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바닥에 바짝 엎드렸다…가장 낮은 자세의 부처님들

[인터뷰]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지몽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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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위원들이 故 백남기 농민 추모와 부검반대, 특검도입을 요구하며 조계사에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까지 오체투지 행진을 하고 있다.  2016.10.24./뉴스1 DB© News1 황기선 기자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위원들이 故 백남기 농민 추모와 부검반대, 특검도입을 요구하며 조계사에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까지 오체투지 행진을 하고 있다. 2016.10.24./뉴스1 DB©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삼보일배와 오체투지. 세 걸음을 걷는다, 멈춘다, 온몸을 땅바닥에 달라붙어 절한다, 다시 일어나 걷는다. 어딘가에 도착할 때까지 이 과정을 반복한다. 오체투지를 직접 경험한 사람은 극소수다. 그러나 길바닥에 엎드린 부처님의 모습은 낯설지 않다.

이 광경은 가난하고 힘없는 자들이 우리 사회에서 설 자리를 잃을 때마다 등장한다. 세월호, 위안부 피해자, 제주4·3사건, 성소수자, 이주노동자와 빈곤층의 사망 그리고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쌍용자동차·파인텍·콜트콜텍·아사히글라스의 해직노동자가 발생할 때마다 오체투지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날씨도 가리지 않는다. 길바닥이 물에 고이거나 아스팔트 표면의 온도가 섭씨 50도를 넘기거나, 체감온도가 영하 20도 이하로 떨어져도 오체투지를 멈추지 않는다. 간절히 바라는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지몽 스님도 이들 가운데 하나다.

지몽 스님을 지난 달 26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지하 2층에 있는 사회노동위원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알 지(知)에 꿈 몽(夢). 그의 법명은 '일체 모든 현상이 꿈이라는 것을 알아서 집착에서 벗어나라'는 뜻이다.

지몽은 "일체가 꿈처럼 부질없기에 인연을 끊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나의 고정관념을 내려놓고 집착이 없는 삶을 살아가라는 의미"라며 "우리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이어진 존재이기에 우리사회에 아픈 곳에 함께하는 것이 수행이고 나의 집착과 고정관념을 내려놓을 때 '있는 그대로 보라'는 부처님의 말씀을 실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대한불교조계종 제4기 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다. 그는 출가과정 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정중하게 양해를 구했다. 독화살을 맞은 사람이 자신의 생명을 구하지 않고 누가 화살을 쐈는지에 집중한다는 부처님의 비유가 떠오르는 순간이다.

지몽은 우리사회의 약자와 함께하는 일이야말로 중요하고 시급하다고 했다. 다만 광화문광장에서 송파 세 모녀 7주기 추모제를 마치고 돌아온 그는 인터뷰 내내 배경까지 설명해야 했다. 그의 법명을 '과일나라 자몽스님'쯤으로 잘못 알아듣고 나타난 기자의 소양 부족 탓이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는 2012년에 처음 발족했다. 지몽은 "불교계가 이웃종교에 비해 사회참여 활동이 미미했던 것을 자성하는 목소리가 모였다"며 "늦었지만 지난 10여 년간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는 갈등 현장에서 위로와 해법을 모색했다"고 말했다.

오체투지를 하면 힘들지 않냐고 그에게 물었다. 지몽이 마른 체형에다 눈망울도 크고 깊었기 때문이다. 그는 "스님도 사람이라서 한번 하면 몸살이 난다"며 "평생을 절하는 스님도 이런데 유족분들이나 해고노동자들이 오죽하겠나요"라고 되물었다.

이어 "그럼에도 삼보일배와 오체투지를 멈추지 않는 것은 반드시 해결할 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들께서 오체투지보다 이분들의 간절한 바람에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이분들이 바로 부처님"이라고 자답했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활동모습 © 뉴스1 DB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활동모습 © 뉴스1 DB

지몽이 사노위에 본격적으로 참여한 것은 2013년부터다. 2014년 2월 송파 세 모녀는 어머니의 실직과 큰딸의 만성 질환으로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유서를 남기고 동반자살했다. 지몽은 "이분들의 죽음 이후에도 '성북 네 모녀' '인천 일가족' '대구 일가족' '방배동 김씨' 등 가난한 사람들이 계속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기초생활보장법을 전면적으로 개선해야 빈곤층의 생존권을 보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계종 사노위는 좋게 포장해서 1년 365일을 쉬지 않고 용맹정진하고 있다. 그만큼 우리사회의 사각지대가 많다는 반증이다. 지몽은 지난 2월26일 송파 세 모녀 추모제를 비롯해 시간을 거슬러 지난 25일 미얀마 군부 쿠데타 희생자 추모기도, 17일 일본국 위안부 피해자 정복수 할머니 추모기도, 8일 영하 18도의 비닐하우스에서 동사한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천도재 등의 공식 활동을 봉행했다.

지몽은 지난 3일 미얀마 군부 쿠데타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군부의 발포와 탄압으로 미얀마 시민 12명이 숨지고 많은 사람들이 체포됐다"며 "미얀마의 민주화를 위해 우리 정부가 지지성명을 내는 등 한국사회의 관심과 동참이 절실하다"고도 말했다.

차별금지법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지몽은 2019년 퀴어축제에 참가해 성 소수자들에게 오색실로 만든 팔찌를 선물하고 관련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지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그는 "150만 명으로 추산되는 성소수자도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차별이 아니라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드려야 한다"며 "인간은 독립된 개체로서가 아니라 상호 의존하고 보완하면서 비로소 존재의 의미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지몽은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의 집단해고도 언급했다. 그는 "일부 언론이 청소노동자 어르신들께서 70세까지 정년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했다거나 복직 문제가 해결됐다고 일부 잘못 보도한 부분도 있다"며 "몇 십년간 이곳에서 일해오신 어르신들의 바람대로 LG트윈타워에서 계속 근무하도록 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말했다.

한편, 4기 사회노동위원회는 지난 1월19일 발족했다. 사회부장 성공 스님을 비롯해 지몽·혜찬·혜문·법상·유엄·준오·도철·대각·현성·백비·주연·한수·시경·고금·서원·월엄·보영·종수·혜도·여등 스님과 권승복, 박문진, 김윤영, 조희주, 최종진, 소성욱 등 승가위원 21명과 재가위원 6명 총 27명으로 구성됐다.

대한불교조계종 제4기 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지몽 스님 (제공 조계종)© 뉴스1
대한불교조계종 제4기 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지몽 스님 (제공 조계종)©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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