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철강업계, 안전대책·투자 내놓지만… 수년째 겉돌기만

[머니S리포트-인재인가 사고인가… 국내 산업현장 ‘초비상’②] 인력·공기기간 확충해야… ‘생산보다 안전’ 공감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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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조선·철강 기업의 안전 투자와 방지대책에도 산재 사고와 사망자는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노동집약 산업인 조선·철강업종은 사내 하청이나 외주업체의 사용비율이 높아 안전관리 능력이 취약한 하청업체로 위험이 전가되는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가 심각하다. 조선소와 제철소 내 중후장대한 설비의 노후화도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다. 내년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원청 사업주와 근로자의 산업 안전 의식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현장 근로자와 엔지니어·전문가·최고경영자(CEO) 등을 중심으로 한 안전대책팀 구성과 인력 확충이 시급하단 목소리가 제기된다.
지난 2019년 12월25일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일어난 폭발 사고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경찰, 소방, 고용노동부 조사 요원들이 사고 현장으로 진입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 2019년 12월25일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일어난 폭발 사고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경찰, 소방, 고용노동부 조사 요원들이 사고 현장으로 진입하고 있다. /사진=뉴스1
“안전을 최우선 핵심가치로 철저히 시행해야 한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
“안전은 우리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이 됐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최근 중요한 키워드가 됐다.”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
“올해도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문화 정착에 최선을 다하겠다.” (한영석 현대중공업 사장) 

‘안전’은 올해 주요 조선·철강업계가 신년사에서 강조한 공통 키워드다. ESG경영이 기업 이미지 제고와 수주 경쟁력 향상을 위한 핵심 전략이 된 가운데 이르면 내년부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근로자 50인 이상 기업에 적용되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안전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향후 3년간 총 3000억원을 투자한다. 안전인증기관·교수 등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안전혁신자문위원단을 확대 개편해 안전 시스템을 점검할 계획이다. 근로자가 작업장에서 위험요소를 발견하면 즉시 작업을 중지할 수 있도록 전 작업자에게 ‘안전개선요구권’도 부여했다. 아울러 현대중공업은 안전위기관리팀을 신설해 작업장에서 상시 점검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 문제점을 조기 발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포스코는 향후 3년간 1조원을 안전에 투자한다. 안전관리요원을 2배 늘리고 철강부문장을 단장으로 한 비상안전방재개선단을 운영한다. 포스코는 안전방재개선단을 통해 위험노후설비를 조사한 뒤 1조원을 투자해 설비 위험도에 따른 안전방호장치를 설치한다는 방침이다. 이 밖에 ▲노후·부식 대형 배관과 크레인·컨베이어벨트 등 대형 설비의 전면 신예화 ▲구조물 안전화를 위한 콘크리트·철골 구조물 신규 설치 및 보강 ▲제철소 공정위험관리 전문가 300명 육성 등도 실시한다. 



“근로자 떠넘기기 대책” VS “시설투자만 답이 아냐”



기업들은 지난 수년간 이 같은 안전 대책과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지만 현장에선 “큰 변화는 없었다”고 토로한다.

현장에서 가장 크게 바뀐 것은 ‘CCTV’라고 한다. 포스코 노조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광양·포항제철소에 약 6202대의 CCTV가 추가 설치됐다”며 “금액을 단순 계산해보니 25억원 상당이었다. 작업장 내 조명 등 기본 안전장치 개선도 시급한데 사고 발생 시 책임 규명을 하기 위해 카메라 설치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포스코가 윤미향 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에게 제출한 ‘2018~2020년 포스코 현장 안전 작업환경 개선 예산 집행 내역서’에 따르면 ▲포항제철 제강부 4연주 운전실 내 휴게공간 마련에 20억원 ▲수작업 공정의 자동화 설비 설치에 8억원 ▲후판부 1후판 냉각대 냉풍기 설치에 2억원 등을 사용했다. 윤 의원실 관계자는 “포스코는 작업환경 개선에 1조원, 안전시설 개선에 1조원을 각각 투자하기로 했지만 안전시설 개선 관련 투자 내역은 포스코 측에서 공개하고 있지 않다”며 “환경개선 투자도 기존에 지급했던 마스크와 귀덮개 구매 등을 비용으로 넣어 산출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기업이 내놓은 대책이 현장과 동떨어지거나 직원에게 책임을 전가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작업중지권 이행을 강조하지만 이는 본래 산업안전보건법을 통해 이미 보장된 내용”이라며 “안전관리감독도 전문성이 있는 인력이 아니어서 지적만 할 뿐 대책 마련은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정부의 특별감독도 대안이 안 된다. 대우조선해양 노조 관계자는 “고용부의 현장감독은 미리 고지되기 때문에 불안한 설비 등을 숨기거나 직원이 감독자를 둘러싸 이를 못보게 한다”며 “감독도 사고가 발생한 후에야 실행되는 데다 감독관의 전문성이 떨어져 수박겉핥기 식 관리에 그친다”고 꼬집었다. 

기업들은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란 입장이다. 안전 관련 투자를 하고 있지만 현장 직원이 안전을 준수하지 않으면 잠깐 사이에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영석 현대중공업 사장은 “사고가 일어나는 유형을 보니 실직적으로 불안전한 (작업장) 상태와 작업자의 행동에 의해 많이 일어난다”며 “불안전한 상태는 안전 투자를 해서 개선할 수 있지만 불안전한 행동은 상당히 어렵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당장 생산직 중 60%에 이르는 하청업체를 직고용으로 바꾸기도 어렵다. 조선은 비용에서 인건비 비중만 20%에 달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수주가 적을 때도 많을 때도 있어 외주가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가뜩이나 수주도 불안정한데 인건비를 늘리고 이익을 줄이면 입찰 시 경쟁력이 악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현장 목소리 교류 우선돼야 


최정우 포스코 회장과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 한영석 현대중공업 사장의 신년사. /그래픽=김은옥 기자
최정우 포스코 회장과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 한영석 현대중공업 사장의 신년사. /그래픽=김은옥 기자
안전 대책 마련에 현장 근로자의 참여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각 기업이 안전 태스크포스(TF) 팀을 꾸려 투자와 대책을 설계하지만 여기에 정작 현장직의 참여가 빠져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전문성부터 키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는 “선진국 법과 비교해 국내 산안법상 도급인의 의무는 도급인에게 어떤 조치를 해야 할지에 대한 행동기준을 전혀 제시해 주고 있지 못해 실효성과 규범성이 크게 떨어진다”며 “그런데도 정부와 정치권은 어떤 문제가 있는지 인식조차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가 발생하면 기업에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대책을 내놓으라고 지시하니 당연히 실효성 없는 대책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정부부터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과 현장 상황을 분석해 ‘사후처벌’이 아닌 ‘예방’을 위한 법·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기업이 공사의 공기 기간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병두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부장은 “선박이나 제품을 제작할 때 적정 공기가 확보돼야 야간작업이나 돌발작업 등이 줄어든다”며 “공기 기간이 늘어나면 결국 제품에 가격이 전가될 수 있다. 소비자가 비용을 더 지불하더라도 근로자 안전이 우선이란 사회적 공감도 필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근로자에게도 회사의 안전체계 주체가 우리란 인식이 확보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최고경영자의 ‘생산보다 안전’이란 철학이 중요하다. 회사 구성원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경영자도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포스코 노조 관계자는 “원가절감이 인건비에서 시작되는데 공기 확보를 위해선 인원 충원이 현실적 대안”이라고 말했다.
 

권가림
권가림 hidden@mt.co.kr  | twitter facebook

안녕하세요 산업1팀 권가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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