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해외 M&A 희망하지만 현실화 가능성은?

[주말 리뷰] 3년 만에 불붙는 대우건설 M&A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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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은 1999년 대우그룹 해체 이후에도 2006~2008년 3년 연속 시공능력평가 1위에 오를 만큼 명성을 유지했다. 하지만 반복되는 인수·합병(M&A) 실패로 기업가치가 하락했고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은 대우건설 재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그래픽=김영찬 디자인 기자
대우건설은 1999년 대우그룹 해체 이후에도 2006~2008년 3년 연속 시공능력평가 1위에 오를 만큼 명성을 유지했다. 하지만 반복되는 인수·합병(M&A) 실패로 기업가치가 하락했고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은 대우건설 재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그래픽=김영찬 디자인 기자

2018년 대우건설 인수 의사를 밝혔던 호반건설은 막판 해외사업의 손실 발생을 이유로 포기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호반건설의 대우건설 인수·합병(M&A)이 취소된 이듬해 2019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2년 정도 지난 후 시기가 좋으면 기업가치를 높여 다시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대우건설 매각에 한번 실패했을 때 이미 잠재적 매수자를 모두 접촉한 상황이어서 다시 단기간 내 M&A를 성사시키기 힘들다”고 했다. 올 4분기면 이 회장이 언급한 2년의 시간이 도래한다. 산은이 당분간 대우건설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혀 M&A 이슈는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대우건설이 지난해 어닝서프라이즈 수준의 실적을 공개했고 대우건설 주식 50.75%를 보유한 최대주주 KDB인베스트먼트의 고위 관계자도 “로드맵에 따라 내년 상반기쯤 매각이 재추진될 수 있다”고 언급해 다시 M&A설이 불붙었다.



증권가 “연말 M&A 계획 나온다”


2018년 대우건설 채권단인 산은은 대우건설 지분 50.75%를 1조6000억원(주당 7700원)에 매각할 계획이었다. 산은은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부터 대우건설을 주당 1만5000원에 인수해 이미 절반 가까운 손실을 피할 수가 없는 상태다. 공적자금 피해도 산은이 떠안아야 할 부담 중 하나다.

대우건설 주가는 지난해 3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과 함께 글로벌 증시가 폭락하며 최저 2250원까지 내려 매매예정가격 대비 3분의1 토막이 났다. 이후 1년 만에 대우건설 주가는 다시 2.5배 이상 뛰며(3월2일 기준 종가 5830원) 2018년 수준에 근접했다. M&A 이슈가 다시 고개를 든 건 도래된 시기상의 이유도 있지만 최근 국내 주식시장이 거품을 우려할 정도로 단기간 내 폭등한 데다 대우건설 실적이 어느 때보다 좋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성공적인 M&A를 위한 적정시기라고 확정할 수는 없어도 그나마 좋은 타이밍을 놓칠 수 없다는 계산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대우건설의 최근 5~6년 실적을 볼 때 올해 최정점이 예상되고 M&A 임무를 맡은 김형 사장의 임기가 올 6월 종료될 예정이어서 연임의 중요한 기로에도 서 있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4분기 매출 2조2914억원과 영업이익 2533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8%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465.4% 급성장했다. 대우건설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시공능력평가 기준 업계 1·2위인 삼성물산 건설부문(1350억원)이나 현대건설(899억원)을 앞서는 규모다.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 변화를 봐도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각각 21.0%, 47.2% 감소했지만 대우건설은 증가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 건설사업이 잇따라 중단돼 국내 건설기업 대부분이 타격을 피하지 못했던 상황에서도 실적이 개선된 것이다.

지난해 전체 실적을 보더라도 매출 8조1367억원에 영업이익은 53.0% 급증한 5583억원을 올렸다. 영업이익률은 6.9%로 최근 6년간(▲2015년 1.7% ▲2016년 -4.2% ▲2017년 3.6% ▲2018년 5.9% ▲2019년 4.2%) 가장 높다.



실적 개선 주원인은 직원들 혹사?


산은은 대우건설-호반건설 M&A 실패 후 2019년 구조조정 전담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를 세우고 사모펀드 형태로 보유하던 대우건설 지분을 넘겼다. 구조조정과 매각뿐 아니라 산은이 출자·관리하는 금호아시아나와 한국지엠(GM) 등도 전문적으로 관리한다는 계산이었다.

산은 수석부행장을 역임했던 이대현 KDB인베스트먼트 대표는 대우건설 경영에 직접 참여하기로 해 M&A 움직임을 가시화했다. 이 대표는 현재 대우건설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회 구성원에 속해 있다. 이사회에 제출된 의안을 심의할 수 있고 회사 경영에 참여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 대표는 산은 내 대표 구조조정 전문가란 평가를 받는다. 산은과 대우건설 안팎에선 중국자본의 인수에 대한 경계도 늦추지 않고 있다. 이 대표는 금호타이어를 중국 더블스타에 매각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KDB인베스트먼트의 경영 관리가 강화되며 대우건설의 경영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대우건설은 M&A 실패 후 해외 신도시 사업과 재건축 리츠 사업 및 자산관리회사 설립 등을 잇따라 성공시켜 실적 성장을 이뤘지만 이면에는 혹독한 긴축경영에 따른 내부 반발도 적지 않다. 대우건설 노조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임금 동결과 외부인사 영입, M&A를 위한 단기성과 집착으로 임직원 사기가 저하되고 있다.

급격한 실적 성장에도 대우건설의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2017년 3위(평가액 8조3013억원)에서 3년 만에 5위권 밖으로 밀려나 2020년엔 6위(8조4132억원)에 머물렀다. 2019년엔 5위(9조931억원)였다.

김노향 기자

김영찬 디자인 기자
김영찬 디자인 기자

1999년 대우그룹 해체 이후 22년 동안 대우건설은 제대로 된 주인을 만나지 못해 각종 외풍과 내홍에 시달렸다. 이 과정에서 기업가치가 훼손되고 건설 명가로서의 명성을 잃었다는 게 업계 안팎의 평가다.

이렇다 보니 대우건설은 M&A 자체를 극도로 꺼리는 분위기가 됐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주가가 여전히 저평가됐고 수주와 사업 포트폴리오를 공격적으로 늘려가는 상황”이라며 M&A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다만 M&A가 진행되더라도 수주와 사업 수행에 차질이 빚어지진 않을 것이란 게 대우건설의 주장이다.



금호 트라우마


유일하게 대우건설을 인수했던 민간기업은 금호아시아나그룹. 2006년 산은을 중심으로 한 채권단은 대우건설 공개매각에 나서 2005년 기준 자산 5조5000억원에 국내 시공능력평가 2위인 대우건설 인수·합병(M&A)을 성사시켰다. 대우건설 인수전에 국내 여러 대기업이 참여하며 흥행에 성공했고 금호아시아나가 제시한 인수가격은 6조6000억원이었다. 당시 채권단이 인수 희망가격과 비가격부문(경영능력·경영계획·시너지)을 종합평가한 결과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금호아시아나가 최고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금호아시아나는 곧 승자의 저주에 빠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며 건설경기 불황이 지속됐고 2009년 12월 금호아시아나마저 산은 주도의 경영정상화 작업에 돌입하게 됐다. 결국 이를 감당하지 못한 금호아시아나는 인수 3년 만인 2009년 산은에 대우건설을 재매각했다. 대우건설 인수전에 무리하게 뛰어들어 천문학적인 빚을 진 것이 원인으로 꼽혔지만 반대로 대우건설 입장에선 천추의 원흉이나 다름없게 됐다.

산은 조사 결과 2009년 12월 기준 금호아시아나가 대우건설 인수를 위해 차입한 자금은 5조6000억원에 달했다. 금호는 1조원을 갖고 6조원 넘는 가격의 기업을 인수했다가 실패만 남긴 것이다. 2018년 산은이 대우건설 지분 50.75%를 매각하려던 당시 가격은 1조6000억원 수준이다.

대우건설 주장대로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지적이 많다. 대우건설 주가수익비율(PER)은 12.59로 동종업종인 현대건설(19.50) 대비 낮다. 하지만 M&A 자체에 큰 장애요소가 되지는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라진성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존에 산은이 보유한 단가가 현재 대비 높은 수준이었지만 구조조정 전문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에 지분을 넘기며 단가 조정이 있었기 때문에 가격이 문제 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주가 매력 없는데… 대안은?


대우건설은 금호아시아나가 경영하던 시절 알짜 자산으로 불리던 서울역 맞은편 본사 사옥(현 서울스퀘어)을 팔고 현 CJ대한통운 인수에 참여하는 등 고난의 시기를 겪었다. 서울스퀘어는 2007년 모건스탠리가 9600억원에 인수했다가 2010년 싱가포르 투자회사로 8000억원에 팔렸고 다시 2019년 NH투자증권이 9800억원에 매입했다.

이후에도 산은의 낙하산 CEO(최고경영자)들이 M&A라는 목표 아래 단기 성과만 집착하는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외형은 성장해도 자산은 쪼그라들었다. 대우건설 총자산은 2015년 10조637억원에서 2019년 9조6977억원으로 1조원 가까이 감소했다.

주식수가 지나치게 많은 점도 주가 저평가 요인으로 지목됐다. 대우건설 보통주 수는 4억1562만주로 현대건설(1억1135만주) 대비 약 3.7배 많다. 이 때문에 주가 부양을 위해 유상감자(자본을 줄여 주주에게 반환하거나 소멸 주식에 대해 보상함)를 단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우건설은 2007년에도 전체 주식의 4.0%를 유상감자해 주가 상승을 시도한 바 있다. 하지만 대우건설 이사회가 유상감자를 결의한 2007년 8월 당시 주가는 2만7000원대에서 같은 해 12월 변경상장 후 더 하락해 다음 해엔 1만원대까지 떨어졌다.

산은 안팎에선 M&A 전략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외 부실 사업장을 정리하고 수익성을 더욱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경영 효율화를 위해 분리매각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무게가 실린다. 대우건설에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택사업 규제 강화와 해외 건설시장 환경 악화로 업계 성장성이 낮은 점을 고려할 때 건축·토목·주택·플랜트 사업 부문별로 쪼개는 분리매각 방안이 검토될 가능성이 있다”며 “산은이 대우조선해양과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할 때 지분참여와 우회 자금지원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던 점도 비교될 수 있다”고 말했다. 주가를 높여 매각 후 수익과 공적자금 회수를 목표로 하는 산은과 기업 정상화 및 경영 효율화를 기대하는 대우건설 사이엔 괴리감이 줄어들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노향 기자

대우건설 본사 사옥. /사진제공=대우건설
대우건설 본사 사옥. /사진제공=대우건설

대우건설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이자 에쓰오일 대주주인 아람코와의 인수·합병(M&A)을 희망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대우건설이 지난해 홍보용으로 자체 제작한 만화를 보면 가상 인물인 정대우 과장은 “혹시 아람코라고 들어보셨어요? 대우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인수의향을 보이고 있답니다”라고 소개한다.

이어 “국내에서 가장 단기간에 500억달러 해외수주를 달성한 대우의 가치를 알아보는 거죠”라고 설명하고 다른 직원이 “헉~ 현대건설보다 더 빨리?”라며 맞받아친다.

대우건설이 해외 M&A를 희망하는 데는 과거 쌍용건설의 성공 사례가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쌍용건설은 글로벌 금융위기 후 부실을 겪다 2015년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 개선작업)을 졸업하고 같은 해 자산 217조원(2014년 말 기준)의 국부펀드 두바이투자청(ICD)에 인수됐다. 이후 최대주주의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을 받아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이 건설 포트폴리오를 추가해서 얻는 시너지가 거의 없다. 중견건설업체의 경우 지역 주택사업을 기반으로 성장해 푸르지오 브랜드를 이용한 홍보 효과를 노려 인수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둘 다 대우건설에 도움이 안 되는 시나리오”라며 “해외 인수를 희망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오일머니 코로나 불황


대우건설은 아람코가 실제 관심을 표명해왔다고 설명했다. 대우건설은 사우디뿐 아니라 이라크·알제리·카타르 등에 진출해 건축·토목 실적을 쌓았고 중동에서 높은 인지도와 좋은 평판을 보유하고 있다. 사우디에 본사를 둔 아람코가 대우건설 인수에 관심을 가질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쌍용건설이 두바이투자청에 인수된 지 3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사례 덕분에 중동뿐 아니라 중국 자본도 대우건설 M&A에 관심을 가진 바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중동경기가 불황을 벗어나기 힘들어져 현재로선 M&A 가능성이 더 낮아졌다는 점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 하락으로 경기불황에 빠진 중동 국가가 코로나19로 인해 잇단 사업 중단을 겪었는데 백신 접종 이후에도 빠른 시간 내 회복하긴 힘들어 보인다”고 했다.



국내 대기업 인수 가능성은


대우건설은 반기지 않지만 M&A 업계는 국내 기업 역시 인수 후보군으로 검토하고 있다. 다만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인수 실패 사례가 대우건설에 악몽으로 남아있다.

국내 대형 건설업체 중에 몸집이 큰 대우건설을 전략적·재무적 투자자로 인수할 만한 메리트가 있는 곳은 거의 없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시공능력평가 10위권을 다투는 SK건설과 호반건설 등은 인수 후보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두 회사 모두 인수설을 부인하지만 인수에 따른 메리트가 있다는 점에서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것이다.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수가 2019년 720개를 넘어 4년 만에 2배 이상 성장하며 기업 M&A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른 점도 주목할 만한 요소다. 대우조선해양건설·신한중공업 등 중소건설업체와 조선업체 M&A에 사모펀드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애널리스트는 “사모펀드가 현실적인 대안이지만 국내에선 먹튀나 기업가치를 훼손한다는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다”고 지적했다.



중견건설 인수 가능성은


중흥건설 등 지역 기반의 중견 건설업체도 유력한 인수 후보로 계속 거론돼 왔다. 대우건설 입장에선 대기업이 중견기업에 먹히는 M&A로 인식돼 자존심이 상하는 문제지만 중견업체는 지방의 값싼 토지를 사들여 단순시공만이 아니라 시행사업을 확장하며 탄탄한 현금을 무기로 쥐고 있다.

대우건설 측에선 자산 10조원 규모의 회사를 중흥건설처럼 ‘작은 회사’가 인수할 수 있겠냐는 부정적 입장도 보이지만 중흥건설과 중흥토건이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6300억원, 유동자산은 3조3000억원이다. 이 때문에 건설뿐 아니라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 등 부실기업의 M&A마다 인수 후보로 떠올랐다. 대우건설 시가총액은 2조4189억원이고 이중 최대주주 KDB인베스트먼트의 지분은 50.75%다. 1조원 초반대에도 대우건설 인수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아파트 브랜드 푸르지오로 인지도가 높은 대우건설을 인수할 경우 지역 기반 주택 건설업체는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 대우건설 내부에선 주인이 누가 돼도 건설 명가로서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는 긍정적 의견도 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수도권 아파트 재건축이나 재개발시장에 진입하고 싶어 하는 중소형 건설업체 입장에선 대우건설이 매우 매력적”며 “국내와 해외 부문 분리매각 가능성도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내다봤다.
 

김노향
김노향 merry@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산업2팀 김노향 기자입니다. 부동산·건설과 관련한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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