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조선소·세계 5위 철강사가 ‘안전 사각지대?’

[머니S리포트-인재인가 사고인가… 국내 산업현장 ‘초비상’]①시설 노후화·외주화·안전 시스템 부재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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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조선·철강 기업의 안전 투자와 방지대책에도 산재 사고와 사망자는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노동집약 산업인 조선·철강업종은 사내 하청이나 외주업체의 사용비율이 높아 안전관리 능력이 취약한 하청업체로 위험이 전가되는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가 심각하다. 조선소와 제철소 내 중후장대한 설비의 노후화도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다. 내년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원청 사업주와 근로자의 산업 안전 의식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현장 근로자와 엔지니어·전문가·최고경영자(CEO) 등을 중심으로 한 안전대책팀 구성과 인력 확충이 시급하단 목소리가 제기된다.
지난 2월5일 울산시 동구 현대중공업에서 40대 근로자가 철판에 머리를 다쳐 사망해 노사 관계자들이 사고 현장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현대중공업 노조
지난 2월5일 울산시 동구 현대중공업에서 40대 근로자가 철판에 머리를 다쳐 사망해 노사 관계자들이 사고 현장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현대중공업 노조
# ‘쾅!’ 크리스마스이브인 2019년 12월24일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선 굉음과 함께 검은 연기가 수십미터 상공까지 솟구쳤다. 페로망간공장(철과 망간을 조합해 쇳물 성분을 조절하는 부재료 생산시설) 옆 시험발전 설비에서 5분 간격으로 두차례 폭발이 일어나면서다. 지름 1m짜리 부속품 등 잔해가 공장 인근 이순신대교까지 날아가 교통이 마비됐다. 매년 발생하는 제철소의 폭발사고에 지역 주민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 지난해 8월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5만톤급 유조선의 청수탱크(물탱크)에 화재가 발생했다. 유증기에 의해서다. 이 사고로 탱크 내부 밀폐공간에서 페인트칠 작업을 하던 하청업체 직원 1명이 숨졌다. 현장 직원들은 “예고된 인재”라고 입을 모은다. 2017년 골리앗 크레인과 타워크레인이 충돌해 하청노동자 6명이 숨지고 25명이 크게 다쳤던 당시 고용노동부는 ‘밀폐구역 폭발 위험 없는 환기팬·조명등·전기설비 설치’ ‘밀폐구역 작업 시작 전·중 산소농도 측정’ 등 폭발사고 관련 위반사항을 적발했지만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발생했다. 



현대重 5년 연속 산재 사망자 발생 


주요 조선·철강 사업장 사고 일지. /그래픽=김은옥 기자
주요 조선·철강 사업장 사고 일지. /그래픽=김은옥 기자
제조업 가운데 조선과 철강업은 건설 다음으로 사고사망자 수가 많이 발생하는 업종으로 꼽힌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조선산업 사업장 수는 7351개, 근로자 수는 14만3999명이다. 2018년~2020년 9월 업무상 사고 사망자 수는 58명이다. 지난해 기준 조선산업 업무상 사고 재해율은 0.67%로 제조업 평균 업무상 사고 재해율(0.59%)보다 높았다.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3사를 비교해 보면 현대중공업의 사망사고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중공업에선 ▲2016년 5명 ▲2017년 2명 ▲2018년 3명 ▲2019년 3명 ▲2020년 4명의 직원이 근무 중 사망하면서 ‘5년 연속 산재 사망자 발생 사업장’이란 오명을 얻었다. 

현대중공업 노동자의 산재 신청 건수는 2016년 297건에서 지난해 653건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 발생한 사고를 살펴보면 추락·협착·과로사 등 중대재해 현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종류의 산업재해가 복합적으로 발생했다. 

지난해 2월엔 하청업체 근로자가 액화천연가스(LNG)선 탱크 내 작업용 발판 구조물을 작업하던 중 21m 높이에서 추락해 숨졌다. 같은해 4월엔 일주일 새 2명의 근로자가 산업재해로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5월에도 하청업체 근로자가 용접 가스에 질식해 사망했다. 

지난해 삼성중공업에선 사망사고 1건이 발생했고 대우조선해양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은 현재 산업은행의 관리·감독 아래에 있다”며 “대우조선에 안전문제가 생기면 정부가 질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다른 민간기업보다 안전에 더 신경을 쓰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사망사고 다음날 또 쓰러진 근로자 



철강업계에서도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최근 3년 동안 업계 1위 포스코에선 19건의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에만 6명의 근로자가 숨졌다. 지난해 7월 광양제철소 직원이 코크스 공정 설비 점검 중 숨진 데 이어 11월 광양제철소 배관 폭발로 직원 1명과 협력사 직원 2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12월에도 협력업체 직원이 집진기 배관 공사 중 5m 아래로 추락한 후 숨졌다. 25톤 덤프트럭에 깔려 직원이 숨지는 사고도 같은달 발생했다. 

지난해 2월 현대제철 포항2공장에서는 한 직원이 약 1500도의 쇳물이 담긴 용광로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같은해 6월 당진공장에선 40도가 넘는 고온 속에서 일하던 일용직 노동자가 숨진 다음 날 같은 공장에서 또 다른 노동자가 고온 작업 중 쓰러진 바 있다. 동국제강 부산공장에서도 유압기를 수리하던 직원 1명이 1월 사망했다. 

올해 들어서도 연초부터 조선소와 제철소에서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1월 동국제강 포항공장에서 식자재 납품업자가 화물 엘리베이터에 끼여 숨진 데 이어 부산공장에서도 6.3톤 코일에 끼인 직원이 사망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도 협착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2월5일 현대중공업에서 발생한 사고 역시 협착사고다. 선박 구조물(블록) 지지용 받침대 위에 놓인 철판 위치를 조정하던 직원은 흘러내린 철판에 끼어 목숨을 잃었다.



‘노동집약’ 조선·철강 외주 비중 2배 


지난 2019년 7월1일 포스코 광양재철소 1코크스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뉴스1
지난 2019년 7월1일 포스코 광양재철소 1코크스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뉴스1
조선소와 제철소에서 대형 사고가 빈발하는 원인으론 ▲시설 노후화 ▲하청·재하청 구조 ▲종합적 사고 대응 시스템의 부재 등이 지적된다. 

주요 조선소와 제철소는 설립된 지 40년 이상이 지났다. 하지만 크레인 등과 같은 중후장대한 시설은 교체 주기가 길어 중간 유지보수 작업을 통해 사용하고 있다. 

아울러 조선과 철강은 노동집약 산업으로 사내하청이나 외주업체의 사용비율이 높다. 조선소와 제철소의 외주 근로자는 직영 생산직의 약 2배다. 이들은 주로 도장작업 등 위험성이 높은 업무를 맡는다. 그만큼 하청업체에 대한 안전 관리가 필수다.

하지만 원청은 안전관리 등 핵심 업무를 하청업체에 떠넘기거나 현장의 위험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하청업체도 안전사항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적은 인력으로 단시간 내 작업을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주변이 온통 쇠고 철판 등 위험 시설물을 옮겨야 해 다른 업종보다 작업환경이 위험하다”며 “기계 자동화도 아직 갈 길이 멀다. 용접의 경우 기계가 직선 용접은 수행하지만 곡선 용접까진 응용하지 못하고 있다. 큰 구조물을 만드는 만큼 자동화 개발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권가림
권가림 hidden@mt.co.kr  | twitter facebook

안녕하세요 산업1팀 권가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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