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시위 진압에 '한국산 최루탄' 사용 추정…"수출 억제해야"

제조업체 "제품 악용 예측 어려워" 87년 항쟁 때 한국서 67만발…이제는 매년 100만발씩 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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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현지시간)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상대로 미얀마 경찰이 최루탄을 발사했다.© AFP=뉴스1
지난 3일(현지시간)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상대로 미얀마 경찰이 최루탄을 발사했다.© AFP=뉴스1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국제 무기 거래와 사용을 감시하는 해외 비정부기구(NGO가 최근 민주화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미얀마 현지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한국산 최루탄이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는 주장을 내놨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 시민단체들에서도 인권탄압 가능성이 있는 '최루탄 수출'을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영국의 무기 거래 조사단체 오메가리서치재단(Omega Research Foundation)은 지난 4일 단체의 SNS 계정을 통해 미얀마 노스 오칼라파(North Okkalapa)에서 발견된 최루탄 발사체와 카트리지가 한국의 D사의 제품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재단은 지난달 미얀마 중부의 핀마나(Pyinmana)에서 발견된 수류탄형 최루탄 제품이 D사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오메가리서치재단은 미얀마 경찰이 착용한 장비들이 찍힌 사진을 근거로 한국에서 생산된 최루탄 발사기 또한 미얀마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실제 2014년 국내 업체들은 미얀마로 최루탄을 수출한 기록이 남아있다. 지난 2014년 당시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이 경남지방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그해 한해 27만7742발의 최루탄이 미얀마로 수출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들 제품은 모두 D사에서 생산된 것으로 파악됐다.

2015년 이후 올해까지는 미얀마로의 최루탄 수출이 확인되지 않았지만 최근 미얀마 시위 현장에서 제조연도가 2014년으로 찍힌 제품들이 발견되면서 한국산 제품이 사용됐을 것이라는 추정이 계속해 나오고 있다. 오메가리서치 뿐만 아니라 국내 시민단체에서도 미얀마에서 발견된 최루탄의 형태가 국내업체가 생산한 제품과 유사하다며 직접 수출이 이뤄지거나 제3국을 통해 간접 수출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까지 발견된 최루탄의 외형만 보고 해당 제품이 한국산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2013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최루탄 수출에 대해 인도적 문제가 제기되면서 최루탄 수출이 중단되자 경찰이 '안전수칙 준수, 탄피에 한국산 표기 금지'를 조건으로 수출허가를 재개했기 때문이다.

제조사로 지목된 D사 측은 "미얀마에 수출한 내역이 없다"라며 "5년 정도까지는 수출 내역을 보관을 하는데 그전에 자료는 폐기돼 확인할 수 없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황수영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팀장은 "현재까진 (한국산이) 사용됐는지 안 됐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수출 기록이 있고 미얀마 경찰이 사용할 수 있는 최루탄 중에 한국산이 있다는 것"이라며 "한국에서는 최루탄의 위험성이 알려져 사용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에 이를 수출하는 것은 모순된 일이고 중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메가리서치재단이 한국 제품으로 보인다며 공개한 최루탄(위)과 제조사로 지목된 D사의 제품 사진(아래) © 뉴스1
오메가리서치재단이 한국 제품으로 보인다며 공개한 최루탄(위)과 제조사로 지목된 D사의 제품 사진(아래) © 뉴스1

최루탄은 눈에 들어가거나 호흡할 경우 가려움 ,기침,구토과 같은 증상을 유발하는 최루제가 담긴 탄약, 수류탄, 포탄 등을 총칭하며 불법·폭력 시위를 효과적으로 해산한다는 목적으로 미국, 영국, 프랑스 같은 서구권 국가를 포함해 세계 여러 곳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에 NGO 등은 오남용 사례를 근거로 최루탄을 제한된 상황에서만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의 경우 '비살상무기 및 장비의 인권 영향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비폭력 시위에 대해서는 최루탄이 사용돼서는 안되며 밀폐되지 않은 곳에서 사전에 공지를 하고 사용하되 사람을 조준해 직사로 발사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기도 했다.

특히 국제앰네스티는 지난해 6월부터 전세계적으로 최루탄이 오남용되고 있는 사례들을 취합해 별도의 홈페이지(https://teargas.amnesty.org/#incident-map)를 만들어 공개하고 있다. 현재 해당 홈페이지에는 31개 국가, 100건이 넘는 최루탄 오남용 사례들이 게재돼 있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1년(2011년~2021년2월) 사이 한국에서 국외로의 수출 허가를 받은 최루탄은 모두 1173만4817발로 1년에 평균 100만발 정도 수출이 이뤄졌다.

국제엠네스티가 최루탄 오남용 사례로 꼽은 31개 국가 중 프랑스, 이스라엘, 케냐, 나이지리아, 터키, 페루, 코트디부아르, 인도네시아, 튀니지 등 9개 국가에도 한국산 최루탄이 수출됐다. 이중 터키의 경우에는 10년간 최소 220만발 이상의 최루탄이 수출 허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지난 2013년 한국이 바레인으로 수출한 최루탄이 중동의 봄 이후 촉발된 민주화 시위를 탄압하는 데 사용되고 바레인 정부군이 쏜 한국산 최루탄에 맞아 15세 소년이 사망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국제사회의 비난이 한국으로 쏟아졌다.

당시 영국과 미국의 인권변호사들이 '한국 기업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지침을 위반해 바레인과 같은 인권 탄압국에 최루탄을 수출하고 있다'며 OECD 한국 사무소에 이의신청을 제기하기도 했다.

국내·외 시민단체의 비판이 계속되자 한국 정부는 일시적으로 2013년 말 최루탄의 수출을 유예시켰지만 수출은 이듬해 재개됐다. 최근에도 오남용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국가에 한국산 최루탄이 수출되고 있다는 사실이 이번에 확인되면서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최루탄 수출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점화될 가능성이 있다.

시민단체 전쟁없는세상 관계자는 "(최루탄뿐만 아니라) 지난해부터 아시아 각지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들이 일어나면서 한국산 시위진압 무기가 발견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해외같이 이런 물품들의 수출현황에 대해 공개해 감시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내에서 최루탄을 생산하는 업체의 관계자는 "수출을 할 때 그냥 계약하는 것이 아니고 현지에서 '최종 사용자가 안정하게 사용하겠다'고 하는 서약서를 받고 수출 허가를 받는 것"이라며 미얀마 사례처럼 갑자기 쿠데타가 발생하는 등의 예상할 수 없는 현지 사정은 판매 업체로서는 예측하기 힘든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이 관계자는 "(업체 차원에서도) 최루탄을 작게 만들어 피해를 적게 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라며 "아무래도 최루탄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기 때문에 (해외 남용 사례로 인해) 회사에 피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최루탄은 한국의 민주화 과정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했으며 정권을 뒤엎은 기폭제가 되기도 했다. 1960년 최루탄이 머리에 박힌 채 발견된 김주열 열사의 처참한 시신은 4.19혁명의 도화선이 됐고 1987년 역시 최루탄에 머리를 맞고 쓰러진 연세대생 이한열 열사의 사진은 6월항쟁의 상징이 됐다.

국내에서는 6월 항쟁이 일어났던 1987년 67만여발의 발사돼 최대 사용량을 기록한 최루탄의 사용이 점차 줄어들었다.

이어 1999년 경찰이 국가신용도 추락을 방지한다며 '무(無)최루탄 원칙'을 세우면서 국내에서 시위현장에서 최루탄의 모습은 사라졌다. 국내 최류탄 생산업체들이 해외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도 국내에서의 판로가 막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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