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용기에 담아주세요"… 직원 눈빛에 말꼬리가 흐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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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와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자는 이른바 '용기내 챌린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용기내 챌린지에 도전한 기자가 일주일 동안 포장한 김밥(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치킨, 아이스크림, 샌드위치. /사진=박현주 기자
기후위기와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자는 이른바 '용기내 챌린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용기내 챌린지에 도전한 기자가 일주일 동안 포장한 김밥(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치킨, 아이스크림, 샌드위치. /사진=박현주 기자
우리는 왜 기후위기와 쓰레기 더미로 몸살을 앓으면서도 플라스틱을 고집할까.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한 해에만 플라스틱류 생활폐기물이 323만여톤 발생했다. 지난 10년 동안 그 발생량은 72% 늘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지난해 음식배달 서비스 이용률이 전년 대비 75% 급증하자 플라스틱 배출량도 덩달아 증가했다.

이에 제로웨이스트(zero waste·쓰레기 배출을 최소화하자는 운동)의 일환인 '용기내 챌린지'가 인기를 얻고 있다. 배달·포장으로 발생하는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운동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인 요즘 우리는 플라스틱과도 거리를 둘 수 있을까. 기자는 지난 4~10일까지 '용기내 챌린지'를 실행해봤다.



"용기(courage)내서 용기(container) 내세요"


용기내 챌린지 시작 전날 밤 기자가 가진 용기를 점검했다. /사진=박현주 기자
용기내 챌린지 시작 전날 밤 기자가 가진 용기를 점검했다. /사진=박현주 기자
챌린지 시행 전날인 지난 3일 밤 기자가 가진 용기를 점검했다. 자취 경력 한달 반인 기자는 이른바 '쪼렙'(낮은 레벨을 일컫는 신조어)이었다. 음식을 위생적으로 포장해오려면 뚜껑이 있어야 하는데 이에 마땅한 것은 전자레인지용 용기 2개, 스테인리스 용기 1개, 2리터 물병, 냄비, 텀블러 정도. 헛웃음이 났다.

하지만 챌린지를 위해 용기를 새로 살 순 없었다.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려면 불요불급한 추가 구매를 줄여야 한다. 가령 생분해가 된다는 대나무 칫솔, 천연 수세미 등을 사기 위해 쓰고 있던 멀쩡한 제품을 버린다면 결국 새로운 쓰레기를 만드는 것과 같아서다. 텀블러나 에코백을 수집하는 취미가 친환경 측면에서 비판받는 것도 같은 이유다.

덴마크 환경식품부는 면 재질의 에코백이 최소 7100번 이상 재사용돼야만 비닐봉지(저밀도 폴리에틸렌·LDPE)와 비교해 환경 보호 효과가 있다고 지난 2019년 발표한 바 있다.

옛말에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산다고 하지 않았나. 용기에 음식이 다 안 들어가면 2리터짜리 물병에라도 치킨을 포장해오겠단 다짐으로 챌린지를 시작했다.



식사류 10번 중 3번은 헛걸음… 카페선 대환영


배달음식으로 발생하는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지난 4~10일까지 용기내 챌린지에 나섰다. 사진은 기자가 포장한 감자탕(왼쪽부터)과 소스. /사진=박현주 기자
배달음식으로 발생하는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지난 4~10일까지 용기내 챌린지에 나섰다. 사진은 기자가 포장한 감자탕(왼쪽부터)과 소스. /사진=박현주 기자

용기내 챌린지엔 적당한 크기의 용기를 '넉넉히' 챙겨가는 센스가 필수다. 밑반찬이나 소스 등을 담아갈 여분의 용기가 없다면 소포장된 김치나 소스통을 울며 겨자먹기로 받아들게 된다. 여분 용기가 있어도 프랜차이즈 매장에선 치킨무나 소스 등을 기포장 상태로 제공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면 거절을 의연하게 받아들일 태도다.


용기내 챌린지에 도전한 일주일은 팽팽한 긴장의 연속이었다. 내쫓듯 손을 내저으며 단호히 거절하는 점주부터 "본사 정책상 해드릴 방법이 없다"며 역으로 부탁해오는 아르바이트생까지 거절의 방법도 다양했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점주를 맞닥뜨리면 일단 말꼬리가 길어졌다.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을 줄이고 환경을 보호하겠단 챌린지의 취지를 설명하면 멋지다며 칭찬을 건네는 점주가 있는 반면 정해진 용기에 담아야 정량을 줄 수 있단 점주도 만났다. 


분식집에선 포장을 반기는 분위기다. 김밥과 같이 정량이 정해진 분식메뉴는 다회용기 포장이 간편해서다. 지난 4일 방문한 분식집에는 김밥 포장을 기다리는 기자 옆에서 김치볶음밥 포장을 기다리는 다회용기 포장 손님이 있어 반가웠다. 


반면 지난 7일 방문한 서울 강서구의 한 감자탕집 점주는 들고 간 냄비에 감자탕을 담아주면서도 "다음부턴 들고 오지 마세요"라고 당부했다. 정량에 꼭 맞는 용기가 아니면 들고가다 흘러 넘치기 십상이라는 이유에서다.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서란 기자의 설명엔 "플라스틱이 편한데 어쩌겠냐. 모든 사람이 냄비를 들고 다닐 순 없지 않겠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음식 배달 주문은 사실상 불가했다. 주문 시 요청사항에 '꼭 다회용기에 포장해달라'는 문구를 적으면 이내 전화가 걸려왔다. 서울 종로구에서 중국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다회용기는 다시 회수해와야 하지 않느냐. 요즘은 배달대행을 쓰기 때문에 배달비가 두 배로 든다"며 거절했다.


텀블러 문화가 이미 정착된 카페에선 성공률 100%였다. 스타벅스·엔제리너스 등 국내 주요 커피전문점들은 지난 2018년부터 환경부와 협약을 맺어 개인 텀블러 이용시 100~400원의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서울 중구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모씨(남·24)는 "(카페가 아닌) 다른 프랜차이즈 음식점에서도 다회용기 포장 시 할인해주는 정책을 도입하면 (다회용기 포장 문화 정착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제안했다.


다만 카페에서도 준비성은 필수다. 얼음이 들어간 찬 음료를 포장하기 위해선 입구가 넓은 텀블러를 준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자와 같이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마시는 사람)임에도 일주일 내내 '뜨아'(뜨거운 아메리카노)만 마시는 낭패를 볼 수 있다.

카페에선 텀블러 포장 문화가 보편적으로 정착돼 있다. 사진은 기자가 출근길에 포장한 커피. /사진=박현주 기자
카페에선 텀블러 포장 문화가 보편적으로 정착돼 있다. 사진은 기자가 출근길에 포장한 커피. /사진=박현주 기자


일주일 동안 500g, 일년이면 26kg?… '플라스틱 산 기억 없는데'


용기내 챌린지가 끝난 뒤 몸은 가벼웠지만 플라스틱을 쓸 때마다 죄책감에 시달렸다. 사진은 기자가 배달시킨 중국음식(왼쪽부터), 초밥, 족발. /사진=박현주 기자
용기내 챌린지가 끝난 뒤 몸은 가벼웠지만 플라스틱을 쓸 때마다 죄책감에 시달렸다. 사진은 기자가 배달시킨 중국음식(왼쪽부터), 초밥, 족발. /사진=박현주 기자

챌린지가 끝난 후 일주일은 편하고 가벼웠다. 언제 어디서 커피를 마실지 지 몰라 전전긍긍하며 동행하던 텀블러와도 안녕을 고했다. 매장에 갈 때마다 행동을 일일이 부연해야할 부담감도 없었다.

지난 4~10일 기자가 챌린지를 진행하며 음식 배달·포장으로 배출한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은 불과 30g. 무심코 집어든 빨대와 기포장된 소스통, 치킨무 등으로 생긴 쓰레기였다.

 

반면 지난 11~18일 음식 배달·포장으로 배출한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은 500g. 일주일 동안 평소와 다름없이 매일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세 번의 배달음식을 주문한 결과였다. 이는 지난주 배출량의 약 16.7배에 달하는 수치로 일년으로 계산하면 26㎏이 된다. 이밖에 생활용품 등으로 발생할 플라스틱 쓰레기까지 고려하면 그 무게는 더욱 많아진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기준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은 132.7㎏으로 벨기에(170.9㎏)와 대만(141.9㎏)을 잇는 세계 3위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사용량은 98.2㎏에 달한다. 사진은 기자가 챌린지에 도전한 이달 4~10일에 배출한 플라스틱 쓰레기 30g(왼쪽)과 평소처럼 생활한 11~18일에 배출한 플라스틱 쓰레기 500g. /사진=박현주 기자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사용량은 98.2㎏에 달한다. 사진은 기자가 챌린지에 도전한 이달 4~10일에 배출한 플라스틱 쓰레기 30g(왼쪽)과 평소처럼 생활한 11~18일에 배출한 플라스틱 쓰레기 500g. /사진=박현주 기자
지난 한 주 챌린지를 진행한 기자는 플라스틱을 쓸 때마다 약간의 죄의식에 시달려야 했다.

특히 배달과정에서 형태가 변형돼 재활용이 불가능한 용기들이 눈에 들어왔다. 배달된 족발 용기는 폴리프로필렌(PP) 단일재질이라 재활용이 가능했지만 포장 과정에서 접착된 비닐로 인해 이중 재질이 되면서 재활용이 불가능해졌다. 이를 분리배출하려면 비닐이 붙은 부분을 가위로 일일이 제거해야만 한다.

국물로 인해 변색된 용기나 매장 로고가 인쇄된 초밥, 커피 용기도 단일 색상이 아니라 재활용이 불가했다. 재활용 대책보다 생산단계에서부터 플라스틱 쓰레기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환경단체들의 지적이 현실로 다가온 순간이었다.




'필(必)환경시대 왔다'… 정부의 쓰레기 대책 절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환경부는 2050 탄소 중립과 탈플라스틱 시대로의 전환을 위해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환경부는 2050 탄소 중립과 탈플라스틱 시대로의 전환을 위해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기후변화와 환경보호를 위한 인식 개선 차원에서 퍼진 용기내 챌린지가 탈플라스틱 시대를 여는 시발점이 될 수 있을까.

지난해 9월 녹색연합이 시민 7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76%는 '배달 쓰레기를 버릴 때 마음이 불편하거나 죄책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응답자 중 40%는 '다회용 용기 사용 확대를 위한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답했고 '일회용 용기 사용을 줄일 수 있도록 규제가 필요하다'는 응답도 33%였다.

환경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지자 정부도 팔을 걷어붙였다. 환경부는 2050 탄소중립 실현과 탈플라스틱 시대로의 전환을 위해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의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지난 16일부터 다음달 29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최근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내년 6월부터 커피전문점 매장에서 플라스틱 빨대 사용이 전면 금지될 전망이다. 이밖에 환경부는 음식 배달 용기의 두께를 제한해 사용량을 절감하고 재질과 구조를 표준화해 재활용을 쉽게 할 방침이다. 플라스틱 수저 등 불필요한 일회용품 사용도 제한할 계획이다.

일상에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 중인 김혜민씨(여·26)는 "개인의 실천만으로 환경 오염을 막는 것은 무리"라면서 "재활용 대책도 좋지만 플라스틱 사용량을 최소화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허승은 녹색연합 활동가는 "용기의 두께, 재질 등을 표준화해 재활용을 쉽게 하겠다는 정부의 대책만으론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재활용은 (환경문제의) 답이 아니다. 궁극적으로 플라스틱 사용 최소화·감량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박현주
박현주 hyunju95@mt.co.kr  | twitter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라이브콘텐츠팀 박현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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