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왔어요”… 원산지 속인 ‘중국 짝퉁’, 해외서 판친다

[머니S리포트 - 저질, 짝퉁 그리고 왜곡… ‘메이드 인 차이나’ : 일본만큼 나쁜 중국] (4부·끝) 김치·과일까지… ‘짝퉁’ 한국 브랜드로 벌어먹는 중국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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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사람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중국인이 있다.’ 전세계 국가 중 인구가 가장 많은 중국을 일컫는 표현이다. 또 다른 말도 있다. ‘중국인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짝퉁이 있다.’ 중국의 ‘짝퉁’ 실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의미다. 중국은 가전부터 패션·뷰티·식품·외식분야는 물론 역사와 문화도 한국을 베끼거나 자기들 것으로 왜곡하고 있다. 최근엔 단순 모방에 그치지 않고 자국 짝퉁을 원조인 양 내세운다. 중국산·중국 브랜드를 한국산·한국 브랜드라며 세계 무대에서 한류 장사를 하거나 한국의 위인과 한류스타를 중국인으로 홍보하기도 한다. ‘짝퉁 천국’ 중국의 실태를 들여다봤다.
최근 한류 인기에 편승해 중국산을 한국산으로 홍보하거나 한국산 짝퉁을 만들어 파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래픽=김영찬 기자
최근 한류 인기에 편승해 중국산을 한국산으로 홍보하거나 한국산 짝퉁을 만들어 파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래픽=김영찬 기자

# ‘달콤한 코카 영양이 풍부하다.’ 태국의 한 재래시장에서 판매하는 단감 상자에 적힌 문구다. 엉성한 한국어로 도배된 상자 안에는 정작 한국산이 아닌 중국산 단감이 가득하다. 얼마 전 태국 현지에서 적발된 ‘짝퉁’ 한국산 과일 사례다.

중국의 짝퉁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0년대 초 한류 열풍이 불면서 중국은 한국기업의 유명 제품이나 브랜드를 베낀 짝퉁을 대거 양산하기 시작했다. 짝퉁 제품이 유통되면서 중국에 진출 혹은 수출하는 국내 기업이 큰 피해를 입었다.

최근 들어 중국의 짝퉁 실태는 한 단계 진화했다. 중국 현지에서 유통되던 짝퉁은 이제 동남아 등 해외시장으로 퍼져나간다. 세계 곳곳에서 부는 한류 인기에 편승해 중국인이 ‘짝퉁 한류’ 장사를 벌이는 것. 이로 인해 한국산의 이미지가 저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남아에 깔린 한국산… 알고 보니 중국산 ‘짝퉁’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최근 중국산 과일이 한국산으로 둔갑한 채 동남아시장에서 유통되는 사례가 빗발치고 있다. 베트남 호찌민의 안남마켓 재래시장에선 ‘한국 배’라고 적힌 중국산 배가, 태국 딸랏타이 시장에선 ‘달콤한 감’이라고 적힌 중국산 감이 버젓이 판매되다 적발됐다.

한국산 과일은 중국산에 비해 가격과 품질이 높은 편이다. 때문에 중국산이 한국산으로 위장할 경우 국산 과일 이미지 하락과 농가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해당 과일 상자에는 작은 글씨로 ‘중국산’ 표시가 돼 있다는 이유로 현지 법망을 빠져나가는 현실이다.

최근 중국산 과일이 한국산으로 둔갑한 채 동남아시장에서 판매되는 일이 빈번하다. 한국어로 포장된 박스에 담긴 중국산 감./사진=농식품부 제공
최근 중국산 과일이 한국산으로 둔갑한 채 동남아시장에서 판매되는 일이 빈번하다. 한국어로 포장된 박스에 담긴 중국산 감./사진=농식품부 제공

한글 간판을 단 중국 브랜드도 해외시장에서 활개를 친다. 중국의 패션·생활용품점 무무소(MUMUSO)는 한국 브랜드로 위장해 2019년까지 미국·호주·베트남 등 해외 17개국에서 사업을 벌였다. 무무소 매장 간판에는 ‘무궁생활’이란 한글과 함께 한국 도메인 주소 ‘.KR’ 표기가 사용됐다. ‘한국에서 왔어요’라는 홍보 문구도 포함됐다. 하지만 베트남 정부가 현지 무무소를 조사한 결과 매장에서 파는 제품 중 99.3%가 중국산이었고 한국에서 수입한 제품은 단 1개도 없었다.

유사한 형태의 중국업체 아이라휘도 마찬가지다. 중국에 본사를 둔 아이라휘는 2019년 기준 중국과 동남아 등에 1400여개 매장을 운영했다. 간판엔 ‘KOREA’를 달았고 홈페이지엔 한복을 입은 모델을 등장시키기도 했다.

수년 동안 두 기업은 한국에 법인이 있다는 근거로 특허 당국의 제재를 회피해왔다. 하지만 검찰 조사 결과 유령법인으로 드러났고 법원은 이들 한국법인에 해산명령을 요구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해외에선 한국 브랜드인 것처럼 버젓이 영업하는 중국 브랜드가 성업하고 있다.

2017년 베트남 호치민에 위치한 롯데마트에 짝퉁 한류 '무무소'가 오픈한 모습_사진 롯데마트 베트남 페이스북
2017년 베트남 호치민에 위치한 롯데마트에 짝퉁 한류 '무무소'가 오픈한 모습_사진 롯데마트 베트남 페이스북




국내 기업 노리는 ‘상표 브로커’… 피해 속출



국내 유명 브랜드를 대놓고 모방하는 사례도 여전하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많이 팔리는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은 중국 짝퉁 시장의 주요 타깃이다. 2019년 한해 동안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적발된 불닭볶음면 상품 판매 게시글은 176개, 판매자는 70명에 달했다. 

뿐만 아니라 참이슬과 참일슬, 너구리와 너꾸리, 포카칩과 포커칩, 죠리퐁과 쬬리퐁 등 중국산 제품은 점 하나만 찍고 손쉽게 한국산으로 둔갑한다. 중국에서 인기를 끄는 K-뷰티 업체도 마찬가지.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는 ‘설연수’에, LG생활건강의 ‘수려한’은 ‘수여한’에 도둑질을 당했다.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은 중국 짝퉁 시장의 주요 타깃이다. /사진=특허청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은 중국 짝퉁 시장의 주요 타깃이다. /사진=특허청

한국 브랜드가 돈이 되다 보니 대놓고 상표 장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 소위 ‘상표 브로커’다. 이들은 한국 브랜드의 상표를 중국에서 출원해 무단 선점한 뒤 해당 기업에 합의금이나 사용료 명목으로 비용을 요구한다.

이는 국내 기업의 중국 진출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된다.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중국 브로커의 상표 무단 도용으로 인해 국내 기업이 입은 피해액은 총 325억88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상표 브로커는 중국 진출을 앞둔 한국 브랜드나 제품의 상표를 먼저 등록시켜놓고 ‘여태까지 보호하고 있었다’는 명목으로 기업에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요구한다”며 “법적 분쟁으로 가더라도 비용과 시간이 소요돼 골치 아픈 일”이라고 푸념했다.

그중에서도 중국인 상표 브로커 K씨는 국내 기업 사이에서 악명이 높다. K씨는 2000년대 초반부터 중국 진출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상대로 상표를 선점해 왔다. CJ제일제당·SPC그룹·오뚜기 등 굵직한 식품기업도 K씨의 먹잇감이 됐다. K씨가 상표 등록한 건수만 2018년 말 기준 761건에 달한다.



IP 강화하는 중국… ‘짝퉁 천국’ 오명 벗을까


한국 브랜드의 상표를 중국에서 출원해 무단 선점한 뒤 해당 기업에 비용을 요구하는 상표 브로커도 활개를 친다. /그래픽=김영찬 기자
한국 브랜드의 상표를 중국에서 출원해 무단 선점한 뒤 해당 기업에 비용을 요구하는 상표 브로커도 활개를 친다. /그래픽=김영찬 기자


중국 짝퉁으로 인한 한국기업의 피해 규모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다.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피해가 훨씬 많을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다만 중국 당국이 지적재산권(IP)을 강화하고 있고 외국인의 IP 침해를 보호하기 위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검토하고 있는 만큼 문제 해결에 대한 한국기업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이 2019년 11월 상표법을 개정한 이후 한국기업 피해 건수는 줄어드는 추세다. 사용 목적이 아닌 상표 출원을 중국 당국이 거절 또는 무효화할 수 있도록 하면서다. 그 결과 2018년 1142건이던 한국기업 피해건수는 ▲2019년 738건 ▲2020년 488건 등으로 줄었다.

한국기업이 중국 법원에서 승소한 사례도 늘고 있다. 최근엔 국내 빙수 프랜차이즈 설빙이 중국업체인 한미상해를 상대로 낸 무효 심판에서 승소했다. 한미상해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설빙원소는 매장 메뉴는 물론 인테리어·진동벨·유니폼 등까지 설빙을 따라 해 ‘짝퉁 설빙’으로 불린다.

설빙 관계자는 “이번 심결이 중국 재진출을 위한 시작점이 될 것”이라며 “한국기업이 해외에서 활동할 때 지식재산권을 안전하게 보장받고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경은
김경은 silver@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팀 김경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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