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Re:뷰] 혈세 13억원 도시재생 '정동 세실마루'… 시민들 외면해 '텅텅'

 
 
기사공유
  • 카카오톡 공유
  • 카카오톡 공유
  • 네이버 블로그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공유
  • url 공유
편집자주|[수지Re:뷰]는 ‘강수지 기자의 Real estate View’의 합성어입니다. 쏟아지는 부동산 정보의 홍수와 관련 정책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현장을 직접 찾아 올바른 투자 정보를 독자 여러분께 전달하겠습니다.
고장난 서울 정동 세실마루 승강기 및 세실마루 내부 풍경. /사진=강수지 기자
고장난 서울 정동 세실마루 승강기 및 세실마루 내부 풍경. /사진=강수지 기자
대한민국 근·현대사 자취를 간직한 서울 정동 세실극장 옥상 공간이 서울시 도시재생사업에 의해 ‘세실마루’로 변신해 4월1일 시민들에게 공개됐다. 서울 중심부에 또 하나의 경관 조망공간이 생겼다는 소식에 일대 주민과 상인의 기대가 컸지만 이번에도 실효성 없는 전시행정이란 비판이 나왔다.

서울시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세실마루 도시재생사업에는 시 예산 총 13억원이 소요됐다. ‘재생 활성화 거점 조성-성공회성당 일대 역사문화 거점 조성-세실극장 옥상 시민공간(세실마루) 조성’이란 사업명으로 설정됐다. 당초 사업은 '2018년 4월 정동 문화재생 협약 체결-12월 설계공모 업체 선정-2019년 1월 기본 및 실시설계(안전진단 포함)와 사업추진협의회 운영-2020년 5월 공사 시행-10월 운영관리'를 목표로 했으나 2021년 4월1일에 뒤늦게 시민 개방이 이뤄졌다.



사람도 개성도 안 보이는 세실마루


봄기운이 완연했던 4월6일 모처럼 미세먼지 없는 푸른 하늘과 따뜻한 햇살을 벗 삼아 시민으로 북적이는 세실마루를 기대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지하철 1·2호선 시청역에 내려 3번 출구로부터 50m가량. 덕수궁을 낀 왼쪽 골목에 접어들면 몇 걸음 지나지 않아 오른쪽에 세실극장이 나온다. 서울시는 세실극장에서 세실마루로 곧바로 올라갈 수 있는 승강기가 설치돼 있다고 홍보했지만 실제론 고장으로 사용이 불가능했다. 버튼을 누르고 한참이 지나도 문이 열리지 않았고 고장 안내조차 없었다.

세실극장 출입문도 굳게 닫혀 있었다. 세실마루는 덕수궁이 휴관하는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주 화~일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무료 운영된다. 방문 시점은 화요일 오후 3시로 마땅히 운영되고 있어야 했지만 아무런 안내도 없었다.

세실극장이 있는 성공회빌딩의 경비 담당 직원을 찾아 가까스로 세실마루에 올라갈 수 있는 방법을 알아냈다. 건물 뒤로 이동해 문을 찾고 4층의 계단을 오른 후에야 면적 566㎡의 세실마루를 마주할 수 있었다.
서울 정동 세실마루에서 바라본 전경 및 세실마루 내부 풍경. /사진=강수지 기자
서울 정동 세실마루에서 바라본 전경 및 세실마루 내부 풍경. /사진=강수지 기자
한국 현대 건축의 선구자 김중업 건축가가 설계한 성공회빌딩 상단부를 비롯해 국내에서 유일하게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설계된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 둘러싸여 감각적인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돌출돼 있는 성공회빌딩의 고층부를 등지고 앞을 보면 서울시청과 광화문역 일대의 전경이 펼쳐지고 오른쪽은 덕수궁 돌담 너머 나무와 마당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홍보자료가 무색하게 공간 자체만 놓고 보면 일반 건물의 옥상과 비슷할 뿐 특별한 개성이나 차별점을 찾을 수가 없었다. 일부 녹지공간과 그늘막·의자 등이 꾸며진 건 나쁘지 않았으나 세금 13억원을 들여 만든 도시재생사업의 성과라고 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등재된 세실극장은 1976년 개관해 1970~1980년대 소극장 연극 무대의 중심으로 성장하며 한국의 연극 문화와 건축 문화를 드러내는 역사적 가치를 지녔다고 평가받는다. 2018년 1월 경영난으로 폐관됐다가 서울시 문화재생사업으로 같은 해 4월 다시 문을 열었다.

시민 A씨는 “도시재생의 의미가 낡고 불편해진 주거환경과 도시환경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보존의 가치를 지키는 것인데 아무 문제점도 없는 공간에 세금을 들여 시정 성과라고 홍보하는 것은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비판에도 서울시는 책임감 없는 태도를 보였다. 류훈 서울시 도시재생실장은 세실마루를 통한 시민 혜택이나 도시재생 효과 등에 대해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답했다.



성과 없는 혈세 하마 ‘도시재생’


서울시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 아니다. 서울시는 2015~2019년 세운상가 일대 43만9000㎡에 974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다시세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역시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프로젝트가 진행된 후 세운상가 일대는 임대료 상승으로 몸살을 앓았다. 세운상가 임대료는 30㎡ 기준 월세 15만~25만원 선에서 유지되다가 2017~2018년 1.5~2배 상승했다. 3층 데크와 연결된 상가의 임대료는 이전 대비 2~3배 폭등했다. 도시재생으로 인한 부동산가격 상승과 세입자인 상인들이 내몰리는 젠트리피케이션 대책에 대한 고민이 없이 졸속으로 행정을 추진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서울시는 2015년 도시재생사업 전담조직인 도시재생본부를 출범하고 ‘2025 서울시 도시재생 전략계획’을 수립했다. 1단계 도시재생 사업지로는 ▲중구 서울역 ▲종로구 세운·낙원상가 ▲도봉구 창동 등 13개소가 지정됐다. 이후 전략계획을 수차례 변경해 다수 지역이 추가로 지정됐고 2021년 4월 현재 총 52개 지역이 도시재생 사업지로 선정돼 있다. 문재인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정책’과도 맞물린 사업이다.

세실마루 개방은 ‘정동 일대 도시재생 활성화계획’ 사업 가운데 하나로 추진돼 시민의 접근이 제한됐던 옥상 공간을 개방해 휴식·문화 공간으로 변화시켰다는 점에선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사업에 2022년까지 총 232억2000만원이 책정된 것을 고려할 때 시민들에게 보다 더 이롭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바람직하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정동 도시재생사업에는 관련 용역비만 3억3000만원이 책정됐다.
 

강수지
강수지 joy822@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투데이 미디어그룹 머니S, 산업2팀 건설·부동산 담당 강수지 기자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 0%
  • 0%
  • 코스피 : 3209.43하락 39.8715:32 05/11
  • 코스닥 : 978.61하락 14.1915:32 05/11
  • 원달러 : 1119.60상승 5.815:32 05/11
  • 두바이유 : 68.32상승 0.0415:32 05/11
  • 금 : 66.74상승 0.8415:32 05/11
  • [머니S포토] 홍성은·공승연·정다은·서현우, '혼자 사는 사람들' 주역들
  • [머니S포토] 국민의힘 중앙당 선관위1차회의 참석한 '황우여'
  • [머니S포토] 국민의힘 당대표 출마 선언하는 '조경태'
  • [머니S포토] 국회의장-여야 원내대표 회동, 윤호중·김기현의 악수
  • [머니S포토] 홍성은·공승연·정다은·서현우, '혼자 사는 사람들' 주역들

커버스토리

정기구독신청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