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대기업 진출 막을 명분 없다"

[머니S리포트]③ 불신의 아이콘 ‘중고차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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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중고차업계가 생존권을 위협받는다는 이유로 대기업 진출을 반대하며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허위매물에 성능 조작을 넘어 협박과 폭행 등 병폐가 난무한 탓에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잃은 이들의 모습이다. 그동안 정부의 보호 아래 시장을 장악했지만 이젠 그 정부조차도 외면하려는 분위기다. 소비자의 응원을 등에 업은 대기업은 이미 모든 준비를 마쳤다. ‘깜깜이 장사’를 이어오며 남긴 상처가 곪아 터진 중고차업계는 어찌 될까.
서울시내 한 현대자동차 판매대리점 모습. /사진=뉴스1 유승관 기자
서울시내 한 현대자동차 판매대리점 모습. /사진=뉴스1 유승관 기자
중고차업계와 현대·기아자동차가 중고차 시장 진출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정부는 사실상 대기업 진출을 대비하는 분위기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2월2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부 업무보고에서 “완성차 기업이 시장에 진출하고 상생을 위해 협력한다면 중고차 사업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상생)조건 마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중소벤처기업부도 완성차업계와 중고차업계 사이에서 상생 방안 마련을 위해 중재를 서는 상황이다. 이에 비춰볼 때 정부도 현대차의 중고차 진출을 허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대기업, 올해 중고차시장 진출할까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고차매매업이 이제는 소비자 중심으로 가야 할 때”라며 “그동안 대기업 진출을 막으면서까지 보호해왔지만 소비자 피해만 늘었다. 대기업 진출을 막을 명분이 없다”고 진단했다. 김필수 교수는 그동안 중고차업계의 입장을 대변해 현대차와 정부에 상생안을 제안하는 중재자 역할을 맡아온 인물이다.

그는 이제 오히려 중고차 시장에 대기업이 진출해 소비자 권리가 회복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중고차매매업이 6년 동안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포함되면서 대기업 진출을 막고 자생의 노력을 기대했지만 소비자 권리가 여전히 침해받고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지난 17일 정부와 여당 관계자 및 현대차가 참석한 가운데 중고차업계와 상생협약기구를 만들고 본격적인 대화에 나서려고 했으나 중고차업계가 불참하며 찬물을 끼얹었다”며 “이는 중고차업계 의견을 반영하려던 정부를 무시한 행위”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미 현대차는 중고차 사업계획안을 전부 마련한 상태고 내부에서도 중고차매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여부에 시간을 끌었던 만큼 중기부 상생위원회에 상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고 덧붙였다.



소비자 챙기는 정부


지난해 9월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현대·기아차 본사 사옥 앞에서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회원이 대기업 중고차시장 진출 결사 반대 시위를 하고있다. /사진제공=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지난해 9월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현대·기아차 본사 사옥 앞에서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회원이 대기업 중고차시장 진출 결사 반대 시위를 하고있다. /사진제공=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정부도 소비자 보호에 목적을 두고 해당 사안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현대차의 중고차시장 진출을 여론이 환영하고 있다는 점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일반적으로 대기업이 이른바 골목상권을 침해할 경우 여론에 뭇매를 맞는 것과 다른 형국이다.

이는 그동안 중고차 시장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이 여전히 작용하고 있어서다. 김동욱 현대차 전무는 지난해 국회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중고차 사업은 완성차기업이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중고차 구매 경험이 있는 소비자의 70~80%가 품질과 가격산정 등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자동차에 대해 잘 아는 제작사가 이 시장에 진출해 품질 제고와 투명한 거래를 목표하겠다는 논리다.

실제로 국민 4명 중 3명은 중고차 시장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중고차시장 소비자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76.4%가 국내 중고차시장이 불투명하며 혼탁 낙후됐다고 지적했다.



내 차 가치가 평가절하됐다


소비자가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반기는 이유는 또 있다. 완성차 기업의 진출이 오히려 소비자에 이롭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대표적인 것이 자동차 감가율이다. 특히 감가율 방어는 소비자 재산 보호에 가장 큰 장점인 만큼 무시할 수 없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완성차업체의 중고차시장 참여는 중고차의 적정가치 형성 및 중고차시장의 투명성 향상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KAMA에 따르면 현대차의 2017년형 제네시스 G80는 2020년 30.7% 감가율을 보인 반면 벤츠의 E클래스는 25.5%, 벤츠GLC는 20.6%로 현대차와 비교해 5~10%포인트까지 감가율을 방어하고 있었다. 이런 높은 감가 방어율은 제조사가 직접 중고차 거래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고차 인증을 통한 품질과 성능 보장 서비스 제공 등으로 잔존가치가 향상되는 까닭이다.

실제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참여가 자유로운 미국의 경우 2017년식 아반떼와 폭스바겐 제타의 감가율을 비교해보면 각각 34.8%로 똑같다. 2017년형 쏘나타의 평균 감가율은 43.3%로 폭스바겐 파사트의 43.9%와 유사했다. 중고차시장에 자유롭게 참여하는 업체의 제품이 잔존가치를 높게 평가받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국내 완성차 기업과의 역차별일 뿐 아니라 소비자의 재산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이외에도 해마다 큰 폭의 성장을 이어가는 중고차매매업에 대기업 진출을 막는 것이 오히려 성장을 방해하는 행위라는 해석도 나온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거래된 중고차 수는 역대 최대인 387만여대로 전년과 비교해 7.2% 증가했다. 이는 국내 신차 시장보다 2배 이상 규모가 큰 수준이다.

정만기 KAMA 회장은 “대기업의 중고차 진출은 철저한 품질 관리와 합리적인 가격 산출 등 객관적인 인증절차를 거친 중고차 제품 공급을 보장해 소비자가 안심하고 중고차를 거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평했다.
 

지용준
지용준 jyjun@mt.co.kr  | twitter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모빌리티팀 지용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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