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우버 등 세계 유통공룡들도 진출하는 의약품시장… 한국에선 큰일날 일?

[머니S리포트-규제에 갇힌 한국의약품시장②] 편의점 판매 10년... ‘편의성vs안전성’ 충돌은 현재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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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의약품 유통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아마존·알리헬스·우버 등이 의약품 유통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언택트 시대에 걸맞은 서비스로 무장한 유통 공룡의 의약품 시장 진출은 시의 적절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이유로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 역시 상황에 대응하는 새로운 유통 채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국내 의약품 시장 사정은 미국·중국·유럽 등과 다르다는 단서가 달린다. 무엇보다 의료법과 약사법이라는 넘어야 할 한계가 명확해서다. 오랜 기간 국내 보건의료 서비스 시장에서의 편의성과 안전성 논란 불씨도 여전히 남아있다. 온라인 등 세계적인 의약품 유통 흐름에서도 안전성이란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국내 상황을 살펴본다.
아마존·우버 등 세계 유통공룡들도 진출하는 의약품시장… 한국에선 큰일날 일?

2011년 시작과 끝은 ‘일반의약품 슈퍼 판매’ 논란이었다. 의약품 접근성 향상과 편의성을 앞세운 여론에 약사사회는 안전성이란 가치를 내걸고 팽팽하게 맞섰다. 정부와 정치권 움직임도 적극적이지 못했다. 제약사도 한 손에는 계산기를 들고 있었지만 약사 사회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었다.

1년여를 끌었던 논란은 ‘가정상비약’이란 신조어를 탄생시켰고 결국 약사사회 동의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일반약 슈퍼판매’에서 시작된 논란은 ‘가정상비약 편의점 판매’로 일단락됐다.


13개 품목· 24시간 편의점 판매… 10년째 제자리걸음


국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약사법 개정안은 편의점 판매가 가능한 품목 조정을 거친 이후 2012년 하반기 소비자와 만났다. 판매점은 24시간 운영되는 편의점과 고속도로 휴게소 등으로 한정됐다. 소위 ‘편의점 상비약’은 1일 복용량 기준으로 제작된 소포장 단위로 공급됐다. 일반 공산품과의 분리 진열과 의약품 오·남용 방지를 위한 1인 1일 판매량 제한 등 조치도 뒤따랐다.

편의점에서 가정상비약이 판매된지도 어느덧 10년째를 맞이했다./사진=뉴스1
편의점에서 가정상비약이 판매된지도 어느덧 10년째를 맞이했다./사진=뉴스1

이과정을 거쳐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대표 해열진통제 타이레놀과 종합감기약의 대명사로 꼽히는 판콜·판피린 등이 약국이 아닌 24시 편의점 매대 위에 서게 됐다. 무엇보다 상비약 편의점 판매는 일반의약품이 약국 외 유통채널로 나왔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사건으로 기록됐다.

올해는 편의점 판매가 허용된 지 10년째 되는 해다. 평가는 엇갈린다. 판매 가능 일반의약품은 여전히 13개 품목으로 제자리걸음이고 여전히 편의성과 안전성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판매 체감은 크지 않다”고 말한다. 실제 편의점 매출이 크게 증가하지 않은 탓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편의점 판매를 비롯한 일반 유통망의 한계는 명확하다”며 “가정상비약 개념이 생겨나면서 일부 제약사는 브랜드 파워가 강해지는 수혜를 입기도 했지만 브랜드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업체는 소포장 공급 기준 때문에 생산단가가 부담되기도 한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판매 가능 제품을 지사제나 연고제 등 안전성이 확보된 또 다른 제품군으로 확대할 필요는 있다”며 “소비자 선택권이 확대되면 편의점 채널이 활성화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를 위해선 활발한 의약품 재분류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전문의약품의 일반의약품 전환과 일반의약품의 의약외품 전환 시스템이 원활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어렵게 얻어낸 약국 외 유통채널이 자칫 엉뚱한 곳에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도 나왔다.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해외직구 의약품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비대면 진료 등 유통채널 확대를 염두에 둔 언급이다.

의약품 유통업체 관계자는 “산업 측면에선 전문가 판단이 요구되는 의약품을 제외하고 건강기능식품과 진단 및 의료기기 등의 일반 유통채널 확대는 찬성”이라며 “전문가인 의·약사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에 섣부르게 나서지 못하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다만 최근 온라인 채널을 통해 무분별하게 퍼지는 과대·과장 광고로 인한 불법 의약품 범람 현상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이 관계자는 지적했다. 그는 “온라인 채널이 소비자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이기는커녕 오히려 의약품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오·남용 문제를 유발했다”며 “국내 소비자는 다른 국가에 비해 유독 의약품을 많이 복용하기 때문에 유통채널 확대에서 중요한 잣대는 소비자가 안심하고 안전하게 의약품을 복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약품을 단순 돈벌이 산업 취급한다고?”
이광민 대한약사회 실장 “최우선 가치는 안전성”


“대면 서비스를 통한 의료 서비스 질 향상과 의약품 안전성 보장이 보건의료체계 핵심가치다.”

이광민 대한약사회 정책기획실장은 쿠팡·네이버 등을 통한 의약품 해외 직구와 이마트 등 대기업의 의약품 유통업 진출 의지 등과 관련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광민 대한약사회 정책기획실장이 의약품의 안전한 사용에 대한 중요성을 밝히고 있다.
이광민 대한약사회 정책기획실장이 의약품의 안전한 사용에 대한 중요성을 밝히고 있다.

그는 “보건의료제도의 내용은 안전성·접근성·가격 등 3가지 가치를 중심으로 결정한다”며 “때로는 서로 충돌하는 면이 있어 정책 결정 과정에서 이견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 편의성 논리’를 앞세운 의약품 유통채널 확대 주장에 대한 반박이다.

이 실장은 의약품 해외 직구가 의약품의 안전한 사용을 위협하는 대표적 사례라며 “온라인 의약품 수입·판매 행위가 일반 소비자로 하여금 의약품에 대한 오인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탈모치료제·비만치료제 등 국내 허가를 받지 않은 해피드럭(삶의 질을 올리는 데 도움을 주는 의약품류)이나 마약류 등이 해외 직구 품목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겨냥한 지적이다. 이 제품들은 국내법 상 의사의 처방이 반드시 필요한 의약품이다.

이 실장은 “편의점 상비약 확대와 같은 의약품 접근성 향상과 해외 직구 증가는 별개의 문제”라며 “허가받지 않은 의약품 오·남용이 조장되지 않도록 정부 규제가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일본 등에서 확대되고 있는 비대면 진료와 의약품 택배 서비스와 관련해선 “직접 비교가 힘들다”고 했다. 그는 “면적이 크고 인구밀도가 낮은 미국·일본·유럽의 일부 국가는 병·의원과 약국 접근성이 매우 떨어지기 때문에 접근성과 편의성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내의 경우 1차 의료기관 접근성이 높아 상황이 다르다는 게 이 실장의 주장이다.

대기업의 의약품 유통업 진출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단순히 ‘돈벌이용’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이 실장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설계한 보건의료제도를 훼손하거나 무너뜨리는 방식으로 시장에 진입한다면 국민과 보건의료단체들의 강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상훈
이상훈 kjupress@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2팀 제약바이오 담당 이상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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