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눈물의 비디오’ 이번엔 씨티은행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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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눈물의 비디오’ 이번엔 씨티은행 차례?
1998년 전 국민이 눈물을 흘리며 지켜본 비디오 한 편이 있다. 외환위기 시절 명예퇴직을 선택한 제일은행 직원들의 ‘내일을 준비하며’라는 영상이다.

당시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에 손을 빌렸고 제일은행은 48개 지점을 폐쇄하며 약 4000명의 직원을 감원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한 때 ‘조상한제서’(조흥·상업·한일·제일·서울)로 불리던 제일은행은 절반 이상의 자산을 줄였고 은행권의 슬픈 구조조정 역사로 기록됐다.

최근 은행권에선 제일은행 직원의 애환을 담은 ‘눈물의 비디오’가 다시 회자되고 있다. 54년 만에 철수설이 제기된 한국씨티은행 얘기다. 

미국 씨티그룹은 최근 한국 금융시장을 비롯해 태국·필리핀·호주 등에서 소매금융 사업을 구조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해 취임한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최고경영자(CEO)가 한국·태국·필리핀·호주 등 아태지역의 소매금융 사업을 처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씨티그룹은 “지난 1월 제인 프레이저 CEO가 밝힌 바와 같이 각 사업의 조합과 상호 적합성을 포함해 냉정하고 철저한 전략 검토에 착수했다”며 “많은 다양한 대안이 고려될 것이며 장시간 동안 충분히 심사숙고해 결정할 것”이라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한국씨티은행이 철수설에 휘말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국씨티은행은 2004년 한국에서 출범한 후 단계적으로 몸집을 줄였고 2014년과 2017년에는 대규모 점포 축소에 나서 한국에서 발을 빼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한국씨티은행의 점포 수는 43개로 5년 전(134개)에 비해 91개(68%)나 급감했다. 또 ▲2016년 캐피털 자회사 ▲2017년 신용정보 자회사 ▲2019년 서울 중구 본점 등을 잇따라 매각했고 은행 사업을 자산관리(WM)와 기업금융으로 재편했다.

한국씨티은행이 틈새시장 공략 타깃으로 삼았던 WM과 IB(투자은행) 등 비이자 부문도 성과는 미미하다. 국내 시중은행의 비이자 수수료수익 가운데 한국씨티은행의 시장점유율은 ▲2016년 2.59% ▲2017년 2.54% ▲2018년 2.49% ▲2019년 2.4% 등 꾸준히 하락세다.

일각에선 한국이 ‘은행 하기 나쁜 나라’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비대면 금융시대에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까지 겹치면서 은행권의 구조조정은 전세계 트렌드가 됐지만 동북아 금융허브를 꾀하는 한국의 은행업 환경이 여전히 매력적이지 않다는 지적은 아쉬운 대목이다.

앞서 2017년 ▲골드만삭스(미국) ▲RBS(영국) ▲BBVA(스페인) 등 외국계 은행 3곳이 한국지점을 폐쇄했다. 이어 ▲2018년 UBS(스위스) ▲2019년 맥쿼리은행(호주)과 인도해외은행이 한국지점을 폐쇄하는 등 외국계 은행의 국내 철수가 이어지고 있다.

먼저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규제가 외국계 은행을 내모는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관리를 월별로 압박하고 일률적으로 배당성향을 20% 이내로 정하는 등 은행권의 규제 강도를 높이고 있다. 압력이 거세지면서 한국씨티은행도 신용대출 금리를 올려야 했다.

게다가 한국씨티은행은 은행권의 뜨거운 감자인 ‘키코(KIKO) 사건’에 금융감독원이 배상을 권고해 애를 먹기도 했다. 이 같은 관치에 가까운 시장 개입은 영미권 정서와 어긋난다.

한국씨티은행의 철수설에 3000명에 달하는 직원의 반발과 불안감은 고조되고 있다. 또 한 번 수천명 은행원의 눈물짓는 비디오가 방영되지 않도록 외국계 은행을 향한 금융규제를 되돌아봐야 할 때다.
 

이남의
이남의 namy85@mt.co.kr  | twitter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금융팀 이남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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