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값이란 진입 장벽… 국내 항암제 기업 ‘눈물’

[머니S리포트-항암제 한국은 왜 안될까?②] 국산 항암제 자존심 ‘이뮨셀·렉라자정’… 퀀텀 점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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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험로의 연속’ 글로벌 혁신 항암신약으로 가는 길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항암제 시장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종근당 ‘캄토벨’ ▲동화약품 ‘밀리칸’ ▲한미약품 ‘올리타’ 등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고 출시되면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성적은 신통치 않다. 밀리칸은 시장성이 없다는 이유로 자진취하됐고 올리타는 경쟁 약물보다 상업화 속도가 늦어지면서 개발이 중단됐다. 캄토벨 처방 실적은 저조하다. 이처럼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항암제 시장 도전은 로슈나 아스트라제네카 등 다국적 기업이 출시한 항암신약이 승승장구하는 것과 달리 험로의 연속이었다. 다국적사 제품 일변도인 국내 항암제 시장 한계점과 글로벌 혁신 신약을 꿈꾸고 있는 국내 기업의 미래를 살펴봤다.



글로벌 혁신신약으로 성장이 기대되는 유한양행의 '렉라자정'./사진=유한양행.
글로벌 혁신신약으로 성장이 기대되는 유한양행의 '렉라자정'./사진=유한양행.
국내 항암제 시장은 복제약보다 거대 다국적 기업 오리지널 제품에 대한 충성도가 유난히 높다. 신약 개발 초기부터 국내 연구자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한 게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다. 다국적 제약사 로슈의 관계자는 “개발 초기부터 국내 진료 환경이 반영될 수 있도록 국내 연구자와 협력해 한국 시장에서 신약 가치를 보다 높이는 등 공동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밝혔다.

오리지널 항암제에 대한 높은 충성도는 2013년 물질특허가 만료된 한국노바티스의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 시장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글리벡은 특허만료 후에도 지난해까지 꾸준히 400억원대 공급실적을 올리고 있는 블록버스터 항암 약물이다. 반면 글리벡 복제약을 발매한 주요 국내업체 5곳이 기록한 최근 5년간 실적은 20억원대에 불과했다. 그나마 보령제약 ‘글리마’가 2019년에 기록한 15억원이 최대치다.

한국로슈의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도 마찬가지다. 셀트리온의 ‘허쥬마’가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을 급격히 끌어올렸지만 국내 시장에선 허셉틴의 실적이 700억원으로 허쥬마의 250억원대에 비해 크게 앞서 있다.

국내업체 관계자들은 ▲항암제 전용 라인 구축 ▲항암제 영업을 전담할 전문가 부족 ▲해외 의존도가 높은 원료의약품 등을 항암제 시장 진출의 어려움으로 꼽았다. 한 국내사 관계자는 “시설투자 등 현실적 한계도 있지만 국내 시장은 풍부한 임상 자료를 보유한 글로벌 제약사의 오리지널 제품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는 특징이 있다”며 “글리벡을 판매하는 노바티스의 리베이트 사건이 대표 사례다. 생물학적 동등성이 인정돼 시판된 복제약이 있었지만 오리지널 글리벡에 대한 건강보험 정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고 말했다.

이름값이란 진입 장벽… 국내 항암제 기업 ‘눈물’



강력한 항암제 영업력 ‘보령제약’ … 국산 항암제 1위 ‘녹십자셀’


다국적 기업이 득세하고 있는 항암제 시장에서 그나마 보령제약·삼양바이오팜(삼양홀딩스로 흡수)·GC녹십자셀이 국내사 자존심을 세웠다.

삼양바이오팜은 파클리탁셀 성분 항암제 ‘제넥솔’로 이름을 알린 토종 항암제 전문기업이다. 오리지널 의약품인 ‘BMS 탁솔’을 제치고 국내 파클리탁셀 제제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다.

보령제약은 다국적 기업의 오리지널 항암제 판매를 대행하면서 영업력을 끌어올린 사례다. 2016년에는 탁솔과 결별하면서 삼양바이오팜의 제넥솔 판매를 맡았다. 제넥솔이 탁솔을 추월한 시점은 보령이 판매를 시작한 직후인 2018년부터다. 보령제약은 국내 제약사 중 유일하게 항암제 영업 전담 부서를 두고 있으며 최근엔 전용 항암제 라인을 구축했다. 2017년 면역항암제를 개발하는 바이젠셀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며 항암 신약 개발에도 나섰다. 바이젠셀의 신약은 2017년 임상시험계획을 승인받고 현재 2상이 진행되고 있다.
이뮨셀엘씨./사진=GC녹십자쎌
이뮨셀엘씨./사진=GC녹십자쎌
면역항암제 시장에서 유일한 국산 블록버스터는 GC녹십자셀의 ‘이뮨셀엘씨주’다. 이뮨셀엘씨는 2020년에만 350억원대(녹십자셀 자체 집계 기준) 매출을 기록한 독보적 국산 항암제 1위 제품이다. 이뮨셀엘씨주는 환자 혈액을 특수 배양해 면역세포치료제로 제조하는 환자 맞춤형 항암제다.

이뮨셀엘씨주는 2007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품목허가를 받았으며 2015년 임상3상 시험 결과를 국제학술지에 발표해 세계 최초로 간암 생존 연장 효과를 입증했다. 간암과 뇌종양에 대한 대규모 임상3상을 2012년 완료했으며 2020년 12월에는 췌장암에 대한 임상3상 시험계획도 승인받았다.

GC녹십자셀 관계자는 “현재 초기 간암(HCC) 환자를 위한 치료 방안이 부족한 상황에서 전 세계 유일의 초기 간암 환자 대상 면역항암제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며 “간암·뇌종양·췌장암 등 다양한 암종에서 근거중심의학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항암신약 꿈꾸는 유한양행 ‘렉라자’


보령·삼양·녹십자셀이 국내 항암제의 현재라면 유한양행은 미래를 이끌 기대주로 꼽힌다. 국내 전문가들 역시 유한양행 ‘렉라자’를 높이 평가한다. 렉라자는 유한양행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전략의 첫 결실이다. 회사는 렉라자를 2015년 전임상 직전 단계에서 도입한 이후 물질 최적화와 공정 개발, 전임상과 임상을 통해 국산신약 31호로 허가받았다.

안명주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렉라자는 국내 개발 신약으론 처음으로 세계적 권위의 저널 ‘란셋 온콜로지’에 실험 결과가 게재돼 유효성과 안전성을 인정받은 치료제”라며 “돌연변이 양성인 비소세포폐암환자에게 적합한 치료 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국내 의료진의 긍정적 평가는 렉라자의 글로벌 시장 성공 가능성도 높이고 있다. 렉라자는 2018년 11월 미국 얀센바이오테크에 총액 1조40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됐다. 현재 얀센은 글로벌 병용 3상을 진행하는 등 상업화 속도를 높여나가고 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렉라자는 2차 돌연변이 내성에 강한 3세대 표적치료제”라며 “특히 뇌혈관장벽(Blood-Brain-Barrier)을 통과할 수 있어 뇌전이가 발생한 폐암 환자에게도 우수한 효능과 뛰어난 내약성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연세암병원 폐암센터장 조병철 교수는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항종양 효과와 안전성을 통해 국내 폐암 환자들에게 좋은 치료 대안이 될 것”이라며 “글로벌 임상을 통해 전 세계 폐암환자에게도 희망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이상훈
이상훈 kjupress@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2팀 제약바이오 담당 이상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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