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LG폰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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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소문폰'으로 관심을 모았던 'LG 롤러블'은 결국 출시되지 못했다. /사진=CES 2021 온라인 이벤트 캡처
'상소문폰'으로 관심을 모았던 'LG 롤러블'은 결국 출시되지 못했다. /사진=CES 2021 온라인 이벤트 캡처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결국 접었다. 23분기 연속 적자로 쌓인 5조원의 누적 적자를 이겨내지 못했다. 하드웨어(HW) 강자가 소프트웨어(SW) 시대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LG전자는 오는 7월31일자로 휴대폰 사업을 종료하기로 했다. 지난 1월20일 권봉석 사장이 임직원들에 보내는 이메일을 통해 사업 전면 재검토를 공식화한 지 두 달여 만이다. 1995년 LG정보통신으로 모바일 사업을 시작한 지 26년 만에 내려진 결정이기도 하다.

LG전자 측은 사업 종료 발표를 통해 “선택과 집중을 통해 내부 자원을 효율화하고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한다. 동시에 미래 성장을 위한 신사업 준비를 가속화해 사업구조를 개선할 계획”이라며 “오랫동안 쌓아온 휴대폰 사업 자산과 노하우는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사업을 준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 시절 부러웠던 ‘초콜릿폰’


초콜릿폰 콘셉트 이미지 /사진=LG전자 블로그 캡처
초콜릿폰 콘셉트 이미지 /사진=LG전자 블로그 캡처

LG전자 MC사업부의 전성기는 2000년대 후반이다. 초석을 닦은 것은 2005년 말 디자인을 앞세워 등장한 ‘초콜릿폰’이다. 이듬해 글로벌 시장에서도 흥행에 성공하며 처음으로 판매량 1000만대를 돌파, LG전자가 고급 휴대폰 브랜드로 자리잡는 발판이 됐다.

이후로 ‘샤인폰’, ‘프라다폰’, ‘와인폰’, ‘롤리팝’ 등으로 LG전자 MC사업부는 전성기를 구가했다. 특히 2008년에 MC사업부는 전년 대비 매출은 48% 증가한 14조1931억원, 영업이익은 76% 증가한 1조4242억원을 기록했다. LG전자 전체 매출의 51%를 MC사업부가 차지했고, 영업이익은 LG전자 전체(1조2269억원)를 능가하는 성과를 냈다.

이어 2009년에는 매출 15조원을 돌파했다. 이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의 세계 휴대폰 시장 조사에서 LG전자의 점유율이 처음으로 두 자릿수(10.1%)를 달성하기도 했다. 출하량 12억2055만대로 3위를 차지했던 LG전자와 달리 애플(2489만대)이 기타(others)로 분류되던 시절이다. 1·2위는 노키아(36.4%)와 삼성(19.5%)이었다.

이 시기에 거둔 성공은 외려 LG전자에게 독이 됐다. 애플이 2007년 처음 선보인 스마트폰이 불러올 변혁을 간과하고 계속 피처폰 시장 확대에 집중하는 선택을 했다. 이후 양측에서 부인하긴 했으나 세간에는 경영진이 컨설팅업체 맥킨지의 조언을 받아들여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분명한 것은 스마트폰 시대의 도래 시점을 오판하고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한 것이다. 그 중심에는 당시 대표이사를 맡았던 남용 전 LG전자 부회장이 있었다.

오판의 결과는 곧바로 찾아왔다. 2010년대로 넘어가자마자 LG전자 사업부에 내리막길이 찾아왔다. 2010년은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이 최고점(73%)을 기록했던 해다. 2009년 말 출시된 ‘아이폰3GS’로 국내에도 스마트폰 보급이 시작됐고, 이어 ‘갤럭시S’가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며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으로 새출발을 시작했다. 그 전까지 전성기를 구가하던 LG전자 MC사업부는 2010년 영업손실 7088억원을 기록하며 거꾸러졌다.



스마트하지 못했던 스마트폰 사업


2010년대 들어 LG전자는 절치부심하며 스마트폰을 빠르게 준비했다. 옵티머스 시리즈로 발판을 닦은 이후 G 시리즈로 반격에 나섰다. ‘옵티머스G’로 2011년 4분기에 7분기 만의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2013년 출시한 ‘G2’는 갤럭시 시리즈 못잖은 명기로 이용자들에게도 호평을 받았다. 이어 2014년 출시한 ‘G3’가 전 세계에서 530만대 판매되는 성과를 거뒀으나 이때부터 발열 등 품질 논란이 불거졌다.

LG전자 스마트폰의 짧은 중흥기는 2015년 출시한 ‘G4’에서 막을 내렸다. 메인보드 불량과 무한 재부팅 등 품질 문제에 시달렸다. 단통법 시행도 크게 작용했다. 가성비 우위가 희석되면서 갤럭시나 아이폰 등 경쟁사 플래그십 모델로 이용자들이 몰렸다. 단통법 시행 이전 20%대를 유지하던 LG전자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단통법 도입 찬성은 LG전자의 또 한 번의 오판이었다.

LG전자의 마지막 플래그십 스마트폰이 된 'LG 윙' /사진제공=LG전자
LG전자의 마지막 플래그십 스마트폰이 된 'LG 윙' /사진제공=LG전자

이후 시장에서는 LG전자가 그동안 성공을 거뒀던 공략법이 더 이상 통하지 않았다. 과거 LG전자가 성공을 거뒀던 피처폰들을 살펴보면 주로 독창적인 디자인, 내구성과 같은 HW를 앞세웠다. 반면 스마트폰은 구조상 디자인에 그리 크게 차별화를 꾀할 수가 없다. HW만큼 SW 기술력이 중요한데 이에 대한 인식과 준비도 부족했다. LG전자 휴대폰의 장점은 옅어지고 단점은 두드러지게 된 것이다.

LG전자 스마트폰의 이런 특성은 최근까지도 이어졌다. 그동안 커브드 디스플레이(G플렉스), 모듈형 구조(G5), 스위블 모드(윙), 결국 내지 못한 롤러블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폼팩터를 시도하며 디자인에 변화를 추구해왔다. 하지만 부족한 SW 최적화와 업데이트 등 사후지원 미흡은 소비자들에게 내내 지적받아왔다. 지속적인 실적 하락에 따른 경영진의 조급증도 기본적인 품질에 충실하지 못한 채 모델 수만 늘린 원인으로 지목된다.

LG전자 측은 사업 종료를 발표하면서 “최근 프리미엄 휴대폰 시장에서 양강체제가 굳어지고 주요 경쟁사들이 보급형 휴대폰 시장을 집중 공략하며 가격 경쟁은 더욱 심화되는 가운데 LG전자는 대응 미흡으로 성과를 내지 못해왔다”고 자평했다.
 

팽동현
팽동현 dhp@mt.co.kr  | twitter facebook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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