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직원 땅투기 의혹' 광명·시흥 가보니…비주거환경·묘목 한가득

주민 "LH직원이니까 신도시 될 줄 알고 작년에 땅 산 거 아니겠나" 업계 "땅 구매, 활용 형태 투기 가능성…보상비 받으려는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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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직원들이 사들인 뒤 묘목을 심어 놓은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소재 농지의 모습. 2021.3.4/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LH직원들이 사들인 뒤 묘목을 심어 놓은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소재 농지의 모습. 2021.3.4/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시흥·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김도엽 기자 = "저기가 원래 고물상이었는데, 작년 6월인가 갑자기 누가 땅을 샀다는 거야. 농사 지으려는 건 줄 알았는데 내내 냅두더니 얼마 전에 열댓 명 와서 나무 심고 가더라니까. LH공사 직원들, 그 투기꾼들이 나무 심어 놓은 거야. 이거 본다고 기자만 20명 온 것 같아."

지난 4일 여섯번째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경기 시흥시 과림동의 60대 주민 A씨는 묘목들이 빼곡히 심어져 있는 농지를 가리키며 "최근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인근 기계, 유리 등 산업 관련 작업장으로 쓰이는 시설뿐인 이곳에 덩그러니 있는 빈 토지에는 작은 묘목이 가득 심어져 있었다. 묘목의 수는 한눈에 봐도 수백그루는 됐다.

그는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여기가 LH 직원이 투기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땅"이라며 "여기가 신도시 발표날 줄 아무도 몰랐는데, LH 직원들이니까 알고 작년 여름에 산 거 아니겠냐"라고 어이없어 했다.

LH 직원들이 사들인 경기도 시흥시 무지내동 소재 농지 일대의 모습. 2021.3.4/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LH 직원들이 사들인 경기도 시흥시 무지내동 소재 농지 일대의 모습. 2021.3.4/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또 다른 LH직원들이 사들인 농지가 있는 무지내동 농지. 학교 옆에 있는 이곳은 그나마 쾌적한 편이었지만, 역시나 주변을 돌아다녀보니 고물상, 재활용센터 등이 인근에 있는 '주거 비선호' 지역이었다. 심지어 군부대도 바로 근처에 있었다.

이곳에도 과림동 농지와 마찬가지로 묘목들이 심어져 있었다. 묘목들은 웬만한 성인 키보다 큰 2m 내외로 자라 있었다. 딱히 농사를 짓거나 집을 지을 만한 가치는 없는 장소로 보였다.

또 다른 LH 직원 투기 의혹이 제기된 과림동 농지에서도 같은 모습이 목격됐다. 5000㎡가 넘는 논에 버드나무 묘목 수천 그루가 앙상한 채로 자라고 있었다.

이곳 역시 농지 외에 건설자재 적재소와 고물상 등이 있으며 사람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가끔 자재 운반 트럭이 돌아다녀도 황량하기만 했다.

<뉴스1>이 방문한 LH 직원 투기 의혹이 제기되거나, 의심되는 땅들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땅 인근에 고물상, 재활용센터 등이 있어 인기 있는 주거환경이라고 볼 수 없는 점, 그리고 수많은 묘목이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및 신도시 관련 업계에서는 이런 점을 이유로 투기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땅 매입과 식재 등이 투기 형태와 가깝다는 것이다.

과림동의 한 부동산중개사는 "신도시가 들어설 때 내 땅이 수용되면 다른 땅으로 대토보상을 받는데, LH 직원들도 그걸 노린 게 아닌가 의심된다"며 "묘목이나 지장물 보상은 별도로 받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일대가 위치는 좋지만 고물상 등 인근 시설로 인해 거주하기 좋은 환경은 아니라서 개발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LH직원들도 아무래도 그렇게 추측된다"고 말했다.

지장물 보상업체 관계자는 "보상을 받기 위해 나무를 심는 사람이 많다"며 "나무는 넓이와 굵기 등으로 이전 보상비가 책정되기 때문에 빨리 자라는 버드나무 등을 심었을 수 있다"고 추측했다.

다른 3기 신도시 주민대책위 관계자도 "이들의 땅 구매 및 활용 형태를 볼 때 이전 보상비를 받기 위해 나무를 심는 등을 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투기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LH 직원들이 사들인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주변 도로에 LH를 비난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21.3.4/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LH 직원들이 사들인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주변 도로에 LH를 비난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21.3.4/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또한 LH 직원들이 대토보상 기준이 되는 1000㎡에 맞춰 필지를 여러 개로 쪼개 소유한 정황과, 의혹이 제기된 필지 주위로는 기획부동산의 흔적도 찾아볼 수 있었다.

<뉴스1>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참여연대가 지난 2일 의혹을 제기한 광명·시흥지구 내 10개 필지의 토지대장을 조사한 결과 LH 직원과 가족으로 추정되는 인물들은 필지를 단독 소유한 경우도 있지만 많게는 7명, 적게는 2명이 공동 소유한 사례도 있었다.

의혹이 제기된 토지를 소유한 직원 상당수는 수도권 지역본부에 근무 중이었으며 상당수가 보상업무 담당자였다.

또한 의혹이 제기된 필지 주위에 있는 과림동 한 산에는 무려 119명이 한 필지를 공동소유하고 있었다. 이들의 거주 지역은 경기도 안산·수원·용인, 대전 등 다양했다.

바로 옆에도 22명이 한 필지를 공동 소유 중이었다. 공동 소유 중인 이들의 주소지는 서울, 전남, 경기, 강원 등 다양했다. 이외에도 4~18명이 공유한 필지도 있었으며 서울 서초구 주민이 한 필지를 단독 소유한 사례도 있었다.

한편 이번 논란에 대해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3기 신도시 중 대규모 택지 8곳을 대상으로 투기의혹 조사를 실시하되, 필요시 추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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