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무 삼성화재 사장 등 주요 경영진이 최근 임원회의를 통해 장기보험 수익성 강화에 집중할 것을 공유했다. 최영무 사장과 텐센트 등 투자사들의 경영진이 중국법인 지분제휴 계약 서명식을 화상으로 진행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삼성화재가 올해 수익성 개선을 위해 승부수를 띄웠다. 주요 상품 중 하나였던 장기보험(보험기간 1년을 기준으로 하여 1년이 넘는 상품)의 수익성 강화에 집중하기로 한 것. 연임에 성공한 최영무 사장이 직접 지시한 것으로 차후 삼성화재의 실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집중된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영무 삼성화재 사장을 포함한 주요 경영진은 "장기보험의 출혈경쟁보다는 수익성 강화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장기보험은 크게 ▲생명이나 건강 등 사람에 관한 위험을 보장하는 인보험 ▲물건이나 재산에 관한 위험을 보장하는 물보험 ▲저축성보험으로 나뉜다. 이중 손보사들이 판매하는 인보험은 암보험과 질병·상해보험 등 건강보험, 운전자보험, 어린이보험 등으로 장기보험 매출의 60~70%를 차지한다. 

지난 2019년부터 손해보험사들은 장기보험 시장에서 출혈경쟁을 벌여왔다. 당시 메리츠화재가 시책 강화 전략으로 장기인보험에 영업 드라이브를 걸며 대형사들을 제치자 삼성화재를 포함해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등 3개사가 동시에 시장 지배력 확보를 위해 사업비를 지출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수수료와 시책을 늘리며 시장점유율 지키기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보, KB손보 등의 시장점유율(4개사 평균)은 2017년 67.6%, 2018년 66.7%에서 2019년 66.4%로 떨어졌다. 반면 메리츠화재는 2017년 8.2%, 2018년 8.8%에서 2019년 9.6%로 상승했다.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 등의 장기보험 손해율은 결국 상승해 2018년 85.6%에서 2020년 9월말 92.1%로 6.5%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메리츠화재 또한 83.2%에서 91.2%로 8%포인트 상승했다.  

이에 따라 손해보험사들은 무리한 사업비 지출 등의 출혈 경쟁을 자제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저금리에 시장포화,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의 적자폭 확대 등의 상황에서 더 이상의 죽기살기식 경쟁이 이어지면 수익성은 더 나빠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 사장은 장기보험에 계속 집중할 경우 수익성이 더 악화될 것이라고 판단, 조기대응에 나선 것이다.

최 사장은 올 들어 직원조회나 임원회의 등을 통해 “장기보험에서는 수익성 중심의 우량 매출을 확대하고 일반보험, 자동차보험을 포함한 종목별 균형 성장에 집중할 것”이라고 자주 언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빅테크의 상품 공급자로 전락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업계 내 과도한 점유율 경쟁은 의미가 없다”며 “장기보험은 일시적 역성장이 있더라도 시장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의지도 거듭 피력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빅테크가 주요 경쟁자로 부상할 것에 대비해 해외사업을 통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고, 디지털 전환을 서둘러 사업비를 효율화하면서 다른 수익원을 만드는데 역량을 쏟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한 손보업계 관계자는 "최근 손보사 CEO들이 모여서 이미 장기보험에 대한 자정결의에 나섰다"며 "사업비는 한 보험사가 많이 지출하면 다른 보험사들이 덩달아 따라 지출하는 순서인데 업황이 다른 시기보다 악화한 지금은 무리한 경쟁보다는 머리를 맞대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