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거' 중고차… '대가' 더 치러도 소비자는 보호받고 싶다

[머니S리포트]① 불신의 아이콘 ‘중고차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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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중고차업계가 생존권을 위협받는다는 이유로 대기업 진출을 반대하며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허위매물에 성능 조작을 넘어 협박과 폭행 등 병폐가 난무한 탓에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잃은 이들의 모습이다. 그동안 정부의 보호 아래 시장을 장악했지만 이젠 그 정부조차도 외면하려는 분위기다. 소비자의 응원을 등에 업은 대기업은 이미 모든 준비를 마쳤다. ‘깜깜이 장사’를 이어오며 남긴 상처가 곪아 터진 중고차업계는 어찌 될까.
자동차업계에선 중고차 시장의 가장 큰 문제로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의 정보 격차가 큰 불공정한 구조를 꼽는다. 사진은 서울의 한 중고차시장. /사진=박찬규 기자
자동차업계에선 중고차 시장의 가장 큰 문제로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의 정보 격차가 큰 불공정한 구조를 꼽는다. 사진은 서울의 한 중고차시장. /사진=박찬규 기자
#1 A씨는 중고차 구입 후 정비업체에서 점검해본 결과 엔진과 변속기가 매매업자로부터 발급받은 성능점검기록부의 점검내용과 차이가 있어 수리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2 B씨는 수입 중고차를 산 당일 운행 중 엔진오일 경고등이 켜져 점검받은 결과 피스톤 및 실린더 헤드를 교체해야 한다는 진단에 따라 사업자에게 연락했다. 그러나 매매업자와 성능점검업자가 서로 책임을 전가했다.

#3 C씨는 중고차를 구입하면서 매매업자로부터 주행거리가 5만7000㎞로 적힌 성능·상태점검기록부를 교부받았다. 그러나 자동차등록증을 살펴보던 중 주행거리가 21만8000㎞인 것을 확인해 계약해제를 요구했다.

한국소비자원에 그동안 접수된 수많은 불만 사례 중 일부지만 많은 이가 공감하고 우려하는 가장 흔한 내용이기도 하다. 중고차는 말 그대로 누군가 쓰던 제품인 만큼 그 이력과 상태를 제대로 알 수 없는 데다 전문가가 아닌 이상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깜깜이 시장이 생계형 업종 맞나


2013년 중고차매매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완성차업체 등 국내 대기업은 시장에 새로 진출하거나 사업을 확장할 길이 없었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 결정이 화를 키웠다고 보고 있다.

현재는 대기업 진출을 바라는 소비자의 목소리가 점점 더 커져가고 있다. 대기업에 반감을 갖는 이들이 많음에도 중고차시장만큼은 적극 환영하는 분위기다. 2019년 11월6일 동반성장위원회는 소비자 편익 측면에서 중고차매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는 것이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중소벤처기업부에 제출했다. 중기부가 적합 여부를 심의하고 있으나 6개월 기한은 이미 오래전에 지났다.

중고차 시장은 연간 거래대수를 비롯해 정확한 업계 종사자 수 등 시장 규모를 파악하는 게 쉽지 않다. 전국의 중고차 관련 전산망도 하나로 통합되지 않았고 국토교통부가 집계하는 자료에는 파는 것과 사는 것 모두가 거래실적에 포함된다.

중고차 시장이 과연 생계형 업종일까. 통계청에 따르면 자동차판매업으로 등록된 업체 수는 2013년 5288개에서 2018년 6361개로 20.3% 늘어난 데 비해 매출은 같은 기간 5조2063억원에서 12조4216억원으로 138.6%나 급증했다. 중고차업계에선 연관 종사자를 약 30만명으로 추정하지만 정작 통계청에 등록된 해당 업체 종사자 수는 약 3만여명에 불과하다. 자동차 판매업과 함께 함께 생계형 업종으로 검토된 건 꽃집과 자판기업종이다.



믿고 거르게 되는 중고차시장


그래픽=김민준 기자
그래픽=김민준 기자
중고차 시장은 그동안 주어진 기회를 살리지 못한 채 불신의 아이콘이 됐다. 나름대로 자정 노력을 하는 곳도 있지만 여러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기에는 이미 늦었다는 평이다. 곪을 대로 곪았다는 것.

지난해 중고차 거래대수는 387만대로 전년 대비 7.2% 증가했다. 신차가 192만대 등록된 것과 비교하면 시장 규모를 가늠할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중고차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2016년 300건 ▲2017년 244건 ▲2018년 172건 ▲2019년 149건 ▲2020년 110건 등 점차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성능·상태 점검 관련 피해 비중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까지 소비자원에 접수된 피해구제 신청 유형을 살펴보면 ‘성능·상태 점검내용과 실제 차 상태가 다른 경우’가 632건(79.7%)으로 가장 많았고 ▲제세공과금 미정산 34건(4.3%) ▲계약금 환급 지연·거절 17건(2.1%)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성능·상태 점검내용과 실제 차 상태가 다른 경우’의 세부 내용으로는 ‘성능·상태 불량’이 가장 많았고(572건, 72.1%) ▲주행거리 상이(25건, 3.2%) ▲침수차 미고지(24건, 3.0%) 등이 뒤이었다. 게다가 피해구제 신청 사건의 52.4%만 사업자와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지향성 ‘빨간불’ 중고차시장


한국소비자원이 소비자지향성 측면에서 개선의 상대적 시급성에 따라 시장을 분류하는 ‘소비자지향성 신호등’ 방식으로 분석한 결과 중고차 시장은 유일하게 점수가 하락했다.

지난해 중고차 시장은 2017년 대비 점수가 소폭 하락(0.6점↓)한 77.7점으로 ▲신뢰성(2.3점↓) ▲비교용이성(1.6점↓)이 크게 하락해 해당 문제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소비자원은 지적했다. 중고차시장은 신뢰도가 낮고 비교도 어려워 꺼리게 된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내부에서도 곪은 부분은 과감히 도려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고차업계 한 관계자는 “중고차업계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일부의 문제가 전체의 문제로 여겨지는 상황은 안타깝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자동차업계에선 중고차 시장이 성숙하려면 일정 부분 진통이 필요하다고 보면서도 수질관리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양인수 마이마부 대표는 “중고차 시장은 여전히 감춰진 부분이 많은데 이를 투명하게 만들어야 소비자 피해가 줄어들 수 있다”며 “완성차업체의 진출은 시장에 새로운 긴장을 낳고 기존 시장과 경쟁하며 결과적으로 시장이 성숙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조금이라도 더 저렴하게 사려는 게 소비자의 일반적 모습이지만 중고차는 인증 중고차는 물론 차 검수 등에 돈을 더 쓰는 행동을 하고 있다”며 “대기업 진출을 무조건 막을 게 아니라 서로의 강점과 특성을 살릴 생각부터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찬규
박찬규 star@mt.co.kr  | twitter facebook

바퀴, 날개달린 모든 것을 취재하는 생활사회부 모빌리티팀 박찬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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