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없는 집?… 폐마스크, 더이상 이대로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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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버려진 폐마스크로 인한 환경피해 문제가 사회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사진=로이터
곳곳에 버려진 폐마스크로 인한 환경피해 문제가 사회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사진=로이터
“바다에 쌓이는 마스크가 물고기보다 더 많아질 수 있다.”

최근 ‘버려진 마스크로 도로를 만들 수 있다’는 연구를 발표한 모하메드 사베리안 호주 로열 멜버른 공과대학교 박사는 연구 동기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일회용 마스크 착용이 일상이 되면서 마스크 쓰레기를 줄이고 재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고민도 커지고 있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따르면 2월1일~7일 한 주에만 국내에서 1억2898만장의 마스크가 생산됐다. 올해 누적된 국내 마스크 총 생산량은 약 10억장 이상이다. 감염병 확산 우려 때문에 그대로 소각되거나 일부가 생활지 주변, 여행지 곳곳에 버려져 환경오염이 가속화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심각성을 경고하고 대책을 요구하는 국민신문고 민원·제안도 최근 1년 동안 900건 이상 접수됐다.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국내외에서는 폐마스크를 새롭게 활용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마스크가 도로·플라스틱·가구로 탈바꿈되고 있는 것. 과연 이 같은 시도는 활용 가치가 있을까. 



버려진 마스크… 이대로 가면 ‘화장실 없는 상황’ 된다?


홍콩 해양단체 오션스 아시아는 지난해 바다로 잘못 버려진 마스크가 15억6000만개라고 주장했다. /사진=로이터
홍콩 해양단체 오션스 아시아는 지난해 바다로 잘못 버려진 마스크가 15억6000만개라고 주장했다. /사진=로이터
환경부에 따르면 폐마스크는 의료기관과 비의료기관 발생 여부에 따라 각각 ‘의료폐기물’과 ‘생활폐기물’(일반쓰레기) 등으로 분류된다. 이는 소각하거나 매립하는 방식으로 처리된다. 하지만 플라스틱 섬유 폴리프로필렌과 폴리에틸렌으로 만들어진 마스크는 소각할 경우 유해물질이 발생하고 매립하면 수백년 동안 분해되지 않는다.

도서 '쓰레기책' 저자인 이동학 쓰레기센터 대표는 “집에 사람들은 늘어나는데 화장실이 없는 것과 같은 상황”이라며 코로나19 마스크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일반쓰레기로 분류된 마스크는 처리 과정에서 바다로 흘러가기도 한다. 홍콩 해양 환경단체 오션스 아시아는 지난해 바다에 쌓인 폐마스크를 15억6000만개로 추산했다.

잘못 버려진 마스크는 환경뿐 아니라 생태계도 위협한다. 마스크는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해 이를 먹은 물고기가 우리의 식탁까지 오르게 된다.

환경 과학 기술지에 발표된 미세 플라스틱 관련 논문에 따르면 미세 플라스틱 입자들은 인체 세포에 흡수돼 유전자나 면역체계에 영향을 미치거나 염증 반응을 촉진한다.



마스크로 도로를?… ‘도로·가구·플라스틱’으로 재탄생한 마스크


호주 로열 멜버른 공과대학교 연구진은 버려진 마스크와 콘크리트 골재 혼합물을 재료로 도로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사진=모하메드 사베리안 제공
호주 로열 멜버른 공과대학교 연구진은 버려진 마스크와 콘크리트 골재 혼합물을 재료로 도로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사진=모하메드 사베리안 제공
‘버려진 마스크’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는 가운데 세계 곳곳에서는 이를 자원으로 재이용하는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호주 로열 멜버른 공과대학교 연구진은 잘게 갈아낸 마스크와 재활용된 콘크리트 골재를 혼합해 가공하는 방식으로 도로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최근 환경과학지에 발표된 ‘코로나19 일회용 마스크-도로 포장을 위한 활용’ 논문에 따르면 1km의 2차선 도로를 만드는데 93t 이상의 마스크가 사용돼 약 300만개 이상의 폐마스크가 매립지로 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논문의 책임저자인 모하메드 사베리안 박사는 “이 기술의 장점은 환경 지속 가능성과 공학적인 이익으로 분류될 수 있다”며 “엄청난 양의 마스크가 매일 버려지고 있는데 이를 ‘길’을 만드는 자원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환경 지속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학적 이점으로는 이 기술을 통해 더 강하고 유연한 도로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재활용 스타트업 회사 ‘Plaxtil’(플락스틸)은 버려지는 마스크를 플라스틱으로 재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들은 먼저 마스크 수거함을 통해 폐마스크를 수거한다. 바이러스와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절차를 거친 후 마스크 조각들은 회사가 자체 개발한 결합물질과 혼합돼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다.

플락스틸 설립자 중 한명인 장마르크 느뵈는 “폐마스크를 활용한 우리의 플라스틱 생산 과정은 안전할뿐 아니라 어떤 용도에도 쓰일 수 있을 만큼 강도가 높다”고 말했다.

플락스틸은 지난해에만 10만개 이상의 마스크를 재활용해 약 6000개의 코로나19 관련 방역용품을 생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생 김하늘씨는 폐마스크를 녹여 의자를 만들었다. /사진=김하늘씨 제공
대학생 김하늘씨는 폐마스크를 녹여 의자를 만들었다. /사진=김하늘씨 제공
국내에도 폐마스크를 새롭게 탄생시켜 주목받는 사례가 있다. 계원예대 리빙디자인과 재학생 김하늘씨(남·24세)는 오직 폐마스크만으로 가구를 만들었다.

수집한 마스크를 뜨거운 열풍으로 녹인 다음 거푸집을 활용해 굳히는 방식으로 의자가 만들어진다. 그는 의자 하나에 마스크 1500장 정도가 소요된다고 밝혔다.

그는 “마스크를 재활용한 소재로 의자를 만들 수 있다면 또 다른 어떤 것도 가능할 것”이라며 “현재 테이블과 조명, 인센스 홀더와 같은 작은 오브제(생활에 쓰이는 물건)도 구상해 제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모두 ‘순환’의 경제성을 강조했다. 마스크 쓰레기를 감축하고 재활용을 통해 지속가능한 가치를 추구한다는게 이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마스크, 자원으로 순환되려면 “버리는 방법 논의 필요”


환경단체는 마스크가 자원으로 활용되기 위해 마스크 수거함 설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환경단체는 마스크가 자원으로 활용되기 위해 마스크 수거함 설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폐마스크 재활용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에 앞서 멸균 과정이 필수적이며 버리는 방법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백나윤 환경운동연합 생활환경국 활동가는 “1회용 마스크가 일상이 되면서 '버리는 것'에 대한 집중이 덜 이뤄지는 것 같다”며 “마스크를 그냥 버리지 않고 자원으로 취급해 순환하게 한다면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마스크 수거함'을 설치하는 방법을 제안하며 “마스크를 단순히 일반 쓰레기로 보지 않고 폐기물의 한 종류로 취급해 이를 새로운 자원으로 활용하도록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동학 대표는 분리배출이나 재활용 처리 비용 문제에 대해 “일회성으로 소비되는 것들에 대한 보증금 제도도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스크를 일회용이 아닌 재사용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동훈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과학대학 환경공학부 교수는 “일회용이 아닌 다회용 마스크가 개발돼야 한다"며 이같은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혜원
박혜원 sunone@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정치팀 박혜원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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