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 대표 “한국인은 먹고 나눠야 정이 생기죠”

[피플] 24년 ‘반찬 봉사’ 이상기 나눔자리문화공동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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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한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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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니를 제때 해결하지 못하는 소외된 이웃에 24년 동안 직접 만든 반찬을 전달하며 나눔의 미덕을 실천해온 인물이 있다. 이상기 나눔자리문화공동체 대표(사진·61)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대표의 삶은 ‘봉사’로 대변된다. 20년 넘게 제대로 쉰 날이 없을 정도다. 그런데 왜 하필 ‘반찬’을 나눈 것일까. 이 대표의 답변은 간단하다. 한국인의 저력이 ‘밥심’에서 나오듯 먹거리로 이웃과의 ‘정’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소외 이웃에 반찬 나눈 이유


이 대표가 처음부터 반찬 봉사를 했던 것은 아니다. 그는 경기 시흥시 신천동으로 이사 온 1997년 ‘청소년 상담’으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학교생활에 어려움이 있거나 집안 환경이 좋지 못한 아이들 또는 비행청소년 등 이른바 ‘문제아’들이 대상이었다. 하지만 상담을 진행할수록 이 대표는 시스템에 의문을 갖게 됐다.

“상담 시간이 불과 3일뿐입니다. 첫날은 성격검사, 이튿날은 사회봉사, 마지막은 소감문 작성으로 끝나요. 아이들을 돕는 게 목표라면서 주어진 시간이나 방법이 너무 형식적이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이 대표는 이 같은 상담 체계로는 내담자인 청소년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쉽지 않다고 판단해 고민 끝에 자원활동 비중을 넓히고 아이들과의 스킨십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 대표는 당시 중학교 3학년이던 아들에게 봉사활동 동아리를 만들라는 미션을 줬다. 그렇게 탄생한 게 나눔자리문화공동체의 전신인 봉사활동 동아리 ‘나눔자리’다.

이 대표는 이후 동아리에 가입한 아이들과 매주 함께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만날 때마다 아이들과 밥도 함께 해 먹으며 스킨십을 대폭 늘렸다. 자연스럽게 정이 쌓이기 시작했다.

“정을 쌓다 보니까 아이들이 변화하는 게 눈에 보였어요. 정성을 쏟으니까 사람이 변화하는 거죠.”

음식을 나누는 활동은 지역사회의 변화도 이끌었다. 당시 지역 어르신들이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탓에 아이들이 경로당 화장실을 이용하려 하면 문을 잠그고 화를 내는 등 텃세가 심했다고 한다. 이를 바꾸기 위해 당시 이 대표는 마을 어른들과 함께 ‘국수 잔치’를 열었다. 이후 주기적으로 음식을 해다 나르며 친분이 생기자 닫혀있던 마을회관의 문이 활짝 열렸다.

“원래 한국인들은 먹어야 정이 생기는 거잖아요.” 이 대표의 반찬 봉사는 그렇게 시작됐다.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반찬을 나누는 대상과 양이 늘어나자 이 대표는 2012년 나눔자리문화공동체를 비영리단체로 등록시켰다.

반찬 봉사를 진행하는 데 어려움도 많다. 지자체와 공모사업을 통해 재원을 조달하거나 후원을 받고는 있지만 많은 돈이 들어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대표는 후원을 받는 게 껄끄럽다고 말한다.

“후원은 스스로 느끼고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하는 거지 누군가에게 부탁을 받아서 혹은 아는 사이라서 하는 건 싫었어요. 그래서 회원에게는 주변사람들에게 후원해 달라는 얘기를 하지 말라고 했어요.”

이상기 나눔자리문화공동체 대표와 회원들이 만든 김밥 도시락. / 사진=이한듬 기자
이상기 나눔자리문화공동체 대표와 회원들이 만든 김밥 도시락. / 사진=이한듬 기자



‘국민훈장’ 이어 ‘LG의인상’ 수상


이런 기조를 유지하느라 봉사활동에 이 대표의 사비도 많이 들어갔다. 별도의 직장이 있는 회원은 현금을 내거나 사비를 들여 재료를 사다 주는 경우도 많다고. 그는 “계속 돈을 쓰다 보니까 저축이 안 돼요. 하지만 10원을 쓰든 1000만원을 쓰든 ‘써놓고 속상한 마음은 갖지 말자’는 생각으로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비용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몸의 피로도 상당하다. 올해 환갑인 이 대표는 매일 새벽 5시에 나눔자리문화공동체의 조리공간이 마련된 시흥시 실내체육관으로 출근해 회원들과 함께 오전 내내 60~70가정에 전달할 반찬을 만든다. 오후 2시부터 다문화 가정·독거노인·저소득 가정 등 소외 이웃에 반찬이 배달된다. 반찬 봉사를 시작한 지 24년 동안 이 같은 일과를 거의 거른 적이 없다. 집안 경조사조차 참여하지 못한 적도 많다.

가족들의 불만은 없었을까. 이 대표는 오히려 가족이 자신을 지지해준다고 말한다. 건강을 염려한 아들이 한때 이 대표에게 은퇴를 권한 적은 있다. 하지만 이 대표가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이자 재료비에 보태 쓰라고 자신의 카드를 맡겨가며 그를 응원해주고 있다고.

청소년 시절 문제아로 단체를 찾았다가 마음을 다잡고 이제는 어엿한 사회인으로 거듭난 회원도 이 대표의 든든한 지지자다. 한 청년은 현재 유통업체의 사장이 돼 일주일에 한번씩 계란·고기·버섯 등 각종 재료를 보내고 있다고 한다.

20년 넘게 묵묵히 한자리를 지키며 오랜 봉사활동을 이어온 이 대표의 노고를 국가와 사회도 알아봤다. 지난해 행정안전부로부터 ‘국민훈장’을 받았고 올해는 LG그룹이 운영하는 LG복지재단으로부터 ‘LG의인상’을 수상했다. 이 대표는 앞으로 누구나 와서 편하게 먹고 갈 수 있는 식당을 여는 게 꿈이다.

“나이가 많든 적든 돈이 있든 없든 누구나 편하게 와서 먹고 갈 수 있는 밥집을 하고 싶어요. 단돈 100원이라도 좋으니 떳떳하게 밥값을 내고 자존감을 지키면서 든든하게 한끼 먹고 힘을 낼 수 있는 그런 밥집을 열고 싶습니다.”
 

이한듬
이한듬 mumford@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팀 기자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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