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과일까지… ‘짝퉁’ 한국 브랜드로 벌어먹는 중국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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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류 인기에 편승해 중국산을 한국산으로 홍보하거나 한국산 짝퉁을 만들어 파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래픽=김영찬 기자
최근 한류 인기에 편승해 중국산을 한국산으로 홍보하거나 한국산 짝퉁을 만들어 파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래픽=김영찬 기자


‘사람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중국인이 있다.’ 전세계 국가 중 인구가 가장 많은 중국을 일컫는 표현이다. 또 다른 말도 있다. ‘중국인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짝퉁이 있다.’ 중국의 ‘짝퉁’ 실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의미다. 중국은 가전부터 패션·뷰티·식품·외식분야는 물론 역사와 문화도 한국을 베끼거나 자기들 것으로 왜곡하고 있다. 최근엔 단순 모방에 그치지 않고 자국 짝퉁을 원조인 양 내세운다. 중국산·중국 브랜드를 한국산·한국 브랜드라며 세계 무대에서 한류 장사를 하거나 한국의 위인과 한류스타를 중국인으로 홍보하기도 한다. ‘짝퉁 천국’ 중국의 실태를 들여다봤다.



“한국에서 왔어요”… 원산지 속인 ‘중국 짝퉁’, 해외서 판친다



# ‘달콤한 코카 영양이 풍부하다.’ 태국의 한 재래시장에서 판매하는 단감 상자에 적힌 문구다. 엉성한 한국어로 도배된 상자 안에는 정작 한국산이 아닌 중국산 단감이 가득하다. 얼마 전 태국 현지에서 적발된 ‘짝퉁’ 한국산 과일 사례다.

중국의 짝퉁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0년대 초 한류 열풍이 불면서 중국은 한국기업의 유명 제품이나 브랜드를 베낀 짝퉁을 대거 양산하기 시작했다. 짝퉁 제품이 유통되면서 중국에 진출 혹은 수출하는 국내 기업이 큰 피해를 입었다.

최근 들어 중국의 짝퉁 실태는 한 단계 진화했다. 중국 현지에서 유통되던 짝퉁은 이제 동남아 등 해외시장으로 퍼져나간다. 세계 곳곳에서 부는 한류 인기에 편승해 중국인이 ‘짝퉁 한류’ 장사를 벌이는 것. 이로 인해 한국산의 이미지가 저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중국산 과일이 한국산으로 둔갑한 채 동남아시장에서 판매되는 일이 빈번하다. 한국어로 포장된 박스에 담긴 중국산 감./사진=농식품부 제공
최근 중국산 과일이 한국산으로 둔갑한 채 동남아시장에서 판매되는 일이 빈번하다. 한국어로 포장된 박스에 담긴 중국산 감./사진=농식품부 제공

◆동남아에 깔린 한국산… 알고 보니 중국산 ‘짝퉁’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최근 중국산 과일이 한국산으로 둔갑한 채 동남아시장에서 유통되는 사례가 빗발치고 있다. 베트남 호찌민의 안남마켓 재래시장에선 ‘한국 배’라고 적힌 중국산 배가, 태국 딸랏타이 시장에선 ‘달콤한 감’이라고 적힌 중국산 감이 버젓이 판매되다 적발됐다.

한국산 과일은 중국산에 비해 가격과 품질이 높은 편이다. 때문에 중국산이 한국산으로 위장할 경우 국산 과일 이미지 하락과 농가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해당 과일 상자에는 작은 글씨로 ‘중국산’ 표시가 돼 있다는 이유로 현지 법망을 빠져나가는 현실이다.

한글 간판을 단 중국 브랜드도 해외시장에서 활개를 친다. 중국의 패션·생활용품점 무무소(MUMUSO)는 한국 브랜드로 위장해 2019년까지 미국·호주·베트남 등 해외 17개국에서 사업을 벌였다. 무무소 매장 간판에는 ‘무궁생활’이란 한글과 함께 한국 도메인 주소 ‘.KR’ 표기가 사용됐다. ‘한국에서 왔어요’라는 홍보 문구도 포함됐다. 하지만 베트남 정부가 현지 무무소를 조사한 결과 매장에서 파는 제품 중 99.3%가 중국산이었고 한국에서 수입한 제품은 단 1개도 없었다.

유사한 형태의 중국업체 아이라휘도 마찬가지다. 중국에 본사를 둔 아이라휘는 2019년 기준 중국과 동남아 등에 1400여개 매장을 운영했다. 간판엔 ‘KOREA’를 달았고 홈페이지엔 한복을 입은 모델을 등장시키기도 했다.

수년 동안 두 기업은 한국에 법인이 있다는 근거로 특허 당국의 제재를 회피해왔다. 하지만 검찰 조사 결과 유령법인으로 드러났고 법원은 이들 한국법인에 해산명령을 요구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해외에선 한국 브랜드인 것처럼 버젓이 영업하는 중국 브랜드가 성업하고 있다.

2017년 베트남 호치민에 위치한 롯데마트에 짝퉁 한류 '무무소'가 오픈한 모습_사진 롯데마트 베트남 페이스북
2017년 베트남 호치민에 위치한 롯데마트에 짝퉁 한류 '무무소'가 오픈한 모습_사진 롯데마트 베트남 페이스북

◆국내 기업 노리는 ‘상표 브로커’… 피해 속출

국내 유명 브랜드를 대놓고 모방하는 사례도 여전하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많이 팔리는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은 중국 짝퉁 시장의 주요 타깃이다. 2019년 한해 동안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적발된 불닭볶음면 상품 판매 게시글은 176개, 판매자는 70명에 달했다.

뿐만 아니라 참이슬과 참일슬, 너구리와 너꾸리, 포카칩과 포커칩, 죠리퐁과 쬬리퐁 등 중국산 제품은 점 하나만 찍고 손쉽게 한국산으로 둔갑한다. 중국에서 인기를 끄는 K-뷰티 업체도 마찬가지.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는 ‘설연수’에, LG생활건강의 ‘수려한’은 ‘수여한’에 도둑질을 당했다.

한국 브랜드가 돈이 되다 보니 대놓고 상표 장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 소위 ‘상표 브로커’다. 이들은 한국 브랜드의 상표를 중국에서 출원해 무단 선점한 뒤 해당 기업에 합의금이나 사용료 명목으로 비용을 요구한다.

이는 국내 기업의 중국 진출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된다.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중국 브로커의 상표 무단 도용으로 인해 국내 기업이 입은 피해액은 총 325억88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상표 브로커는 중국 진출을 앞둔 한국 브랜드나 제품의 상표를 먼저 등록시켜놓고 ‘여태까지 보호하고 있었다’는 명목으로 기업에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요구한다”며 “법적 분쟁으로 가더라도 비용과 시간이 소요돼 골치 아픈 일”이라고 푸념했다.

그중에서도 중국인 상표 브로커 K씨는 국내 기업 사이에서 악명이 높다. K씨는 2000년대 초반부터 중국 진출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상대로 상표를 선점해 왔다. CJ제일제당·SPC그룹·오뚜기 등 굵직한 식품기업도 K씨의 먹잇감이 됐다. K씨가 상표 등록한 건수만 2018년 말 기준 761건에 달한다.

◆IP 강화하는 중국… ‘짝퉁 천국’ 오명벗을까

한국 브랜드의 상표를 중국에서 출원해 무단 선점한 뒤 해당 기업에 비용을 요구하는 상표 브로커도 활개를 친다. /그래픽=김영찬 기자
한국 브랜드의 상표를 중국에서 출원해 무단 선점한 뒤 해당 기업에 비용을 요구하는 상표 브로커도 활개를 친다. /그래픽=김영찬 기자

중국 짝퉁으로 인한 한국기업의 피해 규모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다.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피해가 훨씬 많을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다만 중국 당국이 지적재산권(IP)을 강화하고 있고 외국인의 IP 침해를 보호하기 위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검토하고 있는 만큼 문제 해결에 대한 한국기업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이 2019년 11월 상표법을 개정한 이후 한국기업 피해 건수는 줄어드는 추세다. 사용 목적이 아닌 상표 출원을 중국 당국이 거절 또는 무효화할 수 있도록 하면서다. 그 결과 2018년 1142건이던 한국기업 피해건수는 ▲2019년 738건 ▲2020년 488건 등으로 줄었다.

한국기업이 중국 법원에서 승소한 사례도 늘고 있다. 최근엔 국내 빙수 프랜차이즈 설빙이 중국업체인 한미상해를 상대로 낸 무효 심판에서 승소했다. 한미상해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설빙원소는 매장 메뉴는 물론 인테리어·진동벨·유니폼 등까지 설빙을 따라 해 ‘짝퉁 설빙’으로 불린다.

설빙 관계자는 “이번 심결이 중국 재진출을 위한 시작점이 될 것”이라며 “한국기업이 해외에서 활동할 때 지식재산권을 안전하게 보장받고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경은 기자 silver@mt.co.kr



기술 베끼고 인력 빼가고… 中에 멍드는 韓 산업


중국 스카이워스가 CES 2021 온라인 설명회에서 자사 혁신 제품을 소개하는 장면에 LG 롤러블 TV 사진이 무단도용됐다. / 사진=스카이워스 CES 영상 캡처
중국 스카이워스가 CES 2021 온라인 설명회에서 자사 혁신 제품을 소개하는 장면에 LG 롤러블 TV 사진이 무단도용됐다. / 사진=스카이워스 CES 영상 캡처


한국 기술을 훔치는 중국의 행태는 이미 도를 넘은 지 오래다. 한국기업이 개발한 제품을 그대로 베끼는 것은 물론 전세계에서 유일한 한국 제품마저 중국기업의 기술인 것처럼 속이는 사례도 있다. 반도체·배터리 등 미래기술분야에선 인력 유출도 이어진다. 장기간의 연구개발(R&D)과 막대한 투자 끝에 개발한 기술을 중국에 허무하게 빼앗기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모양도 이름도 한국제품 베끼기

중국 가전업체 스카이워스는 올 초 ‘CES 2021’에서 LG전자의 롤러블 TV인 ‘LG 시그니처 올레드 R’을 자사의 제품인 것처럼 홍보해 물의를 빚었다. 온라인으로 자사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제품들을 소개하면서 LG 롤러블 TV 사진을 무단으로 도용한 것.

LG 롤러블 TV는 LG전자가 지난해 10월 전세계 최초로 출시한 제품이다. 대형 화면을 종이처럼 돌돌 말 수 있는 상용화된 제품은 LG전자의 TV가 전세계에서 유일함에도 스카이워스는 이를 마치 자사 제품인 것처럼 소개했다. 도용된 이미지 속 제품 오른쪽 상단에 각인된 ‘LG 시그니처’ 영문명도 지웠다는 점에서 고의성이 짙다는 의혹이 일었다.

LG전자가 강경 대응에 나서기로 하자 스카이워스는 뒤늦게 사태 수습에 나섰다. 스카이워스 미국 법인은 최근 홈페이지에 “LG 롤러블 OLED TV 이미지를 오용해 우리 회사의 혁신 제품 일부로 잘못 소개했다”며 “LG OLED TV 이미지를 부적절하게 사용한 사실을 인정하고 모든 지적 재산권을 존중한다”고 사과했다. 이어 “LG전자와 함께 신속히 이 문제를 해결하고 앞으로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일련의 조치를 취했다”고 전했다.

중국업체는 기존에도 한국 제품과 디자인과 콘셉트 등이 똑같은 제품을 시장에 출시해 베끼기 논란을 이어왔다. 중국 대표 가전업체인 TCL은 삼성전자의 라이프스타일 TV인 ‘더 세로’ ’프레임’ 등과 동일한 콘셉트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더 세로’는 모바일 시대에 맞게 TV 화면을 스마트폰처럼 가로·세로로 전환해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다. ‘프레임’은 액자 모양의 디자인으로 명화를 걸어놓은 듯한 느낌을 준다. 두 제품 모두 삼성전자가 먼저 공개한 이후 TCL이 모방했다. ‘프레임’의 경우 제품 이름까지 똑같이 ‘프레임’을 사용했다.

이 회사가 내놓은 냉장고와 세탁기는 LG전자의 ‘인스타뷰’ 냉장고나 ‘트윈워시’ 세탁기 제품과 흡사하다. 또 다른 중국 가전사인 하이얼도 LG전자의 의류관리기 ‘스타일러’를 베낀 제품을 선보였다. 국내 기업이 소비자의 취향과 사용 환경을 철저히 분석해 만든 혁신제품을 대놓고 모방하는 것이다.

권봉석 LG전자 사장은 지난해 CES 2020에서 “너무 비슷한 제품이 많이 전시돼있는데 카피를 상당히 빨리,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꼬집기도 했다.

지난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CES 2020' 에 중국 TCL의 8K QLED TV가 전시됐다. / 사진=뉴스1 오대일 기자
지난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CES 2020' 에 중국 TCL의 8K QLED TV가 전시됐다. / 사진=뉴스1 오대일 기자

◆기술 빼돌리고 인재도 채가

중국업체의 ‘먹튀’(먹고 튄다는 의미)와 핵심기술 유출도 한국산업에 피해를 입히는 고질적인 문제다.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쌍용자동차는 2004년 상하이차에 인수됐다가 디젤 하이브리드 기술을 탈취당했고 국내 LCD업체인 하이디스테크놀로지는 중국 BOE와 대만 이잉크 등 중국계 자본에 두번이나 기술만 뺏기고 버림받았다.

이 때문에 특정 기업이 중국 매각설에 휘말릴 경우 기술 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두산중공업 경영정상화 방침에 따라 시장에 매물로 나온 ‘두산모트롤BG’(사업부)도 중국 매각설이 제기되자 회사 노조와 지역구 의원이 강력히 반발해 결국 국내 사모투자펀드(PEF)인 소시어스-웰투시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에 매각된 바 있다.

올 초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기술을 중국으로 유출한 협력회사 직원 17명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다. 이들은 반도체 관련 국가핵심기술과 첨단기술 및 영업비밀 등을 중국 반도체 경쟁업체에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중국으로의 인력유출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중국업체는 파격적인 복지 혜택을 제시하며 한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반도체와 배터리 등 미래산업분야의 인재를 빼가고 있다. 한국의 2~3배에 달하는 높은 연봉을 제시하면서 어학교육비·주택보조금·자녀 교육비까지 지원하겠다는 조건을 내세운다.

최근엔 중국업체가 OLED 분야의 한국 인재 채용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에서 OLED 기술 개발을 맡았던 엔지니어를 노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채용 조건에도 ‘한국 대기업 근무 경력’을 필수로 명시해 놨다. 국내 업체가 임직원을 대상으로 일정 기간 경쟁사 이직 금지 등의 조치를 시행하고 있지만 개인의 운신을 제한하는 데 한계가 있어 미래 디스플레이 산업의 경쟁력을 잃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다.

남상욱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디스플레이산업의 노동시장 현황과 재도약을 위한 인력정책 방안’ 보고서에서 “중국은 기술력 향상을 위해 한국의 기술 인력 확보를 지속해서 추진하고 있어 이에 따른 핵심기술 유출이 크게 우려된다”며 “적극적 지원 제도를 통한 인력 및 기술 확보 노력이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중국의 디스플레이 산업 발전에 다수의 한국인 기술자가 핵심적 역할을 수행했다”며 “OLED의 초격차 기술경쟁력 유지를 위해서는 중국으로의 핵심인재 유출을 막을 수 있는 강력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한듬 기자 mumford@mt.co.kr



“한복은 중국 전통의상, 손흥민도 중국인?”




배우 김소현이 고구려를 배경으로 한 KBS 2TV 월화드라마 ‘달이 뜨는 강’에 출연 중이다. /사진=빅토리콘텐츠 제공
배우 김소현이 고구려를 배경으로 한 KBS 2TV 월화드라마 ‘달이 뜨는 강’에 출연 중이다. /사진=빅토리콘텐츠 제공


배우 김소현이 중국 네티즌들로부터 공격받았다. 한복을 입고 찍은 사진 때문이었다. 고구려를 배경으로 한 KBS 2TV 월화드라마 ‘달이 뜨는 강’에 출연 중인 김소현은 2월1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글을 올렸다.

해당 사진을 본 일부 중국 네티즌은 “중국 전통문화를 홍보해줘서 감사하다” “중국 전통 의상을 사랑해줘서 고맙다. 한푸(漢服·명나라 전통 의상)는 아름답다” “이건 한국 전통이 아닌 중국 전통 의상”이란 반응을 보이며 김소현이 입은 한복이 중국 문화라고 우겼다.

이 같은 중국인의 막무가내식 억지 주장에 국내 연예인은 분노하고 있다. 직설 화법으로 유명한 가수 이센스는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한푸 아니고 한복이야 도둑놈들아 뻔뻔하게. 한복이 중국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 정신 차리세요. 한국 거예요. 나중에 힙합도 미국 아니고 중국에서 시작됐다고 하는 거 아니냐”고 꼬집었다. 가수 송가인은 개인 인스타그램에 순백의 한복을 입은 사진을 게재하며 “김치도 한복도 우리나라 대한민국 거예요 제발”이라고 분노를 표출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정필모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이 한국콘텐츠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내외 프로그램 포맷 권리침해 사례’. /그래픽=김영찬 기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정필모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이 한국콘텐츠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내외 프로그램 포맷 권리침해 사례’. /그래픽=김영찬 기자

◆‘아리랑’ ‘부채춤’이 언제부터 중국 것?

최근 중국은 한복·부채춤·아리랑·드라마·예능 등 K-콘텐츠 전 분야를 아우른 ‘문화 동북공정’에 나서고 있다. ‘동북공정’은 중국이 2002년부터 추진한 동북 3성(헤이룽장·지린·랴오닝) 역사·문화에 관한 연구 프로젝트로 고구려와 발해 등 자국 국경 안에서 전개된 모든 역사를 자국 역사로 만들기 위한 시도다.

중국은 2011년 “조선족이 중국의 소수민족이므로 이들이 부르는 노래 ‘아리랑’도 중국의 문화”라며 ‘연변 조선족자치주’의 아리랑을 중국의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 신청하려다 실패했다. 한국 정부가 2012년 아리랑을 유네스코에 먼저 등재 신청하면서 아리랑은 한국의 무형문화유산으로 남을 수 있었다는 평이다.

최근 시즌3까지 방송된 중국 동영상 사이트 유쿠의 댄스 예능 ‘저취시가무’(Street dance of China)에서도 한복처럼 보이는 의상을 입고 한글 가사로 된 아리랑에 맞춰 부채춤을 추는 장면이 ‘조선족의 문화’로 등장해 논란이 됐다. 해당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중국인은 엄지를 치켜세우며 “이게 바로 중국의 스트릿 댄스”라고 감탄했다.

지난해 9월엔 중국 동영상 사이트 아이치이의 힙합 경연 프로그램 ‘더 랩 오브 차이나’(The Rap of China)에서 한 조선족 참가자가 아리랑이 조선족 민요라며 공연을 펼쳤다. ‘조국의 56개 민족’ ‘장백산’(백두산의 중국 명칭) 등의 가사로 랩을 해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출연자 의상까지 똑같다…한국 예능 ‘도둑질’?

'중찬팅' 조미 분(왼쪽)과 '윤식당' 정유미 분이 쓴 반다나. /사진=방송캡처
'중찬팅' 조미 분(왼쪽)과 '윤식당' 정유미 분이 쓴 반다나. /사진=방송캡처

전세계적으로 한국 방송 프로그램의 인기가 높아지는 등 포맷 시장이 확대되면서 저작물의 법적 보호 필요성이 요구되는 가운데 중국에선 한국 예능프로그램을 노골적으로 베끼는 ‘짝퉁’ 프로그램이 줄을 잇고 있다.

2017년 방송된 엠넷(Mnet) ‘프로듀스 101’은 각 소속사의 가수 연습생이 출연해 수많은 스타를 배출해낸 인기 프로그램으로 화제를 모았다. 중국 아이치이의 ‘우상연습생’은 한국 엠넷의 ‘프로듀스 101’을 표절했다. 국민들이 투표로 아이돌을 뽑는 기본적인 콘셉트부터 자기소개 영상·피라미드 모형의 세트장·교복·주제곡·안무를 따라했다. 심지어 한국에서 가수로 활동하는 ▲EXO 레이 ▲우주소녀 성소 ▲프리스틴 주결경 ▲GOT7 잭슨이 트레이너로 출연했다.

우상연습생을 공식적인 중국판 '프로듀스 101'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아지자 결국 엠넷 측은 중문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엠넷을 겨냥한 심각한 IP(판권) 침해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중국 후난TV의 ‘중찬팅’은 tvN의 예능 ‘윤식당’과 매우 흡사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중국 연예인들이 외국인에게 음식을 파는 것이나 태국의 한 해변 모래사장에 세트장을 설치한 것 등이 유사하다. 배우 정유미가 하고 나와 인기를 끌었던 패션 소품 ‘반다나’를 중찬팅의 여성 출연자(조미 분)가 착용하며 표절 논란에 불을 붙였다.

이효리·이상순 부부가 제주도에 있는 그들의 실제 집에 투숙객을 받고 식사를 차려주고 고민 상담을 하던 JTBC 예능 ‘효리네 민박’도 중국의 ‘대놓고 베끼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중국 후난위성TV의 ‘친애적객잔’은 중국 연예인 부부인 류타오·왕커가 소수민족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민박집을 운영하면서 방문객을 맞아 함께하는 콘셉트의 프로그램이다. 심지어 포스터까지 비슷해 표절의혹을 받았다.

이외에도 ▲런닝맨(게이리싱치티엔) ▲삼시세끼(샹앙왕더셩후어) ▲안녕하세요(스따밍주) ▲쇼미더머니(랩 오브 차이나) ▲판타스틱 듀오(워샹허니창) ▲영재발굴단(신기한 아이) ▲너의 목소리가 보여(요우디꺼션아·꺼쇼우시쉐이) ▲히든싱어(인창더꺼쇼우) ▲심폐소생송(위엔라이찐취)등 수많은 프로그램이 표절 피해를 당했다.

◆김연아·손흥민·윤동주·윤봉길 의사가 조선족?

대한민국 축구스타 손흥민도 중국인이란 황당한 주장도 나왔다. /사진=로이터
대한민국 축구스타 손흥민도 중국인이란 황당한 주장도 나왔다. /사진=로이터


인터넷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 중문판에 따르면 조선족 소개 페이지에서 윤동주 시인과 같은 위인이나 손흥민·이영애 등 유명 연예인을 별다른 설명 없이 조선족(朝鮮族)으로 소개하고 있다.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는 백과사전에서 시인 윤동주의 국적을 중국으로, 민족을 조선족으로 표기하고 있다. 특히 윤동주뿐 아니라 이봉창·윤봉길 등 독립운동가 국적을 조선, 민족은 조선족으로 소개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중국 지린성 연변조선족자치주 용정 마을에 있는 윤동주 시인의 생가 입구에 ‘중국조선족애국시인’이라고 적힌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며 바이두에 항의메일을 보냈다. 지난 16일 윤동주 시인 서거일에도 전혀 변화가 없자 재차 바로 잡아달라고 요구했다. 서 교수는 “중국의 역사 왜곡에 분노만 할 것이 아니라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정확히 알려서 올바르게 수정할 수 있도록 요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축구스타 손흥민도 중국인이란 황당한 주장도 나왔다.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시나닷컴’은 지난해 12월 “손흥민이 알고 보니 중국인”이란 주장의 기사를 내보냈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프리미어리그 득점 2위를 달리는 손흥민이 알고 보니 중국인의 후예로 밝혀졌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손흥민이 해외무대에서 맹활약을 하자 손흥민마저 중국인이라고 우기기 시작한 것.

◆적극적인 ‘문화 동북공정’ 대응책 필요

중국 조선족 애국시인으로 적혀진 윤동주 비석. /사진=서경덕 교수 SNS
중국 조선족 애국시인으로 적혀진 윤동주 비석. /사진=서경덕 교수 SNS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과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동시에 수상하는 등 국제 영화상을 석권하고 BTS(방탄소년단) 등 K-팝과 드라마 등 K-콘텐츠가 전세계 문화시장에서 우뚝 서고 있다. 하지만 문화 방면에서 발끝에도 쫓아오지 못하던 중국이 수면 아래 가라앉아있던 ‘중화사상’을 다시 부각시키며 문화판 동북공정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이 한국 고유의 문화와 유산인 K-콘텐츠를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는다. 이러한 중국의 문화 왜곡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우리 문화를 지켜달라’ ‘중국의 왜곡을 막아달라’ 등의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류를 제한하는 명령인 ‘한한령’ 이후 판권 구매가 어려워진 틈을 타 중국의 예능 표절 사례가 급증했다고 지적한다. 심지어 국제방송프로그램 판매 행사에 표절한 예능 프로그램을 들고 나가 뻔뻔하게 판매하기까지 했다. 국내 방송사 프로그램 권리와 지식재산권 보호 대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정필모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이 한국콘텐츠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내외 프로그램 포맷 권리침해 사례’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 상반기까지 한국 예능 프로그램 18편이 20차례 표절 및 도용 등 권리침해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 동안 많은 노력과 예산이 투입된 한국 예능 프로그램 포맷(형식)이 무단으로 권리침해를 당한 셈이다.

문제는 프로그램 포맷 도용 등 권리침해가 빈번하게 일어남에도 법적·제도적 구제는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못한다는 점이다. 방송 포맷 보호를 위한 국제적 인증과 협력 방안을 체계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세계에 한국 문화를 바로 알리고 지키기 위한 대응책을 고심해 봐야 할 때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서경덕 교수는 “중국의 가장 큰 문제점은 객관적으로 다른 나라의 역사를 바라보지 않고 중화민족의 시선에서만 재단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다른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먼저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중국의 잘못된 애국주의가 문제가 될 땐 정부 차원에서 논평을 내는 등 제스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유림 기자 cocory098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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