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세이프가드' 유지냐 종료냐… 바이든의 선택은

[머니S리포트-바이든판 ‘세이프가드’ 나올까①] 다자주의 통상환경 복귀 속 ‘미국 내 생산’ 강화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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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으로 대미(對美) 통상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바이든 행정부는 철저한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한 도널드 트럼프와는 달리 다자주의 무역을 존중하지만 자국 산업 보호에 있어선 보수적인 성향을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에서 ‘세이프가드’(safeguard·긴급 수입제한)를 통해 강화된 무역장벽이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그대로 유지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의 대미 통상전략 수립이 한층 중요해진 이유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그래픽=김은옥 기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본격 출범하면서 한국의 통상환경이 중대한 변곡점을 맞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를 철폐하고 다자주의 원칙의 통상정책 복귀를 약속했지만 동시에 미국 중심 공급망 구축 등 강력한 자국 산업 보호정책도 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에서 나온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가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유지될지 국내 산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트럼프 체제서 부활한 ‘세이프가드’



세이프가드란 특정 물품의 수입이 늘어나 자국 산업에 중대한 손해가 있거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그 품목의 수입을 제한하는 조치다. 상대국 물품의 불공정한 수입을 제한하는 반덤핑관세나 상계관세제도와는 달리 ‘공정한 수입’을 규제대상으로 삼는 것이어서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제도로 꼽힌다.

미국에서 세이프가드는 2000년대 들어 국제 자유무역 기조가 강화되면서 사실상 사문화되다시피 했던 제도다. 2002년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한국산을 포함한 수입철강에 세이프가드를 시행한 적은 있지만 유럽의 반발과 국제사회의 비난이 잇따르자 이듬해 곧바로 조치를 철회했다. 이후 유명무실했던 제도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인 2018년 부활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국이 한국을 대상으로 시행 중인 세이프가드는 세탁기와 태양광 등 2건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국산을 비롯한 수입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으로 인해 미국 내 산업에 손해가 발생한다는 현지 산업계의 요청을 받아들여 2018년 2월 7일 발효한 것이다.

현재 미국의 대한(對韓) 수입규제가 전체 44건인 점에 비하면 세이프가드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지만 2000년대 들어 시행된 미국의 세이프가드 3건 중 2건이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한 트럼프 행정부에서 발효됐다는 점에서 보호무역주의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다.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는 다음달 7일까지이며 태양광은 내년 2월7일까지다. 이런 가운데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임기만료를 앞둔 지난 14일 세탁기 세이프가드 조치를 2년 연장하는 내용의 포고문을 발표했다.

관건은 바이든 행정부 체제에서 이 같은 세이프가드 조치가 유지되느냐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 트럼프 대통령의 잔재를 없애려는 ‘ABT’(Anything But Trump·트럼프 정책만 아니면 된다)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중심 공급망’을 강조하는 점이 변수다. 그는 대선 후보 시절 핵심공약으로 ▲미국산 구매(Buy America) ▲미국 내 생산(Made In America) ▲미국 중심 공급망(Supply America) 등을 내걸었다. 외산 의존도를 줄이고 미국 내 산업 부흥을 도모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그래픽=김은옥 기자



미국 내 생산시설 등 투자 압박할까



정유탁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트럼프의 자국우선주의와 고립주의에선 벗어나겠지만 미국 내 제조업 회복과 공급망 재건을 위해 미국 중심주의 무역정책은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며 “다자주의 무역체제 회복을 추진하면서도 바이든 역시 ‘더 나은 미국’을 만들기 위한 미국 우선주의 성향을 일정 수준 유지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바이든은 경기 부양을 위해 10년간 인프라 구축에 2조4000억달러를, 친환경차 등 클린 에너지 전환에 4년간 2조달러를 각각 투자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 중심 제품과 기술 및 공급망을 중점 활용할 방침으로 수입산에 대한 세이프가드 등 무역 진입장벽을 설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해외 이차전지·모빌리티 분야의 미국 내 직접투자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바이든은 기본적으로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주의를 존중하겠지만 미국 내 직접투자 압력은 트럼프 행정부 때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세이프가드를 유지하거나 새로운 규제 품목을 지정할지 여부는 현재로선 예상할 수 없지만 바이든이 노동자의 지지를 받아 당선됐다는 점에서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요구를 무시하진 못할 것”이라며 “단일 품목이나 개별적인 통상 이슈에 대해서는 보호무역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바이든 체제의 통상환경 불확실성에 대비해 경제분야에서 미국과의 신뢰관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문종철 산업연구원 통상정책실 연구위원은 “바이든 정부가 공급사슬 국내화를 강조하는 것이 반드시 미국 현지에 사업장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는 공급사슬 국내화의 궁극적 목적은 신뢰할 수 있는 공급사슬 구축이 목적이어서 대미 투자 확대도 고려하는 한편 미국과의 신뢰관계 강화를 통해 새롭게 구축될 공급사슬에 참여할 기회를 타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내 생산 확대와 미국 중심의 공급망 구상 정책에 따른 글로벌 분업구조 개편 및 통상환경 변화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며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 과정뿐 아니라 친환경·신기술 산업 발전정책에 참여하거나 협력 가능한 방안을 모색해 확고한 한미 경제 동반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한듬
이한듬 mumford@mt.co.kr  | twitter fac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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