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家 경영권 분쟁 마무리… 조원태 우호세력이 원하는 것은?

[머니S리포트-한진칼 경영권 분쟁 끝… 남겨진 숙제는①] 천신만고 끝 착륙하는 한진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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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조원태 한진그룹(한진칼) 회장과 3자연합(KCGI·반도건설·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종결 수순을 밟고 있다. 피 말릴 정도로 다툼이 치열했던 만큼 경영권 분쟁이 끝난 현재 양측의 상황은 복잡하다. 양측에게 남아있는 수순은 뭘까. 유력하게 그려지는 양측의 밑그림을 진단해 봤다.
./그래픽=김민준 기자
./그래픽=김민준 기자
끝이 보이지 않던 조원태 한진그룹(한진칼) 회장 측과 3자연합의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마무리에 접어들었다. KDB산업은행의 지분참여로 그동안 치열했던 한진칼 경영권 분쟁은 조 회장 측의 승리로 일단락됐다는 게 업계와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하지만 축배의 잔을 들기엔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은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처럼 조 회장에 힘을 빌려준 우호세력이 아무런 대가 없이 선의를 베풀었는지 아닌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란 것이다.


조원태 회장 승리, 우호 세력 덕분


3자연합이 이번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을 포기한데다 최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까지 지분 0.08%를 KCGI에 매각(5.79%→5.71%)하면서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조 회장이 한진그룹의 경영권을 사수한 배경에는 우호세력(36.66%)의 힘이 컸다. 조 회장의 한진칼 지분은 5.82%에 불과해 경영권을 방어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앞서 2019년 고 조양호 회장이 타계하면서 한진칼 지분(17.84%)을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4.74%)과 조 회장·조 전 대한항공 부사장·조현민(조에밀리리) 한진 부사장(5.78%)이 법정비율(배우자·자녀, 1.5:1:1)로 나눠가졌다.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모친 이명희 고문(4.74%)과 여동생 조현민 부사장(5.78%) 등이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대신 조원태 회장을 선택했고 3자연합(40.41%)의 공세에도 경영권을 방어할 여력이 생겼다. 게다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추진하면서 한진칼 지분을 확보한 산은(10.66%)이 사실상 조 회장 측에 서면서 승기가 기울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사진=대한항공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사진=대한항공


조현민 부사장, 한진 품을까


상황은 일단락됐지만 해결할 문제가 남았다. 산은이 이명희 고문과 조현민 부사장 등의 항공업 계열사 경영 참여를 막았기 때문이다. 총수 일가의 항공업 경영 참여가 물거품이 된 상황에서 일각에선 한진칼의 계열사 분리 가능성을 제기한다.

과거 한진그룹은 창업자인 고 조중훈 회장이 타계하면서 계열 분리를 단행한 바 있다. ▲장남 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 ▲차남 조남호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 ▲삼남 고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 ▲사남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 등으로 쪼개졌다. 조 회장 측 일가의 지분구조에 우위가 없다는 점을 들어 한진칼도 이 같은 행보를 이어갈 것이란 예측이다.

한진그룹은 최상위에 지주회사 한진칼이 버티고 ▲대한항공 ▲한진 ▲진에어 ▲한국공항 등이 있는 수직적 계열구조다. 한진칼의 각 계열 보유 지분율은 ▲대한항공(29.09%) ▲한진(24.16%) ▲진에어(57.25%) 등이다. 한국공항 지분의 59.54%는 대한항공 소유다.

항공업의 경영에 손댈 수 없게 된 이상 한진칼 계열사 중 총수 일가가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곳은 물류회사인 한진과 비상장사다. 부동산 임대사업을 하는 정석기업이 대표적으로 이미 이명희 고문이 자리를 텄다. 초점은 경영권 방어에 힘을 보탠 보상으로 조 회장이 여동생에게 한진을 떼어주느냐 여부로 옮겨간다. 조현민 입장에선 비대면 산업의 성장으로 택배시장이 확대되는 만큼 이보다 더 알맞은 보상은 없는 셈이다.
(왼쪽부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민 한진 부사장/그래픽=김민준 기자
(왼쪽부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민 한진 부사장/그래픽=김민준 기자

물론 한진칼이 한진을 떼어낸다면 인적분할(새로운 지주사 설립 방식) 등 복잡한 셈법이 남아있어 긴 호흡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하지만 한진이 지난해 부동산 자산을 매각하고 20년 만에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는 등 택배사업을 중심으로 독자 노선을 타려는 기류가 감지된다. 업계에선 한진칼이 한진에 자금을 지원할 여유가 없었음에도 유상증자에 참여한 점을 들어 조현민 부사장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한진은 올 초 미래성장전략실을 신설하는 등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미래 성장 경쟁력 및 전사적 CSV(공유가치)와 전략적 마케팅을 강화하고 업무 효율화와 조직 슬림화로 신속한 의사 결정을 하도록 만든 것이다. 신설된 미래성장전략실을 조현민 부사장이 맡은 이유는 미래전략과 마케팅을 총괄하는 임원으로 본격적인 경영활동을 위한 환경을 마련하려는 의미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이다.

하지만 조현민 부사장의 경영 참여에 주주들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조현민 부사장은 올 주총을 통해 사내이사로 선임될 것으로 예측됐지만 2대 주주인 사모펀드 HYK파트너스가 사실상 반기를 들어 진입이 좌절됐다.

정도진 중앙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한진칼의 한진 지분율이 20%대인 만큼 당장 조현민 체제로 개편되기엔 지배구조 상 무리가 있어 보인다”면서도 “다만 한진칼이 새 판을 짠다면 어떤 상황이 나올지는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강종구 재무제표읽는사람들 대표는 “한진은 대한항공과 관계없이 경쟁력을 확보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먼 미래에는 독자 노선 가능성도 점쳐진다”고 내다봤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명희 고문도 항공업 경영 참여가 금지된 만큼 정석기업을 관리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그래픽=김민준 기자
./그래픽=김민준 기자



핵심 멤버 델타항공의 노림수는


업계에선 델타항공이 우호세력의 핵심이었지만 한진칼에 당장 무언가를 요구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 다만 델타항공이 지난해 약 12조원의 순손실을 기록한데다 한진칼 경영권 분쟁이 종료된 만큼 지분을 축소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이미 델타항공은 지난해 갖고 있던 몇몇 항공사의 지분을 매각한 바 있다.

델타항공의 한진칼 지분은 지난해 말 기준 13.31%(산은 유상증자 전 14.9%)다. 델타항공의 한진칼 주식 평균 매입가격은 5만~6만원대로 투입 자금만 약 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백기사를 자처한 델타항공이 경영권 분쟁이 극심할 당시 한진칼 지분을 늘린 만큼 상황이 종료된 현재는 주가 하락 리스크를 떠안고 있는 셈이다.

델타항공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통합 이후 움직일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은 아시아-태평양 노선 조인트벤처(JV)를 설립했다. 조인트벤처는 두 항공사가 특정 노선에서 하나의 항공사처럼 운영하는 방식으로 비용과 수익까지 공유하는 강력한 동맹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통합될 경우 양사의 미주 노선 지배력은 사실상 100%에 가까워 델타항공도 JV로 얻는 이점이 클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델타항공이 인천공항을 아시아 허브로 삼았기 때문에 대한항공의 경영 환경 안정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본다”고 말했다. 강종구 대표는 “델타항공은 사실상 경영보다는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면서도 “다만 유동성에 문제가 커진 만큼 자체적으로 지분 축소를 모색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용준
지용준 jyjun@mt.co.kr  | twitter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모빌리티팀 지용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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