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킹이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은 부엌에 머물러야 한다'(Women belong in the kitchen)는 광고를 게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 8일(현지시각) 미국 뉴욕타임스에 실린 지면 광고(왼쪽)와 버거킹 영국 법인 트위터 계정에 올라온 사과 트윗. /사진=트위터 계정(Caira Conner) 캡처, 영국 버거킹 트위터 캡처

버거킹이 '세계 여성의 날'에 '여성은 부엌에 머물러야 한다'(Women belong in the kitchen)는 신문 광고를 실었다가 뭇매를 맞았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버거킹 영국법인은 지난 8일(현지시각) 트위터 계정에 이 같은 문구를 올렸다. 이날 뉴욕타임스(NYT)에는 같은 문구가 새겨진 전면 광고가 등장했다.

WP에 따르면 이 메시지는 '여자들은 집에 머물러 평화를 유지하라'는 기원전 467년 그리스 극작가(Aseschylus)의 성차별적 격언의 변형이다. 그동안 이 격언은 '성차별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버거킹 측은 논란이 커지자 반나절 만에 "첫 트윗이 잘못됐음을 인정하고 사과한다"고 밝혔다. 이어 '물론 여성이 원한다면'이란 조건을 덧붙이며 해명에 나섰다. 여성 요리사 부족 현상이 계속되고 있어 요리하는 여성을 증가시키기 위한 취지였다는 설명이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기업이 사회적 명분을 호소할 때 하지 말아야 하는 대표적인 사례를 이날 버거킹이 보여줬다고 꼬집었다.

린다 툰케이 자이어 시카고대 퀸랜 경영대학원 교수는 "사회적 문제에 무게를 둬 온 전력이 있는 다른 브랜드와 달리 버거킹은 성불평등 문제를 진정성 있게 다룰만한 '문화적 자본'을 갖고 있지 않아 이번 메시지가 나쁜 비유와 연결됐다"고 비판했다. 버거킹이 과거에도 성차별적인 광고를 양산해왔다는 점을 비꼰 것이다.

버거킹은 지난 2018년에도 성차별적 광고로 논란을 일으켰다. /사진=로이터

수잔 돕샤 벤틀리 대학 교수도 "버거킹은 성차별적인 광고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버거킹 러시아법인은 지난 2018년 "자국 (월드컵) 대표팀 선수 아이를 가졌을 경우 4만7000만달러(약 5000만원)와 평생 무료 쿠폰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광고에는 '최고의 축구 유전자를 얻기 위해", "러시아 대표팀의 성공을 위해"라는 표현이 포함돼 있었다.

이에 러시아 여성들은 "우리는 러시아 남성의 소유물이 아니며 임신을 위한 도구가 아니다"라며 반발했다. 버거킹은 "부적절한 프로모션"이었다며 잘못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버거킹의 광고 논란에 대핸 전문가들은 '흑인 생명은 소중하다'(Black Life Matter) 운동을 지원하고 흑인과 여성 운동 선수들을 격려했던 나이키의 광고를 좋은 사례로 꼽았다.

돕샤 교수는 "기업은 시대에 맞게 광고를 짜야 한다"며 "나쁜 홍보는 영원히 브랜드를 망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