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함이냐 이기주의냐… MZ세대 향한 엇갈린 시선

[머니S리포트-MZ세대가 바꾸는 기업문화③] "9시1분 출근은 괜찮지만, 8시59분은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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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기업문화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개인의 가치를 우선시하는 MZ세대는 과거에 정립된 회사의 인사평가 체계와 연봉·복지·상여금 기준에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한다. 생산직의 단결력에 가려져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미미했던 사무직에서도 MZ세대를 중심으로 권익 강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정당한 권리 찾기를 응원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지나친 개인주의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MZ세대가 일으키고 있는 기업의 변화를 따라가 봤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그래픽=김은옥 기자
최근 한 대기업에서 촉발된 성과급 논란은 ‘구성원을 챙기지 않으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MZ세대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줬다. 할 말은 하는 MZ세대가 조직 내 주류로 부상하면서 회사 경영진들은 이들을 이끌고 가야 하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지난달 출간된 도서 ‘MZ세대 트렌드 코드’는 1990년~2000년생을 설문조사해 실제 목소리를 듣고 그들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특히 ‘MZ세대 따라잡기 10계명’을 소개해 눈길을 끈다. ‘9시1분 출근은 괜찮지만 8시59분은 안된다’는 것이 첫 번째 계명이다.

회사 내 세대 갈등을 겪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이 책을 썼다는 1992년생 고광열씨는 ‘9시 출근이지만 10분 전에 도착해서 업무 준비를 하는 것이 좋다’는 말에 MZ세대는 고개를 갸우뚱한다고 전한다. 하루 10분 일주일(5일 근무) 쌓이면 50분이 되는 것에 더해 퇴근까지 10분 늦게 한다면 시급을 요구할 만한 수준이어서다.

개인 시간을 빼앗는 것은 퇴근 후 회식도 마찬가지다. 이들에게 회사는 계약 관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밖에도 ▲잦은 회식엔 퇴사로 대응한다 ▲이메일은 꼰대짓, 손편지는 갬성이다 ▲아프면 청춘이 아니라 환자다 ▲회사에선 묵언수행이 답이다(친구들 앞에서는 수다쟁이) 등의 내용이 이 10계명에 담겼다.



MZ세대 “권리이자 공정” vs 기성세대 “사리사욕”



구직사이트 ‘사람인’이 지난해 8월 451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 중 88.2%가 ‘MZ세대는 회사에 바라는 것이 이전 세대와 다르다’고 답했다. MZ세대가 회사에 바라는 것 중 이전 세대와 비교해 달라진 점(복수 응답)으론 ‘워라밸 중시하고 보장을 요구’가 62.1%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조직보다 개인의 이익을 우선(59%) ▲개인의 개성 존중받기 원함(36.4%) ▲자유롭고 수평적인 문화(24.4%) ▲공평한 기회 중시(21.1%) ▲명확한 업무 지시와 결과에 대한 피드백(19.6%) ▲개인 성장을 위한 지원 요구(12.1%)가 뒤를 이었다.

전체 응답 기업 중 56.5%가 MZ세대 인재를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들 기업 중 관리자급이나 이전 세대 직원들을 위해 MZ세대 인재관리 방법 등에 대한 별도의 교육을 진행했다는 곳은 22.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인이 MZ세대 구직자 61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선 61.5%가 ‘첫 직장에서 정년 퇴임을 바라지 않는다’고 답했다. 세부 연령대별로는 20대가 63.9%로 30대(48.4%)보다 훨씬 많았다. 목표 여부와 무관하게 첫 직장에서 정년까지 다니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구직자는 전체 응답자의 27.5%에 불과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MZ세대들은 이전 세대들과 달리 회사를 ‘평생직장’으로 여기지 않기 때문에 실리·원칙에 어긋난다고 판단하면 서슴없이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한 연구소에서 일하는 30대 연구원 A씨는 “40대 박사가 어린 연구원들에게 연차를 사용하기 전에 허락받을 것을 요구해 20대 연구원과 싸운 적이 있다”며 “요즘 20대들은 부당한 일을 당했다고 생각하면 즉각 대응한다. 중요한 업무를 해야 하는 날 일부러 당일에 연차를 써서 상사를 곤란하게 만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상사가 본인 할 일만 책임감 있게 하고 연차는 자유롭게 쓰라고 지시한 팀은 잡음도 없고 분위기가 좋다”면서 “세대별 특징을 이해하고 이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다”고 답했다.

중견기업에 다니는 50대 부장 B씨는 “MZ세대가 요구하는 것들을 다 들어주기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면서 “내 성에 안 차더라도 이해하고 대충 넘어가야 할지, 따끔하게 지적하고 가르쳐야 할지 고민이 된다. 전자대로 하면 일이 제대로 안 돌아가고 후자처럼 하면 ‘꼰대’ 소리를 듣고 팀 분위기가 어색해진다”고 토로했다. 이어 “친구들끼리 만나면 윗사람들 눈치 보기 바빴던 우리 젊을 때와는 다르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요즘은 윗사람이 아랫사람들 눈치를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열정페이 NO, 자기계발 YES



일각에선 이런 MZ세대들의 거침없는 행동 덕분에 기존 회사 문화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40대인 대기업 차장 C씨는 “MZ세대들을 대하기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성과급·회식 등 나 역시도 불만이 있었지만 참고 있던 것들을 MZ세대가 대신 목소리를 높여주니 고맙다”고 귀띔했다.

다만 최근 벌어진 성과급 논란은 일부 대기업 직원들에게만 해당돼 ‘그들만의 리그’라는 반응도 많다. 대기업 중에서도 정유·항공업계 등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실적 부진에 시달려 성과급을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30대 D씨는 “대기업 직원들처럼 성과급을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면서 “누군가에겐 몇 개월 치 월급인 성과급이 적다고 열을 올리는 모습을 보면 상대적 박탈감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법적으로 보장된 연차까지 상사 눈치를 보고 다른 팀원들 상황을 고려하면서 사용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푸념했다.

이에 대해 IT 관련 스타트업 대표인 40대 E씨는 “20대들은 회사가 경력만 뽑으면 신입은 어디서 크겠냐고 하소연하면서도 낮은 연봉으로 ‘열정페이’ 받으며 일하기 싫다고 말한다”며 “경제적 보상을 충분히 해줄 수 없으면 업무에 대한 동기부여라도 지속적으로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전엔 월급으로 재산을 불릴 가능성이라도 있었지만 이젠 악착같이 모아도 집 한 채 사는 게 힘든 시대”라며 “그러니 20~30대들이 회사 업무보다는 자기계발·투자와 본인 브랜드 만들기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현명하고 똑똑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화평
김화평 khp0403@mt.co.kr  | twitter facebook

안녕하세요. 산업1팀 김화평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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