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다하는데 한국 의약품 유통만 지지부진 '왜?'

[머니S리포트-규제에 갇힌 한국의약품시장①] 코로나로 세계 의약품 시장 온라인 유통 ‘활발’ 세계 주요국 시장 확대하는데 한국은 지지부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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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의약품 유통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아마존·알리헬스·우버 등이 의약품 유통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언택트 시대에 걸맞은 서비스로 무장한 유통 공룡의 의약품 시장 진출은 시의 적절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이유로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 역시 상황에 대응하는 새로운 유통 채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국내 의약품 시장 사정은 미국·중국·유럽 등과 다르다는 단서가 달린다. 무엇보다 의료법과 약사법이라는 넘어야 할 한계가 명확해서다. 오랜 기간 국내 보건의료 서비스 시장에서의 편의성과 안전성 논란 불씨도 여전히 남아있다. 온라인 등 세계적인 의약품 유통 흐름에서도 안전성이란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국내 상황을 살펴본다.
시공을 초월한 인터넷과 결합하면서 의약품 유통시장이 변혁기를 맞았지만 한국에선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기존 이해관계 중심의 체제와 규제 등 구조적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혁신 기술을 보유한 기업의 경쟁력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사진=이미지투데이
시공을 초월한 인터넷과 결합하면서 의약품 유통시장이 변혁기를 맞았지만 한국에선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기존 이해관계 중심의 체제와 규제 등 구조적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혁신 기술을 보유한 기업의 경쟁력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사진=이미지투데이
시공을 초월한 인터넷과 결합하면서 의약품 유통시장이 변혁기를 맞았지만 한국에선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기존 이해관계 중심의 체제와 규제 등 구조적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혁신 기술을 보유한 기업의 경쟁력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세계 온라인 의약품 유통시장은 연평균 15%로 고속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는 508억달러(약 57조6300억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비대면 거래가 급증하며 세계 의약품 유통 지형이 송두리째 바뀌고 있다. 여기에 아마존·알리헬스·우버 등의 기업도 진출 소식을 알리자 시장은 크게 술렁거렸다.

이 같은 변화는 관련 업계의 주가 약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 나스닥시장 분석 전문 매체인 ‘시킹알파’는 중국 온라인 의약품 유통업체 ‘111 Inc’가 코로나19로 비대면 거래가 급증하면서 큰 성장세를 보였다며 올 1분기 실적이 전년 동기보다 배 이상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온라인 의약품 유통사, 코로나 전후 주가 140% ↑



이 회사의 주가는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지난해 1월3일 6.20달러(약 7034원)였지만 올 3월29일 12.95달러(약 1만4692원)로 109% 급등했다. 2월12일엔 23.07달러(약 2만6173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같은 기간 알리헬스 주가도 137% 치솟았다. 알리헬스는 알리바바그룹의 계열사로 온라인 의약품 유통 매출이 97%에 달한다.

세계 온라인 의약품 유통시장 규모./사진=김민준 머니S 기자
세계 온라인 의약품 유통시장 규모./사진=김민준 머니S 기자
이런 서비스를 한국에서도 구현할 수는 있다. 하지만 실제론 그렇지 못하다. 현행 약사법상 모두 불법이어서다. 약사법은 ‘약국 개설자 및 의약품 판매업자는 그 약국 또는 점포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의약품 유통사업은커녕 대기업의 상표권 출원 소식만으로 약사단체는 날 선 반응을 보인다. 이마트는 2월 ‘노파머시’라는 상표를 출원한 지 4일 만에 철회했다. 노파머시 판매 가능 품목에 건강기능식품과 일반의약품(의사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구매 가능한 약) 등이 포함된 게 원인이었다. 약사들이 청와대 국민청원·시위·불매운동 등 경고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내면서 이마트가 백기를 든 것으로 해석된다.

기업을 제압하는 기존 이해관계의 반발은 대기업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스타트업인 닥터가이드는 지난해 9월 전문의약품 배송 서비스 ‘배달약국’을 개발했지만 약사법 위반 논란으로 두 달간 영업을 중단했다. 보건복지부가 재검토한 결과 현행법상 문제가 없다며 닥터가이드의 손을 들어줬다.



‘제2의 타다’ 우려… 규제완화 요구 많지만 약사 반발로 ‘발목’



관련 업계는 앞으로 이 시장이 ‘제2의 타다’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쏘카의 차량 공유 서비스 타다는 택시업계 반발과 여객운수사업법 위반 등으로 지난해 영업 중단됐다. 주력사업이 좌초되자 30~60% 웃돌던 쏘카의 연 매출 증가율은 1%대로 추락했다.

업계 안팎에선 “규제 완화 목소리가 높지만 약사의 반발이 발목을 잡고 있다”며 “혁신 기술을 개발한 국내 기업은 기존 이해관계 중심의 체제와 규제에 내몰려 해외로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푸념한다. 반면 약사는 “약물 오·남용 가능성이 증가하고 배송과정에서 제품이 변질될 수 있다”며 팽팽히 맞선다.

의료계는 과감하게 규제를 풀어 혁신 기술을 포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서울대병원 교수는 “한국은 이미 병·의원에서 전자의무기록(EMR)을 쓰고 있고 세계 최고 수준의 물류망을 갖췄음에도 규제에 부딪혀 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국민 편익 확대 차원에서 새로운 접근과 협약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시대적 흐름… 해외선 신규 사업모델로 주목


아마존이 온라인 약국 스타트업 필팩을 인수해 배송에 나섰다. /사진=로이터
아마존이 온라인 약국 스타트업 필팩을 인수해 배송에 나섰다. /사진=로이터
해외 경쟁사는 일찌감치 뛰기 시작했다. 아마존은 온라인 약국 스타트업인 필팩을 인수해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아마존은 일리노이·미네소타·하와이 등 45개주에서 18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멤버십 회원인 아마존 프라임 고객에 한해 제품을 무료배송하고 의료보험이 없는 프라임 고객에겐 제네릭(복제약)을 최대 80% 할인해준다.

미국의 CNBC는 “코로나19에 노출되길 꺼리는 사람이 많아지는 가운데 아마존의 이 같은 움직임은 시의적절하다”며 “의약품 유통 시장 전반을 흔들 것으로 보인다. 향후 온라인 의약품 유통 사업의 성장이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우버헬스도 지난해 8월 님블RX와 협력해 시애틀·댈러스에서 온라인 의약품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투자업계는 기업의 이 같은 움직임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고 판단한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다른 물품에 비해 부피가 작은 데다 반복 (구매하는) 의약품의 특성상 이 사업은 물류 분야 수익성을 증가시킬 것”으로 분석했다.
 

한아름
한아름 arhan@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투데이 주간지 머니S 산업2팀 기자. 제약·바이오·헬스케어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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