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시장 커지는데… 국산 오토바이는 없다

[머니S리포트 이륜차 시장, 실속 없이 덩치만 커졌다①] 90% 장악한 일본 혼다… 전기이륜차도 ‘하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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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세계시장에서 글로벌 업체와 어깨를 견주고 국내시장의 80% 벽을 굳건히 지켜내는 국내 자동차업계와 달리 이륜차업계는 참담한 분위기다. 국내 생산은 사실상 전무한 상태로 시장점유율마저 수입산에 밀린다. 한때 시장의 80%를 차지하며 위세를 떨치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 명맥조차 끊기기 직전이다. 전기이륜차에 기대를 걸어보지만 이마저도 무분별한 중국산 수입으로 인해 쉽지 않아 보인다. 국내 이륜차시장의 현 상황을 진단하고 앞으로 달라질 환경에서 국내 업체의 경쟁력을 살펴봤다.
한국의 이륜차 시장이 위기를 맞았다. 국내 이륜차 제조업체는 이리저리 인수되면서 이미 경쟁력을 상실했다는 평을 받고 있는 가운데 관련 시장은 외국 업체에게 안방을 내어준 지 오래다./사진=뉴시스 박미소 기자
한국의 이륜차 시장이 위기를 맞았다. 국내 이륜차 제조업체는 이리저리 인수되면서 이미 경쟁력을 상실했다는 평을 받고 있는 가운데 관련 시장은 외국 업체에게 안방을 내어준 지 오래다./사진=뉴시스 박미소 기자
한국의 이륜차 시장이 위기를 맞았다. 국내 이륜차 제조업체는 이리저리 인수되면서 이미 경쟁력을 상실했다는 평을 받고 있는 가운데 관련 시장은 외국 업체에게 안방을 내어준 지 오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자동차 신규 등록대수는 191만대로 전년 180만대보다 6.2% 증가했으며 이륜차는 2019년 11만대에서 지난해 14만대로 27%나 늘었다. 자동차와 이륜차 신장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라는 게 관련 업계의 분석이다.



수입산 점령한 국내 이륜차 시장


혼다 제품은 배달용 이륜차로 인기가 좋다. 사진은 혼다 2021년형 올 뉴 PCX. /사진제공=혼다
혼다 제품은 배달용 이륜차로 인기가 좋다. 사진은 혼다 2021년형 올 뉴 PCX. /사진제공=혼다
다만 차이점은 있다. 자동차의 경우 코로나 감염으로부터 안전한 이동수단을 원한 소비자의 요구와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 등이 맞물리며 시장이 커졌다. 반면 이륜차 보급 확대는 사람들이 코로나 여파로 직장을 잃거나 무급휴직 등으로 생계가 어려워진 가운데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배달 플랫폼으로 뛰어든 현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배달 플랫폼 라이더로 근무를 희망할 경우 개인 이륜차가 필요하며 2시간 교육만 받으면 현장에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근거리 물류 IT 플랫폼인 ‘바로고’의 분석에 따르면 최근 한 달에 한 건 이상 배달을 수행한 라이더 수가 국내 코로나 발발 직후인 지난해 2월 1만3200명에서 9월 2만200명으로 53%나 증가했다. 

그렇다면 배달 라이더는 어떤 이륜차에 관심을 가졌을까. 이들은 운전이 쉽고 내구성이 좋으면서도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스쿠터’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업체 ‘다나와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8~9월 가격비교사이트 ‘다나와’의 스쿠터 브랜드별 판매 점유율에서는 혼다가 90%로 압도적이었다. 2위 야마하는 4.7%의 점유율을 보였다. 3위는 대만의 SYM이 2.0%로 국산 대림오토바이(현 DNA모터스)의 1.9%에 근소한 차로 앞섰다. 단일 브랜드인 일본 혼다의 점유율에서 볼 수 있듯 국산의 명함은 초라하다.

서울에서 수입 이륜차를 주로 취급하는 이모씨(40)는 “수년 전 중국 스쿠터가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내구성이 약한 데다 서비스마저 엉망이어서 지금은 일본 브랜드의 스쿠터가 대세를 이뤘다”며 “국산은 물어보기만 하고 정작 구입할 땐 일본 제품으로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20년 전만 해도 국산이 압도적이었으나 품질이 떨어지고 가격 경쟁력마저 밀리면서 설 자리가 없어진 상황”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고성능·고급 이륜차로 분류되는 250㏄ 이상에서 국산은 찾아볼 수 없다. BMW모토라드·두카티·할리데이비슨·혼다 등 주로 독일과 이탈리아 등 유럽·미국·일본 브랜드가 시장을 나눠 가졌다. 사진은 BMW 뉴 R 18. /사진제공=BMW
고성능·고급 이륜차로 분류되는 250㏄ 이상에서 국산은 찾아볼 수 없다. BMW모토라드·두카티·할리데이비슨·혼다 등 주로 독일과 이탈리아 등 유럽·미국·일본 브랜드가 시장을 나눠 가졌다. 사진은 BMW 뉴 R 18. /사진제공=BMW


위기의 국산 오토바이


한국이륜차산업협회의 배기량별 통계에 따르면 2019년 판매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한 건 110~125㏄로 5만8664대가 등록됐다. 50~110㏄는 2만702대였다. 두 구간에 해당되는 제품은 가격이 저렴하고 배달용 등으로 많이 쓰이는 탓에 국내·외 업체의 경쟁이 가장 치열하다.

하지만 고성능·고급 이륜차로 분류되는 250㏄ 이상에서 국산은 찾아볼 수 없다. BMW모토라드·두카티·할리데이비슨·혼다 등 주로 독일과 이탈리아 등 유럽·미국·일본 브랜드가 시장을 나눠 가졌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1997년 국내 이륜차의 연간 판매량은 30만대에 달했으나 2000년대 이후 최근 5년까지도 10만대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처럼 오랜 시간 정체를 겪은 이륜차 시장이 지난해 갑자기 커졌지만 국내 업체의 존재감은 묘연한 상황.

DNA모터스는 현재 판매 제품의 70%를 중국에서 들여온다. 현지 OEM(주문자상표부착방식)으로 생산된 제품 위주로 수입하고 있다. OEM 제품일지라도 2005년 10만대 이상을 내놨지만 2019년엔 2만9105대로 바닥을 쳤다. 그나마 지난해 3만1385대를 판매한 게 위안거리였을 정도다. DNA모터스 관계자는 “국내 생산만으로는 가격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어 현재 상당 물량을 중국에서 들여온다”며 “하지만 앞으로 시장이 커질 전기이륜차는 국내 공장에서 생산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국내 업체인 KR모터스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시장 점유율은 2016년 17.2%에서 2019년(9월 기준) 5.1%로 크게 쪼그라들었다. 생산량은 2019년 5000여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KR모터스 관계자는 “현재 국내 제조 물량은 없다”며 “중국 합작사에서 만들어서 가져오고 OEM 제품도 수입해온다. 직접 만드는 제품 외에도 완제품을 수입 중이고 전기이륜차 판매는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1997년 국내 이륜차의 연간 판매량은 30만대에 달했으나 2000년대 이후 최근 5년까지도 10만대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처럼 오랜 시간 정체를 겪은 이륜차 시장이 지난해 갑자기 커졌지만 국내 업체의 존재감은 묘연한 상황. /그래픽=김민준 기자
관련 업계에 따르면 1997년 국내 이륜차의 연간 판매량은 30만대에 달했으나 2000년대 이후 최근 5년까지도 10만대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처럼 오랜 시간 정체를 겪은 이륜차 시장이 지난해 갑자기 커졌지만 국내 업체의 존재감은 묘연한 상황. /그래픽=김민준 기자



기댈 건 전기이륜차뿐이라는데…


이륜차업계에서는 현재 국내시장이 확대되려면 ‘계기’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륜차에 대한 인식이 가벼운 이동수단이자 레저용보다는 단순히 ‘배달을 위한 수단’으로 굳어져서다.

업계 관계자는 “국산 이륜차의 시장점유율이 80%에 달할 만큼 독보적인 시절이 있었지만 기술 개발을 게을리한 탓에 현재는 경쟁에서 완전히 도태됐다”면서 “이륜차는 자동차에 비해 제품의 개별 단가가 낮은데 시장마저 작아 기술개발을 통한 국내업체의 시장 점유율 확대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나마 업계가 기대하는 것은 정부가 관심을 갖고 있는 전기이륜차 시장”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외 환경규제가 강화되기 때문에 기존 내연기관 이륜차는 수출이 어렵다”며 “국내 업체가 전기이륜차 수요 증가를 대비하는 점은 그나마 다행스럽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이륜차 시장에서 품질 경쟁력이 떨어지거나 AS망 부족 등 문제를 보이는 회사는 가격이 저렴하더라도 앞으로도 소비자가 외면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박찬규
박찬규 star@mt.co.kr  | twitter facebook

바퀴, 날개달린 모든 것을 취재하는 생활사회부 모빌리티팀 박찬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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