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에 '남북생명보건단지' 구축…실현 가능할까

북한 호응·제재·내부 공감대 형성 등 '필요' "이르더라도 미리 준비…내용 구체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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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파주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남한 대성동 마을. 2021.2.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경기도 파주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남한 대성동 마을. 2021.2.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비무장지대(DMZ)에 남북이 함께하는 일종의 바이오 클러스터 격인 '남북생명보건단지'를 건설하자는 의견이 제기된 가운데 실현 가능성이 주목된다.

지난 23일 대한적십자사와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가 주최한 '상생과 평화의 한반도 생명·안전 공동체 구축' 세미나에서는 "DMZ에 남북 인력의 자유 왕래가 가능한 생명보건단지를 구축하자"는 의견이 담긴 '남북생명보건단지 연구용역 결과'가 발표됐다.

이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남북생명보건단지에는 남북한 의과학 연구 인력들이 한 곳에 모여 천연물·농생명·백신·감염병·동물 질병 등에 대한 연구개발(R&D)을 할 수 있는 '남북생명의과학연구원', 임상 시험이 가능한 '남북원헬스종합병원', 다국가 협력 네트워크가 구축된 '남북생병보건산업단지' 등이 구축된다.

남북생명보건단지 조성의 목표는 남북간 보건의료 격차를 해소하고 지속 가능한 협력 체계를 구축해 '한반도 생명공동체' 조성하는 것이다.

이러한 남북 공동 보건의료 분야의 청사진은 남북관계가 경색된 현 상황에서는 당장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남북 합의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 측의 남북생명보건단지 제안을 북측이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관건이다.

최근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국제사회에 요청하거나 코로나19 비상방역을 강화하는 등 보건의료 분야에 각별히 신경 쓰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에는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나서 지난해 평양종합병원의 조기 건설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 북한이 코로나19 상황 이후 관광 사업 재개의 움직임을 보이면서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관심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북한은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남북 간 문제에서 보건의료 협력 분야는 '비본질적' 문제라고 치부한 바 있다. 남북 사이에는 정치군사적 문제가 중요한 이슈임을 부각했기 때문에 쉽사리 비본질적인 문제인 남북생명보건단지 제안은 받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북한이 호응해 나온다고 하더라도 남북 간 합의를 통해 확정해야할 세부 문제들이 많은 상황이다.

이를테면 DMZ 어느 구간에 남북생명보건단지를 설립할 것인지, 어떠한 인력은 어느 규모로 투입할 것인지, 남북 간 의료 또는 임상 관련 상호 규정이나 법이 다른 만큼 기준을 어디에 둬야하는지, 의료 데이터 보안 등의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등 추가적인 논의 과정에서 장애물을 만날 가능성도 있다.

대북제재 위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북 보건의료 지원은 인도적 차원으로 제재가 적용되지 않을 수 있지만 최소한의 지원 수준인 식량이나 자연재해, 안전한 식수 등의 차원을 넘어가게 될 경우 제재 위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남북생명보건단지 조성이 인도적 차원보다는 개발원조 차원으로 고려돼 제재의 문턱을 넘지 못할 수도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국민적 공감대와 국제사회의 협력을 얻는 것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남측 내부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해 남북 사업 추진의 탄력을 얻고, 국제 사회 협력을 통한 제재 완화를 이뤄낼 수 있을 경우 북측의 호응을 유도해 내기 쉬울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추후 남북 관계가 개선되고 남북의 원활한 합의가 가능할 때를 대비해 구체적인 안을 미리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천해성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책임연구원(전 통일부 차관)은 전날 토론회에서 "아직 이르다는 지적과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지금부터 이를 준비해야만 정말 필요한 상황이 됐을 때 단순한 치료제나 의약품 지원과 같은 기초적인 구상을 뛰어 넘어 큰 구상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정부, 전문가, 연구자 등이 머리를 맞대고 (남북생명보건단지 조성안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러한 제안은 남북 당국 차원에서의 공식 회담이나 협의보다는 민간 차원에서의 협의가 우선적으로 이뤄져 북한의 이해도를 높이고 실행 가능성을 제고해 가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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