결전 편인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다 보니 저는 처음부터 끝까지 바늘방석에 앉은 것처럼 매우 송구스러운 마음으로 벌 받는 자리같다"며 "벌도 달게 받고 책임도 지겠다. 더 큰 책임으로 서울시민에 보답하겠다는 약속을 한다"고 강조했다.

나 전 의원은 앞서 오 전 시장이 출마의 변에서 '결자해지'라고 말한 것을 두고 "가장 좋은 결자해지 방법은 잘할 것 같은 저를 밀어주는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