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 쓰고 꾀부리고… 법 악용하는 집주인, 대안 없나?

[머니S리포트 임대차2법 시행 6개월③] 속수무책 당하는 세입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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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1월31일이면 31년 만에 바뀐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임대차2법)이 시행 6개월째를 맞는다. 임대차2법은 계약갱신청구권과 임대료상한제 등을 핵심으로 하는 세입자 보호 법안이다. 전·월세 신고를 의무화한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올 6월 시행된다. 새 임대차법은 전세 역사에 최대 변화를 가져왔다. 국내에만 존재하는 전세제도의 특수성 때문에 그동안 세입자는 각종 불합리한 요구 조건이나 말도 안 되는 임대료 인상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 법 개정에 따라 집주인의 부당한 계약조건에 대한 세입자의 대항력이 강화됐고 구제받을 수 있는 방법이 많아졌다. 전세 세입자의 가장 큰 불안 요소인 이주 주기도 길어져 부담을 덜었다. 하지만 여전히 신규로 전세시장에 진입하려는 세입자나 신도시는 전세금 폭등을 앓고 있다. 집주인과의 분쟁도 점차 늘고 있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분쟁 조정 지원을 강화하고 전·월세신고제 시행 후 신규 전세금 규제도 강화할 계획이다.
지난해 새로 시행된 ‘주택임대차보호법’(임대차2법)은 세입자에게 1회 계약갱신청구권을 보장하고 갱신에 따른 보증금 등 차임을 이전 계약보다 증액할 경우 최대 5% 상한을 초과하지 않도록 한 것이 골자다. 하지만 세입자를 위해 만든 법이 정작 세입자의 권리를 침해할 뿐 아니라 법의 허점을 이용하는 일도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그래픽=김영찬 기자
지난해 새로 시행된 ‘주택임대차보호법’(임대차2법)은 세입자에게 1회 계약갱신청구권을 보장하고 갱신에 따른 보증금 등 차임을 이전 계약보다 증액할 경우 최대 5% 상한을 초과하지 않도록 한 것이 골자다. 하지만 세입자를 위해 만든 법이 정작 세입자의 권리를 침해할 뿐 아니라 법의 허점을 이용하는 일도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그래픽=김영찬 기자
임대차 계약 보장기간은 1989년 1년에서 2년으로 늘어난 후 31년 만인 지난해 4년으로 늘어나 전세시장에 격변을 일으켰다. 새로 시행된 '주택임대차보호법'(임대차2법)은 세입자에게 1회 계약갱신청구권을 보장하고 갱신에 따른 보증금 등 차임을 이전 계약보다 증액할 경우 최대 5% 상한을 초과하지 않도록 한 것이 골자다.

다만 집주인이 계약갱신청구권을 거절할 수도 있다는 예외조항을 뒀다. 법은 ▲세입자가 월세를 2회 이상 연체한 경우 ▲집주인이나 집주인의 부모·자녀가 직접 거주하기로 한 경우 ▲세입자가 허위 신분으로 계약한 경우 ▲임차 주택의 전부 또는 일부를 동의 없이 무단 증축·개조하거나 고의로 파손한 경우 ▲집주인이 세입자와 합의해 이사비 등 상당한 보상을 제공한 경우 등 9가지 사유다. 집주인의 배우자는 ‘집주인’의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집주인의 권리도 함께 보호하기 위한 조치지만 이를 악용하는 사례들도 잇따라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세입자를 위해 만든 법이 정작 세입자의 권리를 침해할 뿐 아니라 법의 허점을 이용하는 일도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집주인 직접 거주 위장 사례 속출


서울 양천구에서 보증금 2억1000만원짜리 빌라에 전세로 거주하는 A씨는 계약 만료를 앞두고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올려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A씨는 부족한 보증금 마련을 위해 백방으로 알아보던 중 집주인에게서 청천벽력 같은 통보를 받았다. 직접 거주할 계획이니 집을 비워달라는 것이었다. 집주인의 직접 거주는 세입자의 계약갱신 요구를 합법적으로 거절할 수 있는 사유다. A씨는 재계약을 포기하고 이사를 가야만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A씨는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살던 집이 공인중개사사무소에 매물로 올라와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직접 들어와 살겠다는 집주인의 말은 거짓말이었다.

이처럼 실제 거주 계획이 없으면서 보증금을 올려 받기 위해 위장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어 법의 허점으로 지적된다. 정부가 집주인의 계약갱신 거절 후 직접 거주를 확인하는 정책을 강화하자 이번에는 위장전입 또한 많아졌다. 집주인이 전입신고를 못 하도록 요구하는 경우에는 세입자가 계약 사실을 증빙하기가 어려워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세입자에게 전입신고를 못 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세입자가 보증금 반환과 관련한 대항력을 갖출 수 없고 전세권 설정등기도 안 돼 이런 계약을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월세 전환, 트집 잡기 논란


집주인의 직접 거주 요건에 대한 모호성도 논란거리다. 법이 명시한 직접 거주의 주체에는 임대인·직계존속·직계비속이 포함된다. 집주인의 배우자는 법규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일부 집주인은 배우자의 세대를 분리해 직접 거주하는 것처럼 눈속임을 할 수 있다.

세입자의 계약갱신을 거절하기 위해 억지 사유를 찾아내거나 트집을 잡는 사례도 많다. 세입자가 월세를 2회 이상 연체한 경우 주택의 전부 또는 일부를 고의로 파손한 경우 등의 예외 사유를 만들기 위해 꾀를 쓰는 것. 최근 재계약에 성공한 세입자 B씨는 "집주인이 재계약 전 집을 쥐 잡듯이 살피고 이것저것 트집을 잡아서 애를 먹었다"며 "원래 파손돼 있던 부분까지 책임을 떠넘기려고 해 입주 전에 촬영해 놓은 사진이 있어서 겨우 증명했다"고 혀를 내둘렀다.

임대차2법 시행 후 임대차 계약이 종료된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려는 집주인도 잇따랐다. 일부는 정부의 다주택자 세제 강화 정책에 따른 세금 부담 증가분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려는 의도로 전세금을 지나치게 올리거나 월세로 전환하기도 했다. 기존 세입자의 재계약률 증가로 신규 전세 매물이 점점 감소하고 전셋값이 급등하자 이런 입주인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게 세입자의 현실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계약일 기준 부동산 거래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9315건이던 전세 거래는 11월 6930건과 12월 5890건 등으로 감소했다. 반면 준전세 거래는 10월 1724건에서 11월 2603건으로 늘어났고 같은 기간 월세는 3832건에서 4516건으로 증가했다.



집주인 우위 아닌 ‘세입자 우위’ 법으로


기존 법은 많은 부분이 임대인 우위 조건이어서 이 같은 분쟁이 발생했을 때 세입자가 보호받을 수 있는 길이 없었다. 예를 들어 세입자가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해도 예전에는 집주인이 이를 거부할 수 있었다. 개정 법안은 반대로 집주인이 조정신청을 해도 세입자가 거절할 수 있고 세입자의 조정신청은 자동 성립된다.

20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신청 접수 건수는 지난해 7월 115건으로 집계됐고 임대차2법 시행 이후에는 ▲8월 131건 ▲9월 149건 ▲10월 141건 ▲11월 166건 ▲12월 131건 등 이전보다 접수 건수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세입자의 불이익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손해배상'을 제시하기도 한다. 집주인이 직접 거주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낸 후 제3자에게 임차하면 세입자는 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집주인의 꼼수를 적발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임대차 정보 열람제도를 마련해 지난해 9월 시행된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은 집주인의 직접 거주를 이유로 갱신이 거절된 세입자가 실제 거주 여부(제3자에게 임대됐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임차인이 퇴거한 후에도 해당 주택의 임대차 정보 현황을 열람할 수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지난해 8월 이후 증가한 임대차 분쟁사례를 감안해 시장을 계도하고 위반사례를 단속해야 한다"며 "분쟁조정위 개설지역과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수지
강수지 joy822@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투데이 미디어그룹 머니S, 산업2팀 건설·부동산 담당 강수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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